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당신의 회사에 '전략가'가 없다면, 매출은 운에 맡기는 겁니다

반복해서 팔리게 만드는 사람, GTM이 온다.

2026.03.07
from.
Kwangs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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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지식토킹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주로 기술, 인문학,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들어가며

구독자님, 링크드인에서 'GTM'이라고 검색해 보신 적 있으세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검색하면 1만 7천 개 이상의 포지션이 뜹니다.(2026년 3월 기준) 스트라이프, 엔트로픽, 구글, 도어대시는 물론이고 안드레센 호로위츠 같은 VC, 보험사, 심지어 나이키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아요. 그런데 한국 서울로 지역을 바꾸면요? 채용 공고가 한 손에 꼽힐 정도예요. 그리고 외국계 기업 몇 곳이 전부죠.

미국에서는 수만 명이 하고 있는 직무가 한국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거예요. 이건 단순히 "한국이 늦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 — PMF[1]​를 못 찾겠다, 스케일업이 안 된다, 반복 매출이 안 나온다 — 의 근본 원인과 맞닿아 있어요.

오늘은 GTM(Go-To-Market) 전략이라는 직무가 무엇이고, 왜 지금 한국에 필요한지, 그리고 이 직무가 만들어내는 '반복 매출의 구조'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GTM은 '마케팅', '영업'이 아닙니다

GTM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으면 대부분 이렇게 반응해요. "그거 마케팅이랑 뭐가 달라요?" 혹은 "세일즈 아니에요?" 아닙니다. 완전히 다른 직무예요.

GTM은 Go-To-Market Strategy의 줄임말이에요. 말 그대로 '시장에 가봤니?'에서 출발한 개념이죠. 핵심은 이거예요. 특정 제품을 특정 시장에 반복 가능한 형태로 팔리게 만드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일. 여기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반복 가능'이에요. 한 번 팔고 끝나는 건 운이에요. 블랙잭에서 한 번 돈을 딴 거랑 같죠. 하지만 계속 반복적으로 매출이 나오게 만드는 건 전략이에요.

GTM이 하는 일을 네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어디서 싸울지 정한다 — 시장, 세그먼트, 채널 선정
  • 뭐로 이길 건지 정한다 — 가치 제안, 패키징, 가격 설계
  • 어떻게 실행할지 정한다 — 파트너십, 마케팅 채널, 세일즈 방식
  •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세운다 — 지표 설정, 피드백 루프 구축

세일즈가 '계약을 타결시키는 사람'이고, 마케팅이 '고객을 데려오는 사람'이라면, GTM은 이 모든 팀이 같은 방향을 보게 만드는 사람이에요. 삼권분립에서 견제와 균형을 만드는 것처럼, 제품팀·세일즈팀·마케팅팀 사이에서 전략적 조율을 하는 거죠.

해외에서도 GTM을 부르는 직군 명칭은 점점 바뀌고 있어요. GTM Engineer라고 해서 좀 더 시스템화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고, Revenue Optimizer나 RevOps라 해서 매출 관리나 최적화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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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GTM의 조직 위치도 중요해요. CEO 직속이나 CSO[2]​ 산하에 있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세일즈팀이나 마케팅팀 아래로 들어가는 순간, 데이터를 뽑아주는 보조 역할로 전락하게 될 확률이 높아요. 

감마가 증명한 것: 기술력이 아니라 '누구에게 팔 것인가'

이 직무가 실제로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볼게요.

감마(Gamma)라는 AI 프레젠테이션 도구가 있어요. 2025년 11월, 안드레센 호로위츠 주도로 시리즈B 6,800만 달러를 유치하고 기업가치 21억 달러(약 2.9조 원)를 인정받았습니다. 사용자 7천만 명, 유료 구독자 60만 명 이상. 누적 투자금 약 8,700만 달러로 ARR[3]​ 1억 달러를 돌파한 흑자 기업이에요. 팀 규모는 약 50명이었고요.

흥미로운 건 감마의 기술이 업계 최고가 아니었다는 점이에요. 젠스파크, 캔바, 피그마까지 너도나도 AI 슬라이드 기능을 내놓고 있고, 디자인 퀄리티만 보면 더 화려한 경쟁 제품도 많았어요. 대부분의 AI 슬라이드 도구는 HTML 기반으로 웹페이지를 슬라이드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식이거든요. 시각적으로는 예쁘지만, 그게 돈을 낼 만한 가치는 아니었어요.

감마가 다르게 한 건 고객을 정확하게 골랐다는 거예요. 슬라이드에 가장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집단이 어디인지를 먼저 파악했죠. 답은 전략 컨설팅 펌과 정부·공공기관이었어요.

이들에게 중요한 건 화려한 디자인이 아니에요. 서식 준수, 정보의 구조화, 오프라인 공유 용이성이에요. 자기들 템플릿에 맞게 데이터를 정확하게 넣을 수 있느냐, 그걸 다운로드해서 내부에서 돌릴 수 있느냐가 핵심이죠. 감마는 바로 그 니즈에 맞췄어요.

