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구글 로그인이 계속 끊겨. 어느 날은 로그인 하는 걸 까먹고, 유튜브를 무심코 눌렀는데 화면이 하얀 거야. 내가 좋아할 만한 동영상 피드를 받을 수 있도록 검색하여 시작해 보라는데, 알고리즘에 따른 오마카세가 없으니까 뭘 검색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고.
좀 충격이었어. 사실 나... 이때까지 볼 게 없는데 들어간 거였구나... 배고프지도 않은데 그냥 먹는 행위를 하고 싶어서 폭식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스크린을 보고 내리고 보고 내리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된 것 같아. 물론 이런 생각과는 별개로, 다시 로그인해서 달콤한 알고리즘의 세계로 갔답니다.
원래는 정말 내 날것의 알고리즘을 공개하려 했는데요. 너무너무 너무 중구난방이더라고요. 인스타그램 릴스로 예를 들면 주로 고양이, 강아지(요새 통키씨가 그렇게 귀엽더라), 노가다 실전 알려주는 ‘오늘의 현장’, 라이터 같은 거 세워놓고 짱 빠르게 잡는 사람, shut the fuck up 노래 부른 사람 등등...
그래서 소개할만한 걸로 검열해볼게...ㅎ
사실 인스타그램, 트위터(현 X),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 등 각각의 플랫폼마다 나의 자아가 다른데요. 그중 제 유튜브 알고리즘을 원치 않으시더라도 대공개합니다.
#에픽하이
혹시 너도 보니...? 정말 수다스러운데, 왜 이렇게 이 아저씨들이 나와서 뭐 하고 얘기하는 게 재밌는지. 처음 접한 게 베쓰푸틴 간 편이었는데, 너무 맛있어 보이는 거야. 나 5월에는 정말 가보려고.
#Bestiegirl Harimu
하리무 씨가 경로당 가고 초등학생인 척 태권도장 가고 하면서 친구 만드는 콘텐츠. 솔직하고 따뜻한 하리무 씨 매력으로 이미 재밌음. 개인적으로 김상욱 박사님 나온 편을 좋아합니다. 하리무가 맨날 ‘감사합니다람쥐렁이빨래미콘서트라이앵글라이더러운세상상도못한정체나물리학자김상욱교수님감사합니다’라고 하거든(본인이 만든 거라 합니다). 근데 김상욱 박사님이 진짜 출연해주신 거지! 감동 있는 편이었어.
#성균관대 사학과 대학원생의 하루
알고리즘에 따라 정말 우연히 마주친 콘텐츠. 뭔가 잔잔한데 묘하게 재밌고 웃기고 슬픈 어떤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이었어... 사학과 대학원생의 하루는 이렇구나... 나도 아마 대학원생인데... 난 어떻게 살고 있지...?
#SPNS TV
제가 한때 바밍타이거를 정말 좋아했는데요. 매번 새로운 걸 하려는 사람들이라 생각해요. 음악 뿐 아니라 영상적으로도 새롭고 재밌고 알찬 콘텐츠를 내서 소개드려 봅니다. SPNS TV라는 채널에 슈즈오프 팟캐스트랑 역사 테라피 같은 여러 프로그램들을 진행 중인데요. 그 중 최애는 길거리 취재를 하는 ‘슈즈온’ 시리즈입니다. 여의도나 종로에서 한 인터뷰는 초창기 유퀴즈를 떠올리게도 하고 지하돌 문화를 살펴본 콘텐츠는 서브컬쳐를 이루는 이들의 진정성(?)을 드러내서 뭉클해지기도 해. 무엇보다 기획력이 좋다는 생각...
사실 나의 알고리즘에 80%는 플레이리스트 영상이야. 추천하고 싶은 것들을 나열해 보겠습니다.추천하고 싶은 것들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VISLA FM – ‘OFFICE 365'
도봉구청에서 디제잉을 해. 이름에 걸맞게 일할 때 듣기 좋더라.
papa suitcase
hooray KIM
HONDA
최대한의 연비를 겨루는 혼다의 자동차 경주 대회, 에코 마일리지 챌린지(EMC) 장면에 Lofi mix를 조합한 영상이야. 혼다의 제작 메시지는 다음과 같아. "느긋하게 달리고 있는 각 차체에는 극한의 연비에 도전하는 드라이버가 타고 있으며 그 뒤에는 많은 엔지니어가 있습니다. 그런 조용하고 뜨거운 대회를, 완만한 차체 속도나 화려한 차체에 맞춘, 신작의 오리지날 Lofi 악곡과 함께 전해드립니다."
문학동네
작가님들이 선정한 곡 혹은 책과 어울리는 곡들이 담겨 있는 문학동네 플레이리스트. 개인적으로 예소연 작가님 플레이리스트가 너무 취향이어서 구독을 시작했어. 근데 그 뒤로 나오는 플레이리스트도 다 너무 좋아서, 뜰 때마다 눌러보게 돼.
PUPPET SUNSUN / パペットスンスン
그냥 너무 귀여움! 작고 귀여워요.
정리하고 보니 그냥 나의 일상이 곧 알고리즘인 것 같아. 요즘엔 사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본다기 보다 릴스/쇼츠 같은 숏폼 영상의 물살에 휩쓸리고 있는데 레터를 쓰다 보니 내 취향이 이랬구나 싶어. 돌이켜 볼 수도 없는 것들로 하루를 채우기 보다는 정말 보고 싶고 원하는 것으로 일상을 채우고 싶어.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잊지 않으며.
그럼 각자의 일상을 차근히 채우다, 우리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시 보자구!
Fro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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