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026년, 세 개의 안전장치가 동시에 풀린다

희토류, 핵 군비, 에너지 패권 — 구조를 읽지 못하면, 감정만 남아요.

202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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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s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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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지식토킹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주로 기술, 인문학,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들어가며

본 글은 2026년 1월 28일에 작성된 글 입니다. 

구독자님, 2026년이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났어요. 그런데 이 두 달 사이에 세계 질서를 지탱하던 안전장치 하나가 조용히 풀렸어요. 2월 5일, 미국과 러시아 간 마지막 핵 군비 통제 조약인 '뉴 스타트(New START)'가 만료됐거든요. 대부분의 뉴스에서는 한 줄짜리 속보로 지나갔지만, 이건 54년 만에 처음으로 핵 강대국들이 어떤 법적 구속도 받지 않는 시대가 열렸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이 조약 만료는 단독 사건이 아니에요. 지금 동시에 세 가지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이에요 — 희토류 공급망의 중국 독점, 핵 군비 통제의 공백, 그리고 에너지 패권의 이동. 오늘은 이 세 축이 왜 2026년에 동시에 부각되는지, 그리고 감정이 아닌 데이터로 이 상황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이야기해 볼게요.

첫 번째 잠금장치: 희토류, 캐도 끝이 아니에요

지금 국제 뉴스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희토류'예요. 희토류(Rare Earth)[1]​는 이름과 달리 지구에 꽤 널리 분포해 있어요. 문제는 '캐는 것'이 아니라 '정제하는 것'이에요.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2024년 데이터를 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69%, 정제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어요. 채굴 단계에서는 호주, 미국, 미얀마 등도 참여하지만, 원광석을 실제 산업에 쓸 수 있는 소재로 바꾸는 정제 공정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압도적이에요. 특히 고성능 영구자석[2]​ 제조에서는 중국 점유율이 94%에 달해요.

왜 이렇게 됐을까요? 핵심은 환경 비용이에요. 희토류 정제는 대량의 물과 산(酸)을 사용하고, 방사성 부산물까지 발생해요. 환경 규제가 엄격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매우 어려워요. 반면 중국은 수십 년간 이 환경 비용을 감수하며 정제 인프라를 구축해 왔고, 그 결과 기술적·경제적 우위까지 확보한 거예요.

그렇다면 미국은 손놓고 있었을까요? 아니에요. 2025년 7월, 미국 국방부는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의 희토류 기업인 MP Materials에 4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15%를 확보했어요. 국방부가 민간 광물 기업의 최대 주주가 된 거예요. 10년간 생산되는 희토류 자석 전량을 매입하겠다는 계약도 함께 체결했고요. 이건 단순한 산업 투자가 아니라, 사실상 국가 안보 차원의 공급망 확보 전략이에요.

하지만 여기서 냉정하게 봐야 할 숫자가 있어요. S&P Global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새로운 광산을 발견해서 실제 생산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29년이에요. 세계에서 잠비아 다음으로 긴 시간이에요. 환경 심사, 인허가, 소송 리스크까지 겹치기 때문이에요. 지금 당장 새 광산을 발견하더라도 본격적인 생산은 2050년대에나 가능하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미국은 단기적으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에 농수산물 40~50%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희토류 확보를 위해 브라질과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도 이 때문이에요. 관세로 압박하면서 동시에 자원 외교를 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 이것이 지금 미국이 처한 현실이에요.

두 번째 잠금장치: 54년 만의 핵 군비 통제 공백

2026년 2월 5일, 뉴 스타트 조약이 만료됐어요. 이 조약은 2010년에 체결되어 미국과 러시아 각각의 전략 핵탄두를 1,550기로, 운반 수단을 700기로 제한해왔어요. 핵 군비 통제 조약의 역사는 1969년 SALT I 협상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뉴 스타트는 그 긴 역사의 마지막 고리였어요.

이 조약이 왜 연장되지 못했을까요? 구조적 이유가 있어요. 뉴 스타트는 설계 당시부터 단 한 번의 5년 연장만 허용했어요. 2021년에 그 연장을 이미 사용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더 이상 연장이 불가능해요. 새로운 조약을 체결하려면 미국 상원의 3분의 2 인준이 필요한데, 현재 정치 환경에서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2025년 9월, 조약 만료 후에도 1년간 자발적으로 핵 보유량 제한을 유지하겠다고 제안했어요. 트럼프 대통령도 초기에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2026년 1월에는 "만료되면 만료되는 거다. 더 나은 합의를 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어요. 그리고 새 합의에는 반드시 중국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중국은 기존에 어떤 핵 군축 조약에도 참여한 적이 없어요.

