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여러분. OTT연구소입니다.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인사치고 너무 늦게 보고서를 보내게 됐습니다. 현생이 바쁘다보니 이제야 간신히 2022년 첫 보고서를 보냅니다. 저야 뭐 나이만 한살 더 먹은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다가도 올해는 팬데믹이 종식되어 극장에서 영화도 더 많이 보고, 자유롭게 사람들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앞선 보고서 내용처럼 지난해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OTT들은 비약적인 발전을 했습니다. 기존 매체와 영화 시장을 위협할거라는 전망은 몇 해 전부터 이어졌지만,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으로 쉽게 밖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졌죠.
작년에 OTT를 통해 개봉한 작품 중 좋은 작품이 참 많았지만, 그 중에서 저는 아담 맥케이 감독의 <돈 룩 업!>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하기엔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고 선택하는 영화가 다를 수 있겠지만, '가장 흥미로운 작품'을 꼽는다면 이 작품을 주저없이 추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아니 이 감독. 작품에서 무언가 잔뜩 화난 모습이 느껴집니다. 소위 말해 제대로 빡친거 같죠. '작품에서 빡치다니?' 갸우뚱하시죠? 저와 함께 그가 화난 이유, 그가 세상 모두를 어떻게 풍자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알아보시죠.
🎞 애덤 맥케이???
애덤 멕케이라는 감독 이름을 기억하는 팬들은 많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는 여러 작품에서 활동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그가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건 SNL입니다. 한국에서는 SNL코리아로 불리는 Saturday Night Live는 격조 높은 코미디와 세상에 대한 수위 높은 풍자로 유명한 프로그램이죠. 다른 국가의 SNL이 그러하듯이 미국 본토의 SNL 역시 정치 풍자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걸 잘 알고 계실겁니다.
처음에 그는 SNL의 크루로 연기를 하고 싶어 오디션을 봤지만, 제작진은 그의 창작 능력을 높이 사서 작가로 합류할 것을 요청했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활동 2년 만에 각본 능력을 인정받아 수석 작가 자리에 오르며 에피소드를 작성해갔습니다. 그후 영화 <앤트맨>의 각본을 담당했고,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꼬집은 영화 <빅쇼트> 부시 대통령 때 부통령을 맡았던 딕 체니 전기 영화 <바이스>의 각본과 감독을 맡았습니다.
특히 영화 <빅쇼트>로 각색상을 수상했을 때, 그는 "금권정치에 휘둘리는 정부를 원하지 않는다면 거대 은행이나 석유회사, 뻔뻔한 백만장자들의 돈을 받는 후보에게 표를 주지 마세요"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정치, 경제, 언론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항상 냉정하고 비판적인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되, 이를 위트있게 풀어냅니다.
최근 '제2의 잡스'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다가 사기 행각이 발각된 테라노스의 전 CEO 엘리자베스 홈즈와 '테라노스 사건'을 영화화한다는 소식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피 한방울로 모든 건강 상태와 다가올 질병을 예측할 수 있다는 말로 세상을 속였던 엘리자베스 홈즈 역할을 배우 제니퍼 로렌스가 맡는다고 알려졌죠. 영화 제목은 <배드 블러드(Bad Blood)>로 정해졌습니다.
제니퍼 로렌스가 홈즈 역할을 맡고 애덤 맥케이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소식을 전한 기사(2021년 12월 7일, 버라이어티)
🤦♂️<돈 룩 업>이 말하는 정치·언론·여론
이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시종일관 유쾌한 동시에 답답함을 안고 봐야합니다. 주인공 케이트가 연신 구토를 하는 것처럼 토할거 같은 기분을 참고 봐야 합니다. 극 중의 사회 현상과 모습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문득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은 인류애가 넘치거나 인간들에게 1%의 기대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이 정도로 모두 까는걸 보면'
그리고 이 작품은 미국을 바라보는 맥케이 감독의 관점이 담겨 있지만, 다른 나라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만해도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게 없으니까요.
🌭 줄거리(네이버 영화 참고)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와 담당 교수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태양계 내의 궤도를 돌고 있는 혜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하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지구를 파괴할 에베레스트 크기의 혜성이 다가온다는 불편한 소식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군요.
지구를 멸망으로 이끌지도 모르는 소식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언론 투어에 나선 두 사람, 혜성 충돌에 무관심한 대통령 올리언(메릴 스트립)과 그녀의 아들이자 비서실장 제이슨(조나 힐)의 집무실을 시작으로 브리(케이트 블란쳇)와 잭(타일러 페리)이 진행하는 인기 프로그램 ‘더 데일리 립’ 출연까지 이어가지만 성과가 없습니다. 혜성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단 6개월, 24시간 내내 뉴스와 정보는 쏟아지고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푹 빠져있는 시대이지만 정작 이 중요한 뉴스는 대중의 주의를 끌지 못합니다. 두 주인공은 자연에 의한 인류의 파멸보다 인류 스스로의 인위적인 파멸을 목격하고 있는 상태. 이 사태는 해결될 수 있을까요?