그 결과 뭐가 됐냐면요. 감마는 가격을 올려도 고객이 떠나지 않았어요. 팀 요금제, 울트라 요금제(월 90달러)를 추가해도 다 팔렸습니다. 왜? 이 고객군에게 그 가격은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으니까요. 컨설팅 펌이 프레젠테이션 도구에 월 90달러 쓰는 건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초창기 감마에는 마케터가 없었어요. GTM만 존재했습니다. 이게 핵심이에요.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팔 것인가'를 먼저 설계하고 시장에 나간 거죠.

2026년 3월 12일에 무료 세미나가 있을 예정 입니다. (이미지 클릭 시 안내)
2026년 3월 12일에 무료 세미나가 있을 예정 입니다. (이미지 클릭 시 안내)

'회의실병'이 만드는 세 가지 함정

GTM 전략 없이 제품을 내놓는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빠지는 함정이 있어요. 저는 이걸 '회의실병'이라고 부릅니다.

첫 번째 함정: 고객 설정 오류. 내부에서 "우리 제품 대단해!"라고 흥분하지만, 정작 돈을 내고 쓸 사람이 누구인지 정의하지 않은 채 출시하는 거예요. AI 녹음 요약 서비스를 예로 들어볼게요. 편리해 보이죠. 하지만 회의실에서 모든 참석자의 동의 없이 녹음하는 건 프라이버시 문제가 생겨요. 이걸 정말 돈 내고 쓸 집단은 누구일까요? 국회 속기록처럼 법적으로 기록이 의무화된 영역이에요. 목표 고객을 잘못 잡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시장에서 먹히지 않아요.

두 번째 함정: 가격 미스매칭. 한국 스타트업들이 특히 많이 빠지는 함정이에요. PMF를 먼저 찾고, 가격은 나중에 고민하겠다는 순서죠. 하지만 실제로는 순서가 반대예요. 가격을 먼저 설정하고, 그 가격에 팔리는지를 확인하는 게 PMF를 검증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에요. ChatGPT가 20달러로 시작한 것도, 제미나이가 비슷한 가격대를 잡은 것도 "완벽한 PMF를 찾았기 때문"이 아니에요. 경쟁사 가격을 기준으로 먼저 시장을 선점하고, 이후에 핏을 조정한 거예요.

세 번째 함정: 3F 고객 의존. Friends, Family, Followers — 친구, 가족, 지인이에요. 제품을 출시하면 가장 먼저 인스타에 올리고, 주변 사람들한테 "다운받아줘" 하죠. 다운은 받아줘요. 하지만 다시 접속하진 않아요. 리텐션을 박살 내는 지표만 제공하고 사라지는 거예요. 유료 고객이 아닌 호의적 사용자에게서 받는 피드백은 노이즈일 가능성이 높아요.

쿠팡, 슬랙, 줌 — 반복 매출의 구조를 만든 기업들

GTM 전략이 작동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려진 사례들을 통해 볼게요.

쿠팡은 원래 '쿠폰팡팡'이라는 소셜커머스였어요. 티몬, 위메프와 같은 판에서 놀고 있었죠. 하지만 풀필먼트[4]​ 기반 로켓배송으로 전환하면서, 경쟁의 축 자체를 바꿨어요. '가격'이 아니라 '배송 속도'를 가치로 내세운 거죠. "자정 전 주문하면 새벽에 온다"는 경험은 인간의 근원적 불안 — '언제 오지?' — 을 해소해줬어요. 와우 멤버십 가격을 58%나 올려도 회원 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한번 길들여진 편의성은 해지하기 어렵거든요.

슬랙은 바텀업 전략의 교과서예요. 현장 직원들이 먼저 쓰게 만들고, 조직 전체로 확산시킨 뒤 엔터프라이즈 계약으로 전환했죠. 대부분의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와 계약해서 팀즈를 이미 무료로 쓸 수 있었는데도, 슬랙에 이중 결제를 할 만큼의 가치 차이를 만들어냈어요.

줌은 코로나 이전부터 '원클릭 접속'이라는 핵심 가치를 설계해뒀어요. 온라인 회의 참가자들이 시작 1분 전까지 링크를 찾지 않는다는 행동 패턴을 관찰하고, 별도 설치 없이 링크 하나로 바로 입장할 수 있게 만든 거예요. 참여자와 관리 기능의 퍼미션을 세분화해서 가격을 쪼갰고, 이게 탄탄한 매출 구조로 이어졌습니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하나예요. 제품의 기술적 우수성이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먼저 설계했다는 거죠. 그리고 그 설계의 핵심에 GTM 전략이 있었어요.

오스왈드의 시선

저는 이 주제를 데이터 전문가와 GTM 컨설턴트, 두 가지 시선으로 보고 있어요.

