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구독자님, 3월 6일 중국 선전의 텐센트 본사 앞에 천 명 가까운 사람들이 줄을 섰어요. 맥북을 안은 개발자, NAS 드라이브를 든 직장인, 심지어 9살 초등학생까지. 이들이 기다린 건 아이폰 신제품도, 한정판 피규어도 아니었어요. 빨간 가재 한 마리였어요.
OpenClaw라는 오픈소스 AI 에이전트예요. '전민양하(全民养虾, 전 국민 가재 키우기)'라는 이름으로 중국 전역을 뒤흔들고 있는 이 현상은, 표면적으로는 "AI 도구가 인기를 끌고 있네"로 읽혀요. 하지만 그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훨씬 구조적이에요.
오늘은 이 가재 한 마리가 중국의 클라우드 시장, 메신저 생태계, 그리고 AI 모델 경쟁을 어떻게 동시에 재편하고 있는지 이야기해 볼게요.
가재가 뭐길래: OpenClaw의 정체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이 '가재'가 뭔지부터 짚을게요. OpenClaw는 오스트리아 개발자 Peter Steinberger가 2025년 말에 공개한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예요. 원래 이름은 Clawdbot이었는데, Anthropic의 Claude와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두 번 개명을 거쳐 지금의 이름에 안착했어요.
기존의 ChatGPT나 Claude, Gemini 같은 AI 도구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어요. 기존 도구들은 '대화'를 해요. OpenClaw는 에이전트로서 '일'을 해요. 사용자의 컴퓨터에 직접 설치되어 파일을 읽고, 이메일을 보내고, 코드를 작성하고, 브라우저를 조작해요. WhatsApp이나 Telegram 같은 메신저로 지시하면,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AI 직원처럼 작동하는 거예요.
프로젝트 아이콘이 빨간 바닷가재라서, 이걸 설치하고 학습시키는 과정이 마치 가재를 먹이 주고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양하(养虾, 가재 키우기)'라는 별명이 붙었어요. 출시 100일 만에 GitHub 역대 최다 스타를 기록했고, 추적 플랫폼에서 확인된 공개 인스턴스 14만 2천 개 중 거의 절반이 중국에서 나왔어요. 자, 이 가재가 중국 현지에서 일으키고 있는 파장은 크게 세 갈래예요.
첫 번째 파장: 클라우드 업체들의 새로운 먹거리
가재 열풍의 가장 직접적인 수혜자는 클라우드 회사들이에요.
OpenClaw는 작동할 때마다 대규모 언어 모델을 호출해요. 한 번의 대화가 아니라 '작업'을 수행하니까, 토큰[1] 소비량이 일반 챗봇과는 차원이 달라요. 간단한 자료 조사에 700만 토큰, 크롤러 테스트 한 번에 2,900만 토큰이 소비된다는 보고도 있고, 하루 종일 돌리면 5,000만 토큰을 쓰는 사례도 등장했어요. 한 달 제대로 쓰면 약 1억 토큰, 비용으로 환산하면 7천 위안(약 130만 원) 수준이에요.
이건 모델 회사와 클라우드 업체 입장에서 토큰 소비의 구조적 폭증을 의미해요. 에이전트는 한 번의 작업에서 수만~수십만 토큰을 태워요. 사람이 채팅하는 것과는 소비 패턴 자체가 달라요.
결과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어요. MiniMax의 M2 시리즈 모델은 2026년 2월 기준 일일 토큰 소비량이 2025년 12월 대비 6배 이상 증가했어요. Moonshot AI의 Kimi K2.5는 출시 20일 만에 누적 수입이 2025년 전체 매출을 넘어섰어요. MiniMax는 2월 기준 연간환산매출(ARR)이 1.5억 달러를 돌파했고요.
텐센트 클라우드, 알리 클라우드, 바이두 스마트 클라우드, 화산엔진(火山引擎, 바이트댄스 계열)까지, 중국의 주요 클라우드 업체들은 OpenClaw 전용 원클릭 배포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출시했어요. 텐센트 클라우드의 경량 서버 Lighthouse는 OpenClaw 클라우드 사용자가 10만 명을 돌파했고, 알리 클라우드도 월 7.9위안(약 1,500원)부터 시작하는 코딩 플랜을 내놨어요.
