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혹시, 어릴 때, 우주에 관련된 책을 읽으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어머니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우주 시리즈를 사주셔서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사실 그때는 이미 90년대라 이미 우주라는 것은 약간? 유행이 지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다시 인류는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떄 보다 많이 하고 있어요.
좀 더 정확히 이야기 해볼까요?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의 유진 서넌이 달 표면에서 발을 뗀 이후 53년이 지났어요. 그사이 스마트폰 하나가 당시 NASA 전체 컴퓨터보다 강력해졌고, 지구 궤도에는 위성이 1만 개 넘게 떠다니고 있어요. 그런데 인간은 단 한 번도 달에 돌아가지 못했어요.
그 53년의 침묵이 곧 깨져요. 어제, 4월 1일에 NASA의 아르테미스 II가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우고 달을 향해 출발했어요. 다만 이번에는 착륙하지 않아요. 자유귀환 궤적[1]을 따라 달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비행이에요. 그런데 제가 주목하는 건 이 발사 자체가 아니에요. 발사 한 달 전인 2월 27일, NASA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전체를 대폭 뜯어고쳤다는 사실이에요. 그리고 그 배경에는 중국이 있어요.
왜 53년이나 걸렸을까 달에 안 간 게 아니라, 갈 이유가 없었어요
아폴로 계획의 본질은 과학 탐사가 아니었어요. 냉전 시대의 체제 선전전이었어요.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면서 미국은 기술적 열위에 대한 공포를 느꼈고, 그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연방 예산의 4.4%를 NASA에 쏟아부었어요. 오늘날 가치로 약 2,800억 달러, 한화로 약 380조 원에 달하는 금액이에요.
목표는 달성됐어요.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디뎠고, 미국의 자존심은 회복되었어요. 하지만 목표가 달성되자 이유가 사라졌어요. 베트남 전쟁으로 재정적자가 심각해진 미국에서 '더 이상 실익 없는 우주 탐사'에 큰 돈을 쓸 여력은 없었어요. 아폴로 18호부터 20호까지의 미션은 취소됐고, NASA 과학자들이 꿈꾸던 달 기지와 화성 탐사 계획도 서랍 속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21세기 들어 두 가지가 바뀌었어요.
첫째, 달에서 자원이 발견됐어요. 2008년 인도의 찬드라얀 1호가 달 북극에 6억 톤 이상의 얼음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물은 마실 수 있고,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면 로켓 연료가 돼요. 달에서 '현지 조달'이 가능하다는 뜻이에요. 여기에 핵융합 발전의 미래 원료로 주목받는 헬륨-3[2]의 달 매장량은 100만 톤 이상으로 추정돼요.
둘째, 중국이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어요. 1960년대에는 존재감이 없던 중국이 이제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을 운영하고, 창어 6호로 달 뒷면 토양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는 데 성공한 나라가 됐어요. 그리고 2030년까지 유인 달 착륙을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예요.
자존심 대결의 동기는 사라졌지만, 자원과 지정학적 경쟁이라는 새로운 동기가 생긴 거예요.
두 개의 달 프로젝트 — 같은 목적지, 전혀 다른 경로

미국: 복잡하고 야심 차지만, 삐걱거리는 아르테미스. 그리고 스페이스X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2012년부터 2025년까지 이미 약 930억 달러(한화 약 126조 원)를 소진했어요. 미션 1회당 비용은 약 41억 달러로, NASA 감사관실조차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수준이에요. 핵심 장비인 SLS[3] 로켓은 스페이스 셔틀 부품을 재활용해 만들었고, 1회용이에요. 비평가들은 SLS를 'Senate Launch System(상원 발사 시스템)'이라 부르기도 해요. 의회 지역구의 항공우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예산 분배 프로젝트라는 비꼬는 뜻이에요.
2022년 무인 시험비행인 아르테미스 I에서 오리온 캡슐의 열 차폐막이 예상보다 심하게 손상되는 문제가 발생했어요. 대기권 재진입 시 열 차폐 물질(AVCOAT)[4]이 갈라지고 벗겨진 거예요. NASA는 열 차폐막 자체를 교체하는 대신 재진입 궤도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우회했는데, 전직 우주비행사이자 열 차폐 전문가인 찰스 카마다는 공개 서한을 통해 이를 "심각한 위험"이라고 경고했어요.
