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구독자님, 지금 할리우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래요. "AI와 싸우면서, 동시에 손잡고 있다."
음악 쪽을 보면, 1년 전만 해도 Sony·UMG·Warner 3대 레이블이 AI 음악 앱 Suno와 Udio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했어요.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도둑질"이라면서요. 그런데 2025년 말, 같은 레이블들이 같은 회사들과 라이선스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요.
영상 쪽을 보면, 넷플릭스가 111조원짜리 워너브라더스 인수를 포기한 직후, 직원 16명짜리 AI 스타트업 InterPositive를 인수했어요. 창업자는 배우 벤 에플렉이에요. 표면적으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 같지만, 하나의 패턴이 보여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AI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공통된 구조가 있거든요. 오늘은 그 구조를 풀어볼게요.
1단계: 소송 — "이건 도둑질이다"
시작은 언제나 충돌이에요.
2024년 6월, RIAA(미국 음반 산업 협회)를 통해 Sony, UMG, Warner 3대 레이블이 Suno와 Udio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했어요. 핵심 혐의는 두 회사가 수백만 곡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긁어와서 AI 모델을 학습시켰다는 거예요. 이른바 '스트림 리핑'[1] —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음원을 무단 추출하는 방식이 학습 데이터 확보 수단으로 의심받았어요.
영상 쪽에서는 소송 대신 파업이 있었죠. 2023년 SAG-AFTRA(미국배우조합)의 118일 파업. 그때 핵심 쟁점이 바로 AI였어요. 배우의 디지털 복제본을 동의 없이 쓸 수 있느냐, AI가 포스트프로덕션[2] 일자리를 대체하면 어떡하느냐. 그 결과 AI 관련 보호 조항이 계약에 포함됐지만, 양측 모두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어요.
패턴의 첫 번째 단계는 항상 이래요. 기술이 기존 질서를 뒤흔들고, 기존 산업이 법적 수단으로 대응하는 것. 1999년 냅스터가 P2P 음악 공유를 열었을 때도, 2001년 소송으로 서비스가 폐쇄됐었죠. 그런데 냅스터가 죽었다고 사람들이 다시 CD를 사진 않았어요. 기술이 한번 바꿔놓은 행동은 되돌릴 수 없거든요.
Suno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Suno는 매일 700만 곡을 생성하고, 2주마다 Spotify 전체 카탈로그에 맞먹는 양의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었어요. 2025년 11월에는 연매출 2억 달러, 기업가치 24.5억 달러에 도달했고요. 소송이 성장을 멈추지 못한 거예요.
2단계: 화해 — "이길 수 없으면, 라이선스하라"
그래서 2단계가 옵니다. 싸우면서 동시에 화해하는 기묘한 국면이에요.
2025년 10월, UMG가 먼저 움직였어요. Udio와 합의하면서 2026년에 라이선스 기반의 새로운 AI 음악 플랫폼을 공동 출시하기로 했어요. UMG 회장 루치안 그레인지는 "아티스트와 기술 기업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건강한 상업적 AI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했어요. 한 달 뒤인 11월에는 Warner가 Suno, Udio 모두와 합의했어요. Warner의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이름·목소리·작곡이 AI에 사용되는 것에 대해 옵트인(사전 동의)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어요.
핵심은 이 합의의 구조예요. 단순히 소송을 끝내는 게 아니라, "무허가 AI"를 "라이선스 AI"로 전환하는 거예요. Udio의 새 플랫폼은 허가된 음원만으로 재학습되고, 생성된 곡은 플랫폼 밖으로 다운로드할 수 없는 '폐쇄형 정원(walled garden)'으로 운영돼요. 기존의 야생 상태를 울타리 안으로 가져오는 작업인 셈이죠.
물론 모두가 환영하는 건 아니에요. 전설적인 음악 매니저 어빙 에이저프는 "예전에도 봤던 일"이라면서 "모두가 '파트너십'을 말하지만, 아티스트는 결국 부스러기만 받는다"고 경고했어요. Sony는 아직 Suno, Udio 모두와 소송을 계속하고 있고, 인디 아티스트 집단소송도 별도로 진행 중이에요. 대형 레이블은 협상력이 있지만, 독립 뮤지션은 이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못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존재해요.
