우리는 글을 쓰고, 공유하고, 읽고, 소통합니다.
필진인 활자들이 독자 여러분인 잉크와 연결되는 이 관계는 오직 글을 통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분명히 연결된 것이죠. (그렇죠?)
이번 달에는 연결되는 사람들에 대한 세 편의 시를 담아보았습니다.
즐겁게, 산뜻하게, 묵직하게 감상해 주세요.
1
세상을 구할 거야?
살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
왜?
예쁜 것들이 더 이상 예쁘지 않고 못난 것들은 나한테 사과하지 않았어
또?
너는 예쁘니까 나보다 오래 살아야 돼
예쁜 건 원래 일찍 죽어
그래도 너는 오래 살아주면 안 될까
너는 빛나는 아이잖아
그런 너는 못난 것보다 세상에 조금 더 체류할 자격이 있어
그럼 나는 못난 것만 보고 살아야 하잖아
그래서 예쁜 것들이 일찍 죽었나. 못난 것들만 살아남았나.
아직도 사과받고 싶어?
불가능하잖아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남았지. 아직도 죽고 싶어?
아니.
2
있지 구슬 속에 네가 가득해
있잖아.
결국 인생은 혼자라는 말을 많이 듣곤 하잖아.
삶을 살아가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그 순간, 그땐 나만이 겪는 일이고,
결정을 할 때도 그 감당은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 하니까.
나도 어느 순간부터는 그렇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그편이 팍팍한 이 지구살이를, 조각난 서로 간의 연결고리를 받아들이는 데 편하잖아.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버겁다는 말을 동년배 사람들이 입에 달곤 하잖아.
그런 분위기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려면 나도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게 편하잖아.
그치.
근데 있지.
결국 나는 너와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결론을 내렸어.
삶을 살면서 나의 취향, 취미, 태도, 가치관을 만들어 가는 모든 순간에 네가 있고,
최선의 결정에도 네가 겪었던 일들이, 해줬던 말들이 근거가 되니까.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을 부정하기로 했어.
이편이 평온한 하루살이를, 붙잡고 싶은 우리의 연결고리를 지켜낼 수 있겠잖아.
나 하나 챙기는 게 버거워도 너에게 공감과 지지를 받으면 그날 하루는 그래도 넘어갈 수 있겠잖아.
이렇게 세상의 분위기에 반박해야 나의 지금을 온전히 살아가는 일이겠잖아.
그치.
그거 알아.
노래방에서 네가 불러 줬던 처음 듣는 노래들이 나의 이번 달 플레이리스트에 자리하고,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너를 따라다니다 보니 다음 영화 뭐 볼지 고민하는 나의 손끝엔 늘 독립영화가 자리하고,
책을 좋아하는 너의 세상을 더 알고 싶어 두께가 두껍든 얇든 책을 매일 들고 다니고,
순간의 감정이나 생각이 기록으로 남는 게 걱정스러워도 주변 사람들에게 편지를 자주 써주는 너를 닮아가 편지를 곧잘 쓰게 되고,
비건 지향을 꾸준히 해나가는 너를 보며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음식을 고를 때 살덩어리가 없는 걸 선택하게 되고,
커피랑 차를 좋아하는 너를 따라 내가 좋아하는 커피와 차의 맛과 향을 하나둘 알아가는 여행을 하고 있어.
이렇게 내 삶에 네가 가득한데 우리가 연결되어 있지 않을 리 없잖아.
그치.
그러니 나는 믿어. 너와 내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연결되었다는 걸.
너도 그렇게 생각할까?
3
잊기와 잇기
수만의 사람들이 도로를 가로지른다
우린 투명한 무릎을 가졌어
비명과도 같은 사이렌이
귓가를 웅웅
아스팔트 위 널브러진 팔과 다리
피부에 닿는 뜨거운 열기에 미세하게 올라간 옷자락을 끌어내린다
고통을 터뜨릴 만큼의 고통을 넌 가늠할 수 있어?
걱정이 뭔지 모르는 듯 스르르- 흘러가는 하늘을 보며 떠올린다
구름의 수보다 많을 가자의 사상자들을
열망으로 뜨거운 가자의 눈망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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