여기서 한 발짝 더 들어가 볼게요. 지금까지 AI 과금 모델은 단순했어요. 토큰을 쓴 만큼 내는 종량제. 그런데 에이전트 시대에는 이 구조가 흔들려요. 같은 "이메일 처리" 작업이라도, 단순 요약은 수천 토큰이면 되지만, 첨부파일을 분석하고 답장까지 작성하면 수십만 토큰이 날아가요.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메일 하나 처리했을 뿐"인데 비용은 100배가 달라지는 거예요. 이 괴리가 커지면, 과금의 기준 자체가 바뀔 수밖에 없어요. AI가 쓰는 만큼 내는 시대를 지나서, AI로 처리하는 업무의 종류에 따라 과금하는 시대로 가고 있는 거예요. 클라우드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코딩 플랜', '에이전트 플랜'을 따로 내놓는 것도 이 흐름의 초기 신호예요.
이건 중국만의 현상이 아니에요. AWS, Cloudflare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돼요. 에이전트가 인간 중심 인프라를 넘어서 '에이전트 중심 인프라'를 필요로 하기 시작한 것이에요. 더 많은 호출, 더 긴 세션, 더 많은 컴퓨팅 — 클라우드 회사들 입장에서는 분명한 새 먹거리예요.
두 번째 파장: 위챗이라는 난공불락에 금이 가다
중국의 모바일 생태계는 위챗(WeChat/微信)이라는 슈퍼앱을 중심으로 10년 넘게 공고하게 작동해왔어요. 월간 활성 사용자 10억 명 이상, 메시징·결제·소셜·커머스를 모두 품은 플랫폼이에요. 한국의 카카오톡이 가진 지위를 훨씬 넘어서는, 사실상 중국 디지털 생활의 운영체제 같은 존재예요. 중국에 한 번이라도 여행을 가보시거나 중국인 친구가 있으신 분들은 아실거에요. 이 앱의 영향력을... 그런데 OpenClaw 열풍이 이 구조에 균열을 만들고 있어요.
OpenClaw의 핵심 인터페이스는 메신저예요. WhatsApp, Telegram, Slack, Discord — 이미 쓰고 있는 메신저 앱으로 AI에게 지시를 내리면 되는 구조예요. 문제는 중국에서 이런 해외 메신저들은 만리방화벽(GFW)[2] 때문에 접근이 어렵다는 거예요.
이 틈새를 메우기 위해 텐센트의 QQ가 가장 먼저 OpenClaw 지원에 나섰어요. QQ는 위챗보다 봇 생태계가 성숙한 플랫폼이에요. 이어서 비즈니스 메신저 기업위챗(企业微信, WeCom), 바이트댄스의 페이수(飞书, Feishu)까지 OpenClaw 공식 플러그인을 내놓기 시작했어요. 텐센트가 QClaw라는 제품을 내놓아 위챗·QQ 양쪽에서 OpenClaw를 원격 제어하는 방안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어요.
여기서 흥미로운 역전이 일어나요. 2025년 12월, 바이트댄스가 더우바오(豆包) 폰 어시스턴트를 출시했을 때 일어난 일을 기억할 필요가 있어요. 이 에이전트가 위챗을 조작하려 하자, 위챗은 48시간 만에 사용자를 강제 로그아웃시켰어요. 타오바오는 캡차를 발동했고, 금융 앱들은 보안 경고를 띄웠어요. 바이트댄스는 결국 위챗 조작 기능을 비활성화하고 물러났어요. (같은 중국 기업임에도 불구하구요!)
그런데 3개월 뒤, OpenClaw가 등장했을 때 중국 테크 생태계의 반응은 정반대였어요. 텐센트 본사 앞에서 사람들이 직접 줄을 서서 설치를 도왔어요. 자사 플랫폼에 적극 연동했어요. 왜일까요? OpenClaw는 특정 기업의 제품이 아니라 오픈소스 커뮤니티 프로젝트이기 때문이에요. 어떤 기업도 '우리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만큼, 어떤 기업도 배제할 명분이 없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위챗 중심의 단일 메시징 생태계에 QQ, 페이수, 딩톡(钉钉) 같은 플랫폼들이 '에이전트 인터페이스'라는 새로운 경쟁 축으로 궐기하는 상황이 만들어졌어요. 중국 모바일 생태계에서 메신저 경쟁이 이렇게 다시 불붙은 건, 여러 현지 관계자들 말에 따르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에요.