데이터 전문가로서 먼저 짚고 싶은 건, '반복 가능한 매출'이라는 개념이 사실 측정의 문제라는 거예요. MRR과 ARR은 단순한 재무 지표가 아니에요. 고객이 우리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택하는가를 측정하는 행동 지표예요. 많은 스타트업이 MAU(월간 활성 사용자)나 다운로드 수에 집착하는데, 이건 왓챠 사례에서 봤듯이 실제 지불 의사와 전혀 다른 지표예요. 서비스 종료 소식에 "정말 좋은 서비스인데 아쉽다"며 댓글을 다는 수만 명이 유료 구독을 했다면, 그 회사는 살아남았을 겁니다.

GTM 전략 컨설턴트의 시선에서 보면, 한국 시장은 역설적으로 GTM을 시작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에요. 단일 민족, 단일 언어, 단일 문화권, 비슷한 정서 — 마케팅 변수가 '나이·성별·관심사·지역' 정도로 압축돼요. 미국 캘리포니아 베이 에리어만 해도 인종이 일곱 개 이상 섞여 있고, 문화권·언어·정서가 전부 다릅니다. 한국은 1차 방정식이라면, 글로벌은 N차 방정식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봐요. 한국에서 반복 매출 구조를 만들지 못하는 제품이 글로벌에서 성공할 확률은 극히 낮다고요. 반대로, 한국이라는 '통제된 실험실'에서 GTM을 제대로 검증한 뒤 글로벌로 나가는 전략이 훨씬 현실적이에요.

지금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두 가지 병이 돌고 있다고 느껴요. 하나는 비전병 — 매출은 안 내면서 꿈만 파는 것. 다른 하나는 회의실병 — 시장에 나가보지 않고 내부에서만 토론하는 것. GTM은 이 두 가지 병에 대한 처방전이에요.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냉정한 시장 검증과 반복 가능한 매출 구조를 만드는 일이니까요.

마치며

오늘의 핵심을 세 가지로 정리하면 이래요.

GTM은 마케팅도, 세일즈도, 그로스 해킹도 아닌 '반복 매출의 전략 설계자'예요.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누구에게, 얼마에, 어떤 채널로 팔 것인가'를 먼저 설계하는 직무죠.

기술적 우수성만으로는 시장에서 이기지 못해요. 감마는 기술 최강자가 아니었지만 고객을 정확하게 골라서 흑자 유니콘이 됐고, 쿠팡은 소셜커머스에서 풀필먼트로 전환하면서 가치의 축을 바꿔서 시장을 장악했어요.

한국 스타트업이 다음 단계로 가려면, '더 좋은 제품'이 아니라 '더 정확한 시장 전략'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 전략을 세우는 사람이 GTM이에요.

혹시 지금 "우리 제품은 좋은데 왜 안 팔리지?"라는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이 질문을 한번 던져보세요. "우리, 시장에 가봤나요?"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배경 지식

  • Lenny Rachitsky & Vercel CTO, GTM 무료 강의 : 버셀, 스트라이프, 구글 출신 GTM 전문가의 실무 인사이트를 무료로 볼 수 있어요.
  • Peter Thiel, Zero to One, Crown Business, 2014. : 독과점과 반복 매출 구조에 대한 근본적 사고 프레임을 제공하는 책이에요.

관련 영상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진행한 세미나를 공유 하는 오늘 뉴스레터의 원본 영상이에요. 사례와 Q&A를 영상으로 더 깊이 확인할 수 있어요.

https://www.youtube.com/live/s5-hC9rtZEs?si=kbVFblSsLMUpD2q2

https://www.youtube.com/live/ZA_mX2UhB04?si=NKoh8ekmlE-fySBQ

 

각주

  1. [1] PMF (Product-Market Fit): 제품이 시장의 필요에 딱 맞아떨어지는 상태를 말해요. 쉽게 말하면 '이 제품,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거 맞아?'에 대한 검증이에요.
  2. [2] CSO (Chief Strategy Officer): 최고전략책임자. 기업의 장기 전략 방향을 수립하고 실행을 총괄하는 임원이에요.
  3. [3] ARR (Annual Recurring Revenue): 연간 반복 매출. 구독 기반 비즈니스에서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을 뜻해요. 일회성 매출과 구분되는 핵심 건전성 지표예요.
  4. [4] 풀필먼트 (Fulfillment): 주문 접수부터 포장, 배송, 반품까지 물류의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것을 말해요. 쿠팡이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새벽배송을 가능하게 한 핵심 인프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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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광섭은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OBF(Oswarld Boutique Consulting Firm) 리드 컨설턴트다. 대학에서 경영데이터 관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한편, 현장에서는 GTM 전략과 인공지능 전략 컨설팅을 이끌며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설계하고 있다. AI 대화 시스템의 기억 아키텍처(HEMA) 연구로 학술 논문을 발표했으며, 매일 글로벌 AI 논문을 큐레이션하는 Daily Arxiv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KBMA와 기술경영전문대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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