3단계: 내재화 — "우리 것으로 만들자"
그리고 가장 최근에 나타난 세 번째 단계가 있어요. AI를 외부 위협이 아니라 내부 역량으로 흡수하는 것이에요.
2026년 3월 5일, 넷플릭스가 InterPositive를 인수한 게 이 단계의 대표 사례예요. 이 인수를 이해하려면 1주일 전 이야기부터 해야 해요. 넷플릭스는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의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사업부를 약 83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상태였어요. 해리포터, DC, HBO — 엄청난 IP 창고였죠. 그런데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WBD 전체를 1,110억 달러에 사겠다는 대항 제안을 내놨고, 넷플릭스는 가격 경쟁 대신 깔끔하게 철수했어요. 28억 달러 해약금을 챙기면서요. 주가는 오히려 12% 올랐어요.
그리고 일주일 뒤, 벤 에플렉이 창업한 직원 16명의 InterPositive를 인수합니다.
InterPositive가 하는 일은 Sora나 Suno 같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AI"가 아니에요. 벤 에플렉은 "텍스트를 입력해서 영화가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어요. 이건 포스트프로덕션에 특화된 AI 도구예요. 촬영된 데일리[3]를 학습해서 프로젝트별 맞춤 모델을 만들고, 색보정·조명 재조정·시각효과·배경 교체 같은 작업을 수행해요. 촬영감독과 연출자가 이미 쓰는 언어 위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됐어요.
더 주목할 점은 학습 데이터의 출처예요. Suno가 인터넷에서 음원을 긁어왔다는 혐의를 받는 것과 대조적으로, InterPositive는 통제된 사운드스테이지에서 실제 배우를 촬영해 자체 데이터셋을 구축했어요. 저작권 분쟁의 씨앗을 원천적으로 제거한 설계예요.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사란도스의 말이 이 전략을 잘 요약해요. "콘텐츠를 50% 더 싸게 만드는 것보다, 10% 더 좋게 만드는 데 더 큰 사업 기회가 있다." 넷플릭스는 이 기술을 외부에 판매할 계획이 없어요. 자사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들에게만 제공하겠다고 했어요. 경쟁사가 접근할 수 없는 독점적 제작 역량으로 쓰겠다는 거죠.
오스왈드의 시선

세 단계를 나란히 놓고 보면, 저는 재밌는 차이가 보여요.
음악 산업은 2단계(화해/라이선스)에 머물러 있어요. "당신이 만든 AI가 우리 음악을 훔쳤으니, 앞으로는 돈을 내고 쓰세요"라는 구도예요. 본질적으로는 기존 저작권 체계 안에 AI를 끼워 넣는 방식이죠. 나쁜 전략은 아니지만, 한 가지 전제가 있어요 — 사람들이 여전히 '프로 뮤지션이 만든 음악'에 더 가치를 둔다는 전제요. Suno 이용자가 1억 명에 육박하고, 매일 700만 곡이 생성되는 상황에서 이 전제가 얼마나 오래 유효할지는 미지수예요.
반면 넷플릭스는 3단계(내재화)로 넘어갔어요. AI를 외부에서 라이선스받는 게 아니라, 아예 팀째 흡수해서 자기 제작 파이프라인에 녹여 넣는 전략이에요. 그리고 여기에 벤 에플렉이라는 배우 출신 창업자를 시니어 어드바이저로 앉혔어요. 이건 단순한 인사 결정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지금 SAG-AFTRA의 2026년 계약 협상이 한창이거든요. 2월 9일에 시작됐고, 현행 계약은 6월 30일에 만료돼요. AI가 최대 쟁점이에요. 이 타이밍에 넷플릭스가 "배우가 직접 만든 AI 도구를 우리가 확산한다"는 서사를 깔아놓는 건, 협상 테이블에서 상당한 명분이 돼요. "기술 기업이 창작자를 대체한다"가 아니라 "창작자가 기술을 주도한다"는 프레이밍이니까요.
물론 조심해야 할 점도 있어요. InterPositive는 아직 공개된 제품이 없는 스텔스 모드 스타트업이었어요. 16명의 팀이 실제로 넷플릭스의 제작 파이프라인을 바꿀 수 있을지는 증명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창작자 중심"이라는 수사가 아무리 설득력 있어도, 포스트프로덕션 현장에서 실제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걸 막지는 못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방향 자체는 분명해요.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AI를 거부하는 단계를 지나, 통제하려는 단계로 들어갔어요. 음악은 라이선스로, 영상은 내재화로.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된 메시지는 하나예요 — "AI를 막을 순 없다. 그러니 우리 규칙 안에서 돌아가게 만들자."
