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구독자 그리고 L. 개나리와 함박눈이 공존하는 사뭇 혼란스러운 봄이야. 그래도 다음 주 정도엔 익숙한 봄이 찾아 주려나. 원체 나가는 걸 안 좋아하는 사람인데도 이번 겨울은 조금 지겨워. 구석에 앉아 유튜브 스크롤 한 번에 시곗바늘 한 번. 내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자니... 이러다 보면 세월 금방 가겠단 생각까지 했어. 예전엔 '끝'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끝없이 내 앞에 진상하잖아. 직접 찾아 먹진 않아도, 허기진 때 눈앞에 있으면 손댈 법한 가지볶음 같은. 아니 멸치조림 정도? 내 취향 스펙트럼 0.0001% 가닿은 곳에 있는 콘텐츠까지 싹 긁어서 내놓으니 어찌할 도리가 있나.
어찌 되었든 몇 달간의 겨울 동안 내 재생 목록만은 만개했다는 거야. 난 내내 취향이 확고한 친구들을 동경했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길 원했거든. 그런데 이젠 맘 편히 알고리즘의 흐름을 타보려고. 나름 쿨한 것 같아. 현대인 같고 (정신 승리?)
사사로운 내 알고리즘을 통해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가벼이 스크롤 부탁할게. 취향 존중은 필수야. 익명의 경계에서 많은 걸 공유하는 것!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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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ends, I wish you all happy라는 더보기 문구와 사랑스러운 썸네일. 가사를 알아 듣기라도 하는 듯 맞댄 두 뺨.장담하건대 1초 안에 행복해지는 영상이야.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새 영상이 올라왔으니 한번 둘러봐.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이야기꾼 중 단연 최고. 잠들기 전 조곤조곤 도파민 터지는 이야기를 풀어내던 사촌 언니 같달까. 어서 더 많은 보따리를 풀어주길 고대하고 있어. 이것이 바로 전기수를 기다리던 백성들의 심정?
처음엔 살짝 황당했지만 어느새 채널 정주행을 마쳤어. 맥도날드 신입을 위한 일인칭 트레이닝 영상인데 꼭 타이쿤 게임하는 느낌. 문득 영화관 알바 시절 바디캠을 달았다면 웃겼겠다 싶어. 팝콘 태우고, 오징어 굽고, 갈릭칩 하나하나 세어 핫도그에 얹고 하하
Hey, you.
You didn’t find this video by accident. You’re here for a reason. 누르자마자 나를 부르길래 깜짝 놀랐어. 브루스 올마이티처럼 드디어 올 게 왔구나 했지 뭐야. (오긴 뭐가 와!) 우리로 치면 졸라맨 stickman이 들려주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 내가 quotes, lesson 좋아하는 건 어찌 알고 찾아왔는지.
내가 듣는 노래의 8할은 문득 찾아온 플레이리스트로부터 시작돼. 콕 집어 좋아하는 장르를 말하지 못하게 된 게 이 때문인 것 같아. 건조하고 쨍한 이탈리아 - 리플리 배경을 상기시키는 Piero Piccioni의 음악 - 좋더라.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때의 고양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
내 최애곡은 Mary's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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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내 알고리즘을 기꺼이 공개하는 것 = 진정한 우정, 사랑, 믿음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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