세 번째 파장: 중국 AI 모델의 글로벌 재조명
세 번째 파장이 어쩌면 가장 장기적인 의미를 가져요.
OpenRouter(세계 최대 LLM API 집계 플랫폼) 데이터가 충격적이에요. 2026년 2월 24일 기준, 플랫폼 상위 10개 모델의 총 토큰 소비량 중 61%가 중국 모델이었어요. 상위 3개 모델이 전부 중국산이었고요. MiniMax M2.5가 주간 2.45조 토큰으로 1위, Moonshot AI의 Kimi K2.5가 1.21조 토큰으로 2위, 지푸 AI(智谱)의 GLM-5가 7,800억 토큰으로 3위. 미국 모델이 오랫동안 지키던 자리를 한꺼번에 뒤집은 거예요.
이걸 가능하게 한 핵심 요인은 가격이에요. MiniMax M2.5의 입력 토큰 비용은 100만 토큰당 0.3달러예요. Anthropic의 Claude Opus 4.6는 같은 기준에 5달러예요. 약 16.7배 차이. 출력 토큰은 차이가 더 벌어져서, MiniMax M2.5가 1.1달러인 데 비해 Claude Opus 4.6는 25달러, 거의 23배예요.
아이러니한 건, 이 가격 경쟁력의 배경에 미국의 대중(對中) 기술 제재가 있다는 점이에요. 최첨단 GPU 수출 제한으로 인해, 중국 AI 기업들은 클라우드 API 중심이 아닌 설치형·온디바이스·온프레미스 모델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어요. MiniMax의 M2.5는 총 2,29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지만, 추론 시 실제 활성화되는 건 약 100억 개에 불과한 MoE(혼합전문가)[3] 아키텍처를 써요. 적은 연산으로 높은 성능을 뽑아내는 방식이에요.
결과적으로 에이전트 경제가 본격화되면서, 장시간 자율적으로 작동하며 수만~수십만 토큰을 소비하는 에이전트 워크플로우에서 가격이 결정적 변수가 된 거예요. OpenRouter COO Chris Clark은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들이 "미국 기업들이 운영하는 에이전트 플로우에서 불균형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a16z의 파트너 Martin Casado는 오픈소스 AI 스택을 사용하는 스타트업의 약 80%가 중국 모델을 돌리고 있다고 추정했어요. 자세한건 지난 뉴스레터인 <실리콘밸리가 '조용히' 중국 AI를 쓰고 있어요>를 참고해주세요.
SWE-Bench Verified 기준으로 MiniMax M2.5는 80.2%, Claude Opus 4.6는 80.8%예요. 성능 차이는 0.6%p인데, 가격 차이는 16~23배.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수백 번 API를 호출하는 시대에, 이 가격 차이가 시장 점유율로 직결되고 있는 거예요.
오스왈드의 시선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현상을 처음 봤을 때 저도 "AI 에이전트가 또 유행인가 보다"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데이터를 파면 팔수록, 이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에이전트 경제의 실제 작동 방식이 드러나는 순간이라는 걸 느꼈어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초기에는 항상 "이걸로 뭘 할 수 있지?"라는 상상이 앞서요. 그런데 실제로 시장을 바꾸는 건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비용 구조와 유통 경로예요.