미 국방부 추정에 따르면,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은 2020년 이후 거의 3배로 증가해 현재 600기 이상이며, 2030년까지 1,000기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요.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비축분을 포함해 수천 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조약 만료로 이 숫자를 늘릴 법적 제약이 사라진 거예요.

여기서 주목할 것은 우라늄 산업이에요. 핵 군비와 원자력 발전 모두에 필수적인 우라늄의 전환(conversion) 과정에서, 미국에는 허니웰(Honeywell)이 일리노이주 메트로폴리스에서 운영하는 시설이 유일한 상업용 우라늄 헥사플루오라이드(UF₆) 전환 공장이에요. 1958년에 건설된 이 시설은 전 세계 전환 용량의 약 20%를 차지해요. 원자력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셈이에요.

핵 군비 통제 조약의 공백은 단순히 '핵무기가 늘어날 수 있다'는 문제에 그치지 않아요. 조약에 포함되어 있던 상호 검증 시스템 — 현장 사찰, 데이터 교환, 미사일 발사 통보 — 이 모두 사라진다는 뜻이에요. 투명성이 사라지면 불확실성이 커지고, 불확실성은 군비 경쟁을 가속화해요.

세 번째 잠금장치: 에너지 패권의 조용한 이동

과거에는 석유를 많이 가진 나라가 지정학적 영향력을 행사했어요. 이른바 '페트로 스테이트(Petro State)'[3]​의 시대였죠. 그런데 지금 새로운 개념이 부상하고 있어요. '일렉트로 스테이트(Electro State)' — 전기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나라가 새로운 강자가 된다는 거예요.

중국은 이 전환을 가장 공격적으로 추진했어요. 태양광 패널 설치 규모에서 중국은 전 세계를 압도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이미 29%를 넘어섰어요. 반면 독일은 원전을 해체하면서 에너지 전환에서 뒤처졌고, 미국은 이제서야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4]​를 다시 확대하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어요.

전기차 시장도 마찬가지예요. 샤오펑(Xpeng), 지커(Zeekr) 같은 중국 브랜드가 빠르게 시장을 넓히고 있고, 볼보와 같은 유럽 브랜드도 중국 자본(지리자동차)의 영향력 아래 들어갔어요. 캐나다가 최근 중국 전기차에 대한 고관세를 완화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미국의 압박에 대한 외교적 카운터이기도 하지만, 중국 전기차의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5]​ 사업도 재평가가 필요해요. 물리적 인프라 연결이라는 원래 목표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 부분이 있지만, 에너지 인프라 수출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파이낸싱 측면에서는 상당히 성공적이었어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다수 국가들이 에너지 인프라와 자금 조달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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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의 진짜 비용: 누가 내고 있는가

이 세 가지 구조적 변화 위에, 현실적으로 가장 빠르게 체감되는 이슈가 관세예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외교적 협상 카드로서의 기능이 있지만, 실제 비용은 누군가가 지불해야 해요.

골드만삭스의 2025년 분석에 따르면, 관세 부담의 55%가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으며, 이 비율은 최대 7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해요. 예일대 Budget Lab은 가구당 연간 600~80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고요. 뉴욕 연방준비은행 데이터에서는 관세 부담의 약 90%가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2026년 11월 3일에는 미국 중간선거가 있어요.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이 유권자들에게 가장 크게 체감되는 시점이 선거 수개월 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전국민 배당이나 세금 감면 같은 보상 정책을 병행하려는 것도 이 맥락이에요.

유럽의 딜레마: 가치와 현실 사이

이 이야기에서 유럽을 빼놓을 수 없어요. 유럽은 수십 년간 난민 수용, 국제 원조, 환경 보호의 가치를 내세워왔어요. 그런데 최근 10년간 경제 침체가 깊어지면서 이 가치를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시리아 난민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추가 난민, 거기에 미국의 국제기구 탈퇴(트럼프 행정부는 60곳 이상의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거나 탈퇴를 예고했어요) — 이 모든 부담이 유럽에 집중됐어요. 제한된 세수로 자국민 복지와 난민 지원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럽 곳곳에서 우파 정당이 득세하는 건 구조적으로 설명이 가능해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정치적 생명을 걸고 국회를 해산했음에도 고전하고, 이탈리아에서 멜로니 총리가 집권하고, 독일에서 극우 정당이 세를 확장하는 현상 — 이건 단순히 '유럽이 보수화됐다'가 아니라, 장기간 유지해온 정책과 현실 간의 괴리가 임계점을 넘은 결과예요.

