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지난하고 지루함의 연속이다. 오래 걸리면서 귀찮은 작업일 뿐만 아니라 효용 또한 꽤 시간이 지나야만 밝혀진다. 누구나 기록의 중요성을 느끼면서도 아무나 오래 쓰지 못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기록에 대한 필요성은 언제나 있었다. 그러나 확신을 갖기 전까지는 멈췄고 또 멈췄다. 그리고 다시 시작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내게 필요한 건 '새로움'이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속담처럼 중간에 멈췄던 다이어리 대신, 새롭게 쓸 수 있는 다이어리를 구매했고 중간에 포기했던 도구 대신 조금은 색다른 디지털 도구를 선택했다. 그리고 또 포기했다.
기록에 대한 확신을 갖던 건 아픈 순간이었다. 몸이 아플 땐 쉬는 걸로 충분했지만 마음이 아플 땐 지난 기록을 펼쳤다. 거기엔 지나온 삶의 흔적이 있었다. 지금보다 어렸던 내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니 짠하면서 동시에 지금의 내게 힘이 되었다. 그 모습은 마치 걷기를 막 시작한 아이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또 넘어지기를 반복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앞이 벽으로 막혀있을 땐 그 자리에 서서 고민하기보다 때론 뒤돌아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용기도 필요한 법이다.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면 벽 앞에 서있을 때보다 시야는 조금 넓어진다.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이왕이면 걸어왔던 길에 대한 기록이 있다면 다음 발걸음은 한결 가벼울 것이다. 똑같은 행동은 반복하지 않을테니까.
자주는 아니더라도 몇 개월에 한 번씩 지난하고 지루함의 연속이었던 기록을 펼쳐본다. 당시에는 매일 비슷하게 흘러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한데 모아보니 단 하루도 똑같이 흘러간 적은 없었다. 그 곳에는 어떤 원인이 있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힌트가 있었고, 그 힌트 덕분에 때론 지금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요즘 고민이 많다면 해결하려고 끙끙 앓기만 하는 대신 지금의 그 생각을 기록으로 모두 쏟아보자. 표면적인 생각 뿐만 아니라 마음 속 깊은 이야기까지 모두 글자로 꺼내놓고 읽지 말고 그대로 덮어둔다. 어차피 쓴다고 해서 고민이 해결되거나 그럴리는 없다. 마음만 가벼워질 뿐이다.
그럼에도 적으라고 권하는 까닭은 또 다시 고민하고 있을 미래의 나를 위해서다. 답을 찾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내가 과거에 적었던 기록을 살펴볼 확률이 높다.
그렇게 지난 기록을 살펴볼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계속해서 남겨두길 잘했어'
가까운 미래에 기록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다면 나는 분명 이 뉴스레터를 읽으러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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