OpenClaw가 보여주는 건 세 가지예요. 첫째, 에이전트는 챗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토큰을 태운다 — 이건 클라우드와 모델 회사의 수익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꿔요. 둘째, 에이전트의 인터페이스는 메신저다 — 이건 플랫폼 경쟁의 축을 '사용자 수'에서 '에이전트 호환성'으로 이동시켜요. 셋째, 에이전트 시대에는 1회 호출 비용이 아니라 수만 회 호출의 누적 비용이 모델 선택을 결정한다 — 이건 중국 모델의 가격 경쟁력이 단순한 덤핑이 아니라 구조적 우위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물론 지금의 열풍에는 과열된 부분도 분명 있어요. 보안 취약점이 이미 속속 드러나고 있고, 공업정보화부(MIIT)가 두 차례에 걸쳐 보안 경고를 발령했어요. 824개의 악성 스킬이 확인되었고, 13만 5천 개의 OpenClaw 인스턴스가 공개 인터넷에 노출되어 있다는 보고도 있어요. 전형적인 '기술 확산이 보안을 앞지르는' 패턴이에요.
하지만 거품이 빠진 뒤에도 남는 것이 있어요. 이번 열풍이 증명한 건 에이전트에 대한 수요가 실재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수요를 충족시키는 인프라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어요. 실제로 엔비디아는 바로 이 경쟁에 참여하기 위해 본인들의 오픈소스 파운데이션 모델과 최적화를 완료한 NemoClaw를 공개했어요.
마치며
정리하면 이래요. 중국의 가재 열풍은 하나의 도구가 인기를 끄는 현상이 아니라, 에이전트 경제가 클라우드·메신저·AI 모델이라는 세 축을 동시에 재편하는 구조적 전환의 신호예요.
이 전환에서 핵심적인 질문은 "어떤 에이전트가 좋은가?"가 아니에요. "에이전트가 작동하려면 어떤 인프라, 어떤 인터페이스, 어떤 비용 구조가 필요한가?"예요.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지금 중국에서 실시간으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한국에서 이 현상을 지켜보는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있어요. 카카오톡이 에이전트 인터페이스로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지, 한국의 클라우드 인프라가 에이전트 수요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한국 AI 모델의 에이전트 호환성은 어떤 수준인지. 이 세 가지를 곱씹어볼 타이밍이에요.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OpenClaw龙虾:为何火爆?谁最受益?", 36氪(36Kr), 2026.3. : 모델 회사와 클라우드 업체의 수익 구조 변화를 가장 잘 정리한 기사예요.
- "OpenClaw Conquered China in 100 Days", HelloChinaTech, 2026.3. :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 에피소드와 OpenClaw의 대조적 수용 과정을 구조적으로 분석한 글이에요.
- "Chinese AI Models Capture 61% of Global Token Volume", Wealthari, 2026.2. : OpenRouter 데이터 기반으로 중국 모델의 글로벌 점유율을 정리한 기사예요.
- "Chinese Models Top OpenRouter Token Rankings", Pandaily, 2026.2. : 에이전트 시나리오가 토큰 소비 패턴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다룬 분석이에요.
배경 지식
- "Tencent Moves to Bring OpenClaw AI Assistant Into WeChat", Caixin Global, 2026.3. : 텐센트의 QClaw 전략과 위챗 연동 배경을 다뤘어요.
- "MiniMax Stock Surges Past Baidu in Market Cap", CTOL Digital Solutions, 2026.3. : MiniMax가 바이두 시가총액을 추월한 배경과 에이전트 경제의 밸류에이션 논리를 분석했어요.
- "China issues second warning on OpenClaw risks amid adoption frenzy", South China Morning Post, 2026.3. : 보안 리스크와 정부 대응을 다룬 SCMP 보도예요.
덤 이야기
각주
- [1] 토큰(Token): AI 모델이 텍스트를 처리하는 기본 단위예요. 한 단어, 단어의 일부, 또는 문장부호 등이 하나의 토큰이 돼요. 대략 한국어 기준으로 100만 토큰이면 A4 약 500~750장 분량의 텍스트를 처리할 수 있어요.
- [2] 만리방화벽(GFW, Great Firewall):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검열 시스템이에요. Google, Facebook, WhatsApp, Telegram 등 해외 서비스의 중국 내 접속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요.
- [3] MoE(Mixture of Experts, 혼합전문가 구조): AI 모델 아키텍처의 한 유형으로, 전체 파라미터 중 일부 '전문가' 네트워크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방식이에요. 전체 모델 크기는 크지만 실제 추론에 쓰이는 연산량은 적어서, 큰 모델의 성능을 낮은 비용으로 얻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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