결정적인 변화는 올해 2월 27일에 나왔어요. NASA 국장 재러드 아이작먼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대대적 구조조정을 발표한 거예요. 원래 첫 유인 달 착륙 미션이었던 아르테미스 III는 달 착륙을 포기하고, 2027년 저궤도[5]에서 착륙선과의 도킹 테스트 미션으로 전환됐어요. 실제 달 착륙은 아르테미스 IV(2028년)로 밀렸어요. 아이작먼의 설명에 따르면, "무인 발사 한 번 하고, 3년 기다리고, 달 돌고, 3년 기다리고 착륙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건 스페이스 X가 완전 판도를 뒤집어 버려요.
SLS Block 1B 업그레이드와 모바일 런처 2도 전면 취소됐어요. 대신 기존 Block 1 사양을 표준화하고, 발사 주기를 3년에서 10개월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이에요. 머큐리·제미니·아폴로 시절처럼 빠르게 연속 발사하면서 경험을 쌓겠다는 전략으로의 회귀예요.
중국: 느리지만 일관된 계단식 접근
중국의 달 프로그램은 1992년 '921 프로젝트'에서 출발했어요. 30년 넘게 정권이 바뀌어도 큰 방향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 미국과 가장 큰 차이예요. IEEE Spectrum은 이를 "다른 나라가 하지 못한 것, 즉 모든 것을 통합했다"고 평가했어요.
중국의 유인 달 착륙 계획은 창정 10호 로켓 2기를 사용해요. 하나는 3인승 캡슐 멍저우(梦舟)를, 다른 하나는 달 착륙선 란위에(揽月)를 실어 올려요. 달 궤도에서 도킹한 뒤, 2명이 착륙선을 타고 내려가는 구조예요. 아폴로와 비슷하지만 더 현대화된 버전이에요.
올해 2월에는 창정 10호의 저고도 시험비행, 멍저우의 최대 동압 탈출 시험, 란위에의 착륙·이륙 통합 시험을 잇따라 완료했어요. 하이난성 원창 우주발사장의 인프라 건설도 올해 본격적으로 가속화돼요. 로봇 프로토타입 시험(2027~2028년), 무인 합동 미션(2028~2029년)을 거쳐 2030년 유인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두 프로그램을 비교하면 흥미로운 대조가 드러나요. 미국은 스페이스X의 스타십 HLS[6]처럼 기술적으로 혁신적이지만 검증이 안 된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어요. 궤도 급유[7]라는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기술이 필수 전제 조건이에요. 반면 중국의 란위에는 아폴로의 납작하고 다리 달린 달 착륙선에 더 가까운, 보수적이지만 리스크가 낮은 설계예요. 궤도 급유 같은 미검증 기술도 필요 없어요.
진짜 판돈 — 발사대가 아니라 '규칙'이에요
기술 경쟁의 이면에는 더 근본적인 경쟁이 있어요. 달의 자원을 누가, 어떤 규칙으로 쓸 것인가의 문제예요. 1967년 우주 조약(Outer Space Treaty)은 "어떤 국가도 우주 공간에 대한 주권이나 점유를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조약은 냉전 시대에 만들어진 군비 통제 조약이에요. 달 표면의 자원 채굴이나 민간 기업의 상업적 활동에 대해서는 사실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이 꺼낸 카드가 아르테미스 어코드(Artemis Accords)예요. 2020년에 8개국으로 시작해 현재 61개국이 서명한 상태예요. 핵심 내용은 '달 자원 채취는 영토 점유가 아니다'라는 해석이에요. 쉽게 말하면, 달에서 물이나 광물을 캐는 건 합법이고, 그게 해당 국가의 영토를 주장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논리예요.
하지만 이건 미국의 일방적 해석이에요. 중국과 러시아는 아르테미스 어코드에 서명하지 않았어요. 러시아는 이를 "미국 중심의 노골적인 국제 우주법 만들기"라고 비판했고, 중국 관영 매체는 "유럽 식민지 시대의 인클로저 운동[8]과 다를 바 없다"고 반발했어요. 대신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달연구기지(ILRS)[9]라는 별도의 프레임워크를 추진하고 있어요. 파키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벨라루스 등이 합류한 상태예요. 개인적으론, NATO와 BRICS의 대립이 또 우주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되어요.
