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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 취향의 장소들
주민 / 사사로운 동물 사전 (시즌1 종료)
- 취향의 장소들 : 루브르 박물관
안녕하세요. 온다입니다!
요즘 저는 포르투갈에서 1년을 마무리하는 중이에요. 동시에 여러 가지 이유로 지쳐있는데, 할 일은 쏟아지는 바람에 “다 울었니? 이제 할 일을 하자.”도 아닌 “울고 싶니? 그럼 할 일을 먼저 하자.” 상태라 조금 벅차고 속상합니다.(이 어이없는 상황에 오히려 웃음이 나올 정도로요!)😂 그래도 좋아하는 곳에 대해 쓰다 보면 또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의 레터 시작합니다.
제가 소개할 두 번째 취향의 장소는 루브르 박물관이에요.
지난여름, 잔지바르로 향하는 길에 파리를 경유했는데요. 이때 만났던 여름밤의 루브르가 정말 낭만적이었어요. 핑크빛으로 물든 하늘과 곳곳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불빛들. 이를 배경 삼아 버스킹하고 있는 연주자와 귀 기울이게 되는 바이올린 선율까지! 이 기억이 너무 좋아서 ‘루브르 박물관에 한 번 더 와봐야겠다. 내부까지 꼭 들여다보고 가야지!’ 하고 생각했고요. 그러고 한 계절을 거쳐 겨울에 다시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비를 뚫고 도착한 루브르 박물관은 오디오 가이드부터 흥미롭고 충격적이었어요. 기기가 닌텐도 3DS였거든요. 사실 처음엔 우연히 동행이 생겨버려서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지 못했는데, 여기서 이걸 못 빌리면 너무 아쉬울 것 같은 마음에 결국 동행 분이 먼저 떠나자마자 가이드를 빌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한 바퀴를 다시 돌았어요. 온갖 고전이 모여있는 박물관에서 이렇게나 현대적인 기기로 가이드를 듣게 될 줄이야… 심지어 이 가이드는 관람객이 서 있는 위치를 기준으로 길도 안내해 주는 GPS 기능까지 갖춰 넓은 루브르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해주었어요. 여러모로 관람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하나의 포인트였습니다!
루브르에서 가장 유명한 세 여인은 <모나리자>와 <밀로의 비너스>, 그리고 <사모트라케의 니케>입니다. 모나리자의 경우 사람이 너무 많은 데다 그림의 크기도 작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어 아쉬웠어요. 예상보다 감흥이 없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나리자가 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수로 명성을 확인시켰다면, 나머지 두 조각은 작품으로부터 그 명성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사모트라케의 니케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꼭 그 자리에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위치 선정이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어요. 드농관 계단에 있는 니케는 누구나 한 번쯤 지나칠 수밖에 없는 계단에서 올려다보게끔 위치하고 있거든요. 맞은편 난간에서는 니케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니케의 미를 잘 살려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색으로 만들어진 밑의 뱃머리까지가 하나의 조각이라 멀리서 보아야 승리를 알리러 뱃머리에 내려앉은 여신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어요. 밀로의 비너스와 마찬가지로 니케 역시 목 윗부분과 팔 등 없어진 부분까지 다 복원하지 않아 오히려 더욱 황금비와 신비로움이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나리자>에 실망한 사람들은 맞은편에 위치한 <가나의 결혼식>이 굉장한 크기로 압도 당하는 느낌을 준다고 하기도 하던데, 저는 그보다는 판니니라는 화가의 <근대 로마 풍경이 있는 화랑> 시리즈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화랑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에는 라오쿤 군상처럼 실제 존재하는 작품, 혹은 콜로세움이나 판테온 같은 건축물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요. 작품 속의 작품인 셈이죠. 그 작품 수가 엄청난데도 빠짐없이 굉장히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 그 디테일이 압도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이 중에는 사자 조각상 같이 루브르에 위치한 작품들도 있어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제게 항상 깊은 인상을 남기는 그림은 역시 젠틸렌스키의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예요. 그가 그린 유디트는 그동안 그려진 아름답고 가녀린, 또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다른 유디트들과는 전혀 다른 강인하고 다부진,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스승에게 성폭행 당해 이를 고발했으나 오히려 피해자인 본인이 고초를 겪은 화가의 울분이 그대로 녹아있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유디트는 젠틸렌스키 본인, 홀로페르네스는 스승인 타시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해요. 스스로 그림을 통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떠올라서일까요? 피렌체에서도 그렇고 언제나 이 그림이 항상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이런 감상들을 정리하다 보면 한 번씩 숨통이 트여요. 저의 루브르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도 또 다른 장소와 함께 돌아올게요!🏃🏻♀️
- 사사로운 동물 사전 - 고래
지금까지 짧은 영상들과 함께 소개해 드린 동물들은 시간 순으로 나열한 것인데요. 오늘 언급하고 싶은 동물은 언제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로 거의 평생을 좋아하고 있는 동물입니다. 그리고 <사사로운 동물 사전> 시즌 1의 마지막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언젠가 또 흥미로운 동물들의 영상들이 눈에 띈다면 조금씩 모았다가 데리고 오겠습니다.