🗽 정치
정치와 정치인은 가장 먼저 감독이 후드려 패는 대상입니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제이니 올리언 대통령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제이니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그랬는데요. 영화를 자세히 보니 이건 누구 한명을 지칭한다기보다 그 자체가 미국 대통령이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랜들의 대학교를 대놓고 무시하는 장면은 소위 명문으로 불리는 아이비리그 출신 학자나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야기도 듣지 않는 미국 정치권의 단면을 꼽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이비리그 출신을 중용한 걸로 유명하죠. 또한 대통령 책상에 놓인 수많은 유명인사와의 사진들도 오바마 대통령과 닮았죠. 르윈스키 스캔들을 떠올리게 하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진도 있었습니다. 대통령 책상 뒤에는 미국 최악의 정치 스캔들인 '워터게이트'로 대통령에서 물러난 닉슨의 사진이 있죠.
여성인 점은 힐러리 클린턴을 떠올리게 하고, 리얼리티쇼 출신이라는 점과 과학에 관심이 없고 기후위기, 환경위기에 거부감을 드러낸 점은 도널드 트럼트가 생각나죠. 이후 소행성으로 보내는 우주선에 백인 우월주의자를 담당자로 임명하는 것, 거대한 전함에서 연설하는 모습은 '테러와의 전쟁' 때 조지 부시 주니어가 했던 모습과 비슷합니다.
조나 힐이 맡은 제이슨 올리언 대통령 비서실장은 누가봐도 이방카 트럼프와 제이미 쿠슈너를 생각나게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상임고문을 맡은 이방카와 극 중에서 비서실장인 제이슨의 모습이 오버랩되네요.
조나 힐이 연기한 제이슨은 대사나 행동에서 코카인과 같은 마약을 하는게 아닌가 의심이 들게 합니다. 그러면서 건강을 챙기기 위해 과일 주스를 챙겨 마시죠. 그가 하는 대사 역시 정당에 관계 없이 미국 주류 정치인들이 흔히 갖고 있는, 자주 말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가뭄, 기근, 오존층 구멍...너무 지겨워"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양은 지난해 치러진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을 두고 "정치인 그 누구도 제대로 관심이 없다"면서 혹평하기도 했습니다.
극 중에서 백악관 측은 세계 멸망이 코앞에 있는 상황에서 눈앞의 정치 스캔들을 막는게 중요했고 이들과의 면담을 차일피일 미루고 값싼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하죠. 그리고 면담을 시작하자마자 제이니 대통령은 이 말을 합니다.
"그래서 그걸 막는데 얼마나 필요한데요?"
듣고서 울컥하거나 욕이 나왔나요? 삐빅! 정상입니다.
🔬 과학
제이슨 비서실장은 주인공 랜들 박사와 박사과정인 연구원 케이트를 보며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합니다. 앞서 말한 그들의 출신 대학과 모습을 보고 말이죠. 그리고 그들이 과학을 바라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건 인류의 미래와 안전이 아닌 비용과 결과입니다.
제니퍼 로렌스가 맡은 케이트는 딱 봐도 전형적인 연구원의 모습은 아닙니다. 어쩌면 '전형적인'이라는 생각이 우리의 편견일 수 있죠. 붉은색 치렁치렁한 머리스타일, 얼굴 여기저기 있는 피어싱과 패션, 1970년대 말 영국에서 나타난 고스(Goth)족을 떠올리게 합니다. 제이슨 역시 "(케이트를 보며) 난 비서실장이야. 고스족처럼 생긴 너나 걱정하는게 좋을걸"이라는 대사를 직접 하기도 하죠. 쉽게 말하면 영국판 히피를 떠올리면 될 겁니다.
감독은 일부러 케이트의 외형을 고스처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 경제, 언론 등 소위 주류 인사들은 그놈의 외형과 차림새를 엄청나게 중시하니까요.
케이트는 긴장을 많이 하고 기분 장애가 있어 약을 자주 복용합니다. 약을 한움큼씩 먹지만 걸핏하면 화를 내죠.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마트에서 처방전 없이 약 구매가 가능합니다. 오남용도 심하고 제약회사들의 농간도 심하죠. 감독이 이 부분까지 깠다고 하면 조금 억측일까요?
세상은 과학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연구원과 과학자들의 말보다 테크놀로지라는 이름으로 이를 팔아먹는 기업과 CEO의 말에 더 귀를 기울입니다. 테크 기업 배시(Bash)가 이런 모습을 대변하죠.