특히 주목할 부분은 아르테미스 어코드의 '안전 구역(safety zones)' 개념이에요. 달 표면의 기지나 채굴 시설 주변에 임시 완충 지대를 설정하고, 다른 국가가 접근할 때 사전 협의를 요구하는 거예요. 이론적으로는 합리적이지만, 쾰른대학교 국제우주법 연구소 소장 슈테판 호베 교수는 "안전 구역은 특정 구역을 확보하는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우주 조약이 금지한 바로 그것"이라고 지적해요.
결국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건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에요. 달에 도착하기도 전에, 달 위에서의 게임 규칙을 누가 먼저 쓰느냐를 놓고 벌이는 제도 경쟁이에요. 그리고 이 규칙이 확정되면 우주 자원의 분배 구조가 결정되는 거예요.
오스왈드의 시선
솔직히, 저는 이번 달 경쟁을 순수한 탐사의 시선으로 보기 어려워요.
GTM 전략을 수립하면서 자주 보는 패턴이 있어요. 시장에서 '표준'을 선점한 쪽이 이긴다는 거예요. VHS 대 베타맥스, USB-C 대 라이트닝, 결제 시스템의 표준화 전쟁까지. 기술적으로 우월한 쪽이 이기는 게 아니라, 규칙을 먼저 깔아놓은 쪽이 시장을 지배해요.
아르테미스 어코드가 정확히 그 전략이에요. 미국은 달에 사람을 보내기도 전에, 달 위에서의 행동 규범을 61개국과 합의해 놓았어요. 이건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규제 선점 프로젝트예요. 반대편에서 중국은 ILRS로 별도의 진영을 구축하고 있고요. 참고로 대한민국은 아르테미스 어코드에 10번째로 가입했어요.
데이터 관점에서 보면, 두 프로그램의 비용 구조가 극적으로 대비돼요. 미국은 SLS 1회 발사에 약 41억 달러를 쓰는 반면, 스페이스X의 스타십은 완전 재사용 시 1억 달러 이하를 목표로 해요. 40배 차이예요. NASA도 이걸 알아요. 그래서 올해 SLS Block 1B 업그레이드를 취소하고, 장기적으로는 상업 발사체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거예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자체가 사실상 과도기 시스템인 셈이에요.
제가 가장 우려하는 건 제도적 공백이에요. 1967년 우주 조약은 100개국 이상이 가입했지만, 자원에 대해서는 침묵해요. 아르테미스 어코드는 61개국이 서명했지만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약속이에요. 중국·러시아의 ILRS는 아직 참여국이 소수예요. 결국 달에서 두 강대국이 자원을 놓고 충돌하면, 적용할 수 있는 확정된 국제법이 아직 없어요. 기술이 제도보다 빨리 달리고 있는 전형적인 상황이에요.
마치며
50년 만의 달 귀환은 세 가지를 동시에 말해 줘요. 하나, 달에 경제적 가치가 생겼어요. 물, 헬륨-3, 희토류[10]는 더 이상 공상과학 소재가 아니에요. 둘,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기술보다 제도에서 먼저 벌어지고 있어요.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보다, 도착한 뒤의 규칙을 누가 쓰느냐가 더 중요해요. 셋, 나머지 국가들은 이 경쟁에서 어느 진영의 규칙을 따를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스페이스X, 아르테미스 II가 성공적으로 발사된다면, 그건 53년 만에 인간이 달 궤도에 돌아간다는 상징적 사건이에요. 하지만 진짜 게임은 그 이후에 시작돼요. 달에 누가 먼저 깃발을 꽂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채굴권의 규칙을 쓰느냐가 이 경쟁의 본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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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NASA, "NASA Adds Mission to Artemis Lunar Program, Updates Architecture", 2026.02.27.
- NASA, "NASA Strengthens Artemis: Adds Mission, Refines Overall Architecture", 2026.02.27.
- RAND Corporation, "China Is Going to the Moon by 2030. Here's What's Known About the Mission—and Why It Matters", 2025.11.