여러분은 물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한다기보다는 동경한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수영도 할 줄 모르고, 물에 대한 공포가 있는 편이거든요. 어렸을 때에는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크면서 물에 들어갈 일이 적어지다 보니까 저도 모르는 사이에 공포심이 조금 생긴 것 같아요. 그래도 언젠가는 수영도 배우고 스쿠버다이빙과 같은 액티비티를 꼭 경험해 볼 거예요. 사실 고래를 보기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액티비티가 있던데, 이게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혼자 관련 블로그도 구독하고 있어요. 고래에 조금 관심이 많거든요.
처음 고래에 대해 알고 ‘우와’했던 건 아주 어릴 적 사람, 자동차, 동물 등의 크기를 비교하며 보여주는 그림책을 봤을 때였어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을 나도 직접 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설렘을 느끼기도 했었고요. 자라면서는 동물농장에 나왔던 돌고래 친구들, 교육용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거대한 고래들을 봐왔고 나중에는 투어를 통해 고래를 직접 보러 가는 여행자들의 영상, 환경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종종 고래들의 이야기를 접하고는 했답니다.
최근에는 [고래와 나]라는 총 4부로 이뤄진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었어요. 2023년 11월 18일에 SBS 창사특집으로 제작된 고래 다큐입니다. 다양한 해역에 살고 있는 고래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향고래, 혹등고래, 벨루가, 귀신고래, 범고래 등의 고래들이 현재 지구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바다 쓰레기와 지구온난화 등에 대해 다룹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냥이 힘들어진 북극곰이 벨루가를 사냥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북극곰과 벨루가 사이에는 사냥하지 않는 불문율이 있었다고 하지만, 북극의 빙하가 온난화로 인해 녹으면서 먹이와 서식지를 잃은 북극곰에게는 선택지가 없었어요. 또 다른 기억에 남은 장면은 상업 어선의 혼획으로 인해 생을 잃었을 것이라 추정되는 보리고래 두 마리의 모습입니다. 제가 중학생일 때부터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양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는 늘 뜨거운 감자였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환경문제 중 하나였습니다. 그것이 여전히 해결되기는커녕 더 악화되어가고 있으며 관련 사례가 증가하기만 하는 것을 보니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더라고요. 이 다큐멘터리는 유튜브 달리 [SBS DALI]에서 하이라이트 영상들을 볼 수 있고, 웨이브에서 풀영상 다시 보기도 가능합니다.
사실 이 글을 통해 소개하고 싶은 것은 다큐멘터리와 더불어 현재 진행 중인 전시예요. 다큐멘터리와 똑같은 이름의 전시로, 인천공항 근처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3월 3일까지 관람 가능합니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첨단 특수 촬영 장비들을 동원하여 수중 8K로 촬영한 고래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다고 하네요. 아래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자세한 사항을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처음 인스타그램 스토리 광고를 통해 전시를 보자마자 ‘이건 내가 꼭 가야한다’ 고 생각했었어요. 푸른 포스터에 고래 전시인데, 게다가 첨단 장비를 활용해 고화질로 촬영한 영상을 볼 수 있다니 고래를 직접 보는 게 꿈인 저로서는 정말 훌륭한 간접경험이 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계정에 적힌 전시 공간의 위치를 검색했더니, 세상에 인천공항이더라고요. 인천에 가는 데만 차로 3시간 걸리는 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전시를 보러 가는 것 자체가 저에겐 도전이고, 당일치기 여행이나 다름없어지고 말았어요. 6시간 이상을 이동 시간에 써야 하거든요. 전시가 시작된 뒤 거의 1개월 동안 다큐멘터리를 찾아 보며 고민을 한 끝에, 2월 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쯤은 혼자 다녀오자는 결심을 한 상태입니다. 여러분도 같이 가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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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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