진짜 질문은 그 다음이에요. 그 "규칙"을 누가 정하느냐. 대형 레이블이냐, 기술 기업이냐, 아니면 실제로 음악을 만들고 영화를 찍는 사람들이냐. 아직 그 답은 나오지 않았어요.
마치며
냅스터에서 Spotify까지, 불법 공유에서 스트리밍 라이선스까지 15년이 걸렸어요. 지금 AI를 둘러싼 "소송 → 화해 → 내재화"의 사이클은 훨씬 빠르게 돌아가고 있어요. Suno 소송 제기부터 Warner 합의까지 17개월, InterPositive 인수까지 포함하면 21개월이에요.
이 속도가 의미하는 건, 규칙이 만들어지기 전에 판이 이미 바뀌고 있다는 거예요. 음악이든 영상이든, 지금 벌어지는 협상과 인수의 결과가 향후 10년간 "AI와 창작자의 관계"를 규정할 가능성이 높아요. 이 주제에 관심 있으시다면, 아래 참고자료의 미국 저작권청 보고서부터 읽어보시길 추천해요.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Netflix 공식 발표, "Innovation for Filmmaking, By Filmmakers: Why InterPositive Is Joining Netflix", 2026.03.05. : 에플렉, 넷플릭스 CPTO, CCO의 코멘트 원문이 모두 담겨 있어요.
- Todd Spangler, "Netflix Acquires Ben Affleck's AI Filmmaker Tools Start-Up InterPositive", Variety, 2026.03.05. : InterPositive의 기술 작동 방식과 디즈니-OpenAI 전략과의 비교가 유용해요.
- Billboard, "UMG and Udio Reach Agreement for 'New Licensed AI Music Creation Platform'", 2025.10.29. : UMG-Udio 합의의 구조와 2026년 새 플랫폼 계획을 상세히 다뤘어요.
- Rolling Stone, "AI-Music Heavyweight Suno Partners With Warner Music Group After Lawsuit Settlement", 2025.11.26. : Warner-Suno 합의 배경과 Songkick 인수까지 포괄하는 기사예요.
- Julie Bort, "Legally embattled AI music startup Suno raises at $2.45B valuation on $200M revenue", TechCrunch, 2025.11.19. : 소송 중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은 Suno의 재무 데이터가 정리되어 있어요.
- CNBC, "Netflix ditches deal for Warner Bros. Discovery after Paramount's offer is deemed superior", 2026.02.26. : 넷플릭스와 WBD 딜 무산의 전체 경과예요.
배경 지식
- 미국 저작권청, "Copyright and Artificial Intelligence, Part 3: Generative AI Training", 2025.05. : AI 학습에 대한 공정이용 원칙의 공식 해석이에요. 음악 같은 표현적 저작물에 대한 무단 학습을 면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담고 있어요.
- SAG-AFTRA, "The Journey Begins Again: Preparing for 2026 TV/Theatrical/Streaming Negotiations", 2026.01. : 2026년 노사 협상의 맥락과 AI 쟁점을 이해하는 배경 자료예요.
- IndieWire, "What to Expect from the SAG-AFTRA 2026 Contract Negotiations", 2026.02. : 미국 배우조합의 주장하는 AI·잔여보상·건강보험 등 주요 쟁점을 정리했어요.
각주
- [1] 스트림 리핑 (Stream-ripping): 유튜브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음원을 추출·다운로드하는 행위예요. Suno가 AI 학습 데이터를 확보한 주요 수단으로 의심받고 있어요.
- [2] 포스트프로덕션 (Post-production):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이 끝난 뒤 진행하는 후반 작업이에요. 편집, 색보정, 시각효과(VFX), 사운드 믹싱 등이 포함돼요.
- [3] 데일리 (Dailies): 그날 촬영한 원본 영상 소재를 말해요. '러시(rushes)'라고도 불러요. 감독과 편집자가 매일 확인하면서 촬영 방향을 조정하는 데 쓰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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