- IEEE Spectrum, "China Moon Mission: Aiming for 2030 Lunar Landing", 2026.03.
배경 지식
- American Society of International Law, "The Artemis Accords and the Future of International Space Law", ASIL Insights, Vol.24(31).
- NASA Inspector General, Artemis Program Cost Report (2022) — 미션당 41억 달러, 누적 930억 달러의 출처예요.
각주
- [1] 자유귀환 궤적 (Free-Return Trajectory): 우주선이 달의 중력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지구로 돌아오는 비행 경로예요. 엔진을 따로 점화하지 않아도 지구로 귀환할 수 있어서, 만약 우주선에 문제가 생겨도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는 '보험'이 내장된 경로라고 보면 돼요. 1970년 아폴로 13호가 사고 후 무사 귀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궤적 덕분이에요.
- [2] 헬륨-3 (Helium-3): 일반 헬륨보다 중성자가 하나 적은 동위원소예요. 핵융합 발전의 연료로 쓰이면 기존 원료(중수소·삼중수소)보다 방사성 폐기물이 훨씬 적게 발생해요. 지구에는 극히 희귀하지만, 달에는 태양풍의 영향으로 대량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돼요.
- [3] SLS (Space Launch System): NASA가 개발한 초대형 발사체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핵심 로켓이에요. 과거 스페이스 셔틀의 엔진(RS-25)과 고체 로켓 부스터를 재활용해 만들었어요. 저궤도에 약 95톤을 실어 올릴 수 있지만, 1회용이라 발사 비용이 매우 높아요.
- [4] AVCOAT (열 차폐 소재): 우주선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극고온(약 2,800°C)으로부터 캡슐을 보호하는 소재예요. 열을 받으면 겉면이 녹아 떨어지면서 열을 흡수·방출하는 '녹아내림 방식(ablative)' 차폐재예요. 아르테미스 I에서 이 소재가 예상보다 심하게 벗겨져 논란이 됐어요.
- [5] 저궤도 (LEO, Low Earth Orbit): 지표면에서 약 200~2,000km 높이의 궤도예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약 400km 높이에서 도는 게 대표적인 예예요. 달까지의 거리(약 38만 km)에 비하면 지구 바로 위라고 볼 수 있어요.
- [6] HLS (Human Landing System):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서 우주비행사를 달 궤도에서 달 표면까지 실어 나르는 착륙선이에요. 스페이스X(스타십 기반)와 블루오리진(블루문 기반)이 각각 개발 중이에요. 오리온 캡슐은 달에 직접 착륙할 수 없기 때문에 HLS가 반드시 필요해요.
- [7] 궤도 급유 (Orbital Refueling): 우주에서 로켓에 연료를 보충하는 기술이에요. 스페이스X의 스타십 HLS는 지구를 떠날 때 연료 대부분을 소모하기 때문에, 달까지 가려면 궤도에서 별도의 스타십으로부터 액체 메탄과 액체 산소를 재급유받아야 해요. 아직 한 번도 실증된 적 없는 기술이에요.
- [8] 인클로저 운동 (Enclosure Movement): 15~19세기 영국에서 공유지를 울타리로 둘러 사유화한 역사적 사건이에요. 원래 마을 사람 누구나 쓸 수 있던 땅이 지주의 사유 재산이 된 거예요. 중국이 아르테미스 어코드를 비판할 때 이 비유를 쓴 건, '모두의 것인 달을 미국이 사실상 사유화하려 한다'는 뜻이에요.
- [9] ILRS (International Lunar Research Station, 국제달연구기지):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달 기지 프로젝트예요. 미국 주도의 아르테미스 어코드에 대한 대안적 프레임워크로, 2030년대에 달 남극 부근에 상설 연구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예요. 파키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참여하고 있어요.
- [10] 희토류 (Rare Earth Elements): 란타넘, 네오디뮴, 이트륨 등 17개 원소를 묶어 부르는 말이에요.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모터, 미사일 유도 장치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이에요. '희귀하다'는 이름과 달리 매장량 자체는 적지 않지만, 채굴과 정제 과정이 까다롭고 환경 오염이 심해서 실질적으로 공급이 제한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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