국제 원조 예산 삭감은 이미 진행 중이에요. 미국이 먼저 빠졌고, 유럽도 뒤따르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건 사회적 약자예요. 이건 감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원조 축소 → 개발도상국 불안정 → 난민 증가 → 유럽 내 갈등 심화라는 예측 가능한 피드백 루프예요.

오스왈드의 시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세 가지 이슈를 볼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데이터를 보자'예요.

데이터 분석을 업으로 해온 사람으로서, 감정적 반응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 바로 불확실성이 높을 때라는 걸 잘 알아요. "중국이 싫다"거나 "미국이 옳다"는 감정은 자유예요. 하지만 그 감정이 구조를 읽는 눈을 가리면, 우리는 대비할 수 없어요.

오늘 이야기한 내용 중에 중국 정부가 발표한 자료는 하나도 없어요. 미국 국방부, USGS, 골드만삭스, S&P Global, 예일대 Budget Lab, 국제에너지기구(IEA) — 전부 서방 기관의 공식 데이터예요. 이 데이터가 말해주는 건 명확해요: 중국은 희토류 정제, 에너지 생산, 제조업 밸류체인에서 구조적 우위를 갖고 있고, 이 우위는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아요.

특정 국가를 싫어하는 건 개인의 자유예요. 하지만 싫어하는 것과 과소평가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예요. GTM 전략을 수립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경쟁자를 감정적으로 무시하는 순간 전략은 무너져요. 국가 간 관계도 다르지 않아요.

제가 봤을 때, 2026년에 정말 중요한 역량은 이거예요: 감정과 구조를 분리해서 읽는 능력. 희토류든, 핵 군비든, 에너지 패권이든 — 숫자가 말해주는 구조를 먼저 읽고, 그 위에서 판단을 내리는 거예요. 문명이라는 게임을 해보면 알지만, 어제의 동맹이 오늘의 적이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협상 파트너가 돼요. 외교에서 영원한 편은 없어요. 있는 건 이익과 구조뿐이에요.

마치며

정리하면 이래요.

첫째, 희토류 정제에서 중국의 90% 점유율은 단기간에 바뀌지 않아요. 미국이 신규 광산을 개발해도 생산까지 29년이 걸리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요. 둘째, 뉴 스타트 만료로 54년 만에 핵 강대국 간 법적 구속이 사라졌고, 검증 시스템의 부재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어요. 셋째, 에너지 패권이 석유에서 전기로 이동하면서, 재생에너지와 전기차에서 선점한 국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요.

이 세 가지는 각각 독립된 이슈처럼 보이지만, 사실 하나의 공통점이 있어요: 기존 질서를 지탱하던 안전장치가 풀리고 있다는 거예요. 이런 시기일수록,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세상을 읽는 연습이 필요해요. 오늘 뉴스레터가 그 연습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배경 지식

관련 영상

각주

  1. [1]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란탄 계열 15개 원소에 스칸듐, 이트륨을 포함한 17개 금속 원소를 총칭해요. 이름과 달리 실제로 '희귀'한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추출·정제하기가 매우 어렵고 비용이 높아요. 반도체, 전기차 모터, 미사일 유도 시스템 등에 필수적으로 쓰여요.
  2. [2] 영구자석(Permanent Magnet): 외부 전원 없이 자기장을 유지하는 자석이에요. 네오디뮴(NdFeB) 자석이 대표적인데,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데이터센터 장비 등에 핵심 부품으로 들어가요. 중국이 전 세계 생산의 94%를 차지하고 있어요.
  3. [3] 페트로 스테이트(Petro State): 석유 수출이 국가 경제의 핵심인 나라를 지칭하는 개념이에요.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중동 산유국이 대표적이에요. 에너지 전환이 진행되면서 이 개념의 유효성이 줄어들고 있어요.
  4. [4]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모듈원자로): 기존 대형 원자로 대비 발전 용량이 작고(300MW 이하),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차세대 원자로예요. 건설 기간이 짧고 초기 투자 비용이 낮아 미국, 한국 등에서 개발이 활발해요.
  5. [5]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2013년 시진핑 주석이 발표한 대규모 인프라·경제 협력 구상이에요.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하겠다는 프로젝트인데, 물리적 도로 연결보다는 에너지 인프라 수출과 개발금융 측면에서 더 큰 성과를 거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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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광섭은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OBF(Oswarld Boutique Consulting Firm) 리드 컨설턴트다. 대학에서 경영데이터 관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한편, 현장에서는 GTM 전략과 인공지능 전략 컨설팅을 이끌며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설계하고 있다. AI 대화 시스템의 기억 아키텍처(HEMA) 연구로 학술 논문을 발표했으며, 매일 글로벌 AI 논문을 큐레이션하는 Daily Arxiv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KBMA와 기술경영전문대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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