배시는 영화와 드라마 등 방송에도 진출하고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규합하면서 정보 공화국을 세우고 있죠. 그리고 이들은 첨단 우주 산업에도 진출합니다. 물론 의료 사업에도 진출하죠.
방송 콘텐츠 관련 부분에서는 아마존(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이, 우주 공학 산업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가, 의료 관련에서는 앞서 언급한 영화 <배드 블러드>의 테라노스 그리고 전 CEO 엘리자베스 홈즈가 생각납니다. 플랫폼과 검색엔진을 통해 정보를 모으는 모습은 논란이 일고 있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떠올리게 하죠.
극 중에서 배시의 CEO 피터는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랜들 박사에게 "당신의 정보 수천만건을 가지고 있다. 여차하면 폭로하겠다"라며 협박을 하기도 합니다.
과학이 인류의 행복하고 편안한 삶에 기여하고 우리를 발전시키고 있지만, 그게 테크 기업들의 공로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C언어의 창시자인 데니스 리치를 기억해야 하지만, 검은 셔츠에 청바지를 입었던 스티브 잡스를 선구자로 치켜 세우고 있죠.
영화의 후반부,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해 세계 멸망을 막으려는 랜들 박사를 미치광이로 몰아가는 부분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언론과 여론
보고서를 만들면서 1월 22일 평소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 <우주먼지의 현자타임즈>에는 이 작품과 관련된 영상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채널을 운영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지웅배 님은 영상에서 이런 말을 했죠.
"과학에는 수많은 분야가 있습니다. 그 중 제가 연구하고 공부하는 분야는 극히 일부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과학자를 만물박사처럼 여깁니다. 따라서 과학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로서 저의 전문성은 은하와 별에 관련된 분야에 한해서만 담보할 수 있습니다. 천체 물리학의 대륙을 벗어나면 더이상 저의 전문성은 담보되지 않죠. 저는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 수도, 만들어서도 안됩니다"
유튜브 채널 <우주먼지의 현자타임즈>에 업로드된 '돈룩업!' 영상
그는 영상에서 한 때 뉴스 방송에 나와 천문학의 최신 논문과 이슈를 소개하는 코너를 소개하다가 하차하게 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조회수와 독자의 호기심을 끌 수 있는 외계인 관련 분야를 이야기해달라고 했다가 이를 거절하고 벌어진 일이었죠.
언론과 여론 모두 현재 인류 문명이 과학의 도움으로 지금과 같은 상태를 이어왔다는데 동의하지만, 그들이 지금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사태를 바라보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랜들과 케이트는 유명 아침방송 '데일리 립'에 출연합니다. 여느 나라에서 볼 수 있는 뉴스를 포함한 아침방송의 느낌이죠. 미국의 경우에는 ABC의 '굿모닝 아메리카'를 닮았습니다. 거기서 아나운서를 맡은 타일러 페리와 케이트 블란쳇은 두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외계인의 존재를 믿으세요?"
게스트로 참가한 두 사람은 어이없어하죠. 이건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정보의 전파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책만큼 방송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연구 결과보다 말을 잘하고 꾸며내기를 잘하는 인사들이 지식인으로 포장돼 미디어에 노출되고 있죠. 이들은 흥미 위주의 정보를 지식으로 꾸미며 팔고 있고, 언론 역시 이게 장사가 되니 여기에 호응합니다. 아니죠. 주도합니다.
최근 과학적인 정보를 가장한 미스터리 방송과 채널이 여기저기서 인기를 끄는 이유도 이와 비슷한게 아닐까 싶네요. 진실과 사실보다 흥미가 더 돈이 되니까요.
대중 역시 인류 멸망보다는 인기 연예인의 스캔들이 더 재밌는 이야기입니다. 조회수에서 차이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하늘을 올려다보자!'라는 표어가 인터넷을 장식하자 이에 반대하는 제이니 올리언 대통령의 지지자와 배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지 말아라!'는 '돈 룩 업!(Don't Look Up)'이 검색어 상단을 차지한걸 보면 여론 역시 누군가에 의해, 혹은 얄팍한 정보에 의해 휘둘리는게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집단 지성인지, 중우 정치인지 알 수 없는 지점이죠.
개인적으로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했던 헐리우드 배우의 모습도 인상 깊었습니다. 뭐랄까요? 극단적 중도를 표방하는 모습이 굉장히 한심하게 보였달까요?
인류 멸망을 앞두고 랜들과 케이트, 그리고 그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평범하고 소중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 역시 좋았습니다. 거대한 정치 담론, 자본의 흐름, 여론의 향방보다 각자의 삶이 더 가치있는 법이니까요.
🧪 OTT 연구소는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 영화 오리지널 시리즈를 추천해드리는 큐레이션 메일링입니다. OTT와 영화, 드라마 등 여러 콘텐츠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분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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