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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 취향의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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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의 장소들 : 국립경주박물관
안녕하세요. 온다입니다.
저는 며칠 전 승객이 네 명뿐인 비행기에서 몽블랑을 내려다보며 영국에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우당탕탕 하지 않고 무사히 도착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직은 별다른 재미나 의미를 찾지 못했지만, 만약 생기게 된다면 한 번쯤 얘기하러 오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곳은 ‘국립경주박물관’입니다. 지금이야 여행을 할 때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꼭꼭 방문하고 있지만, 당시로써는 꽤나 오랜만에 박물관을 방문한 것이었는데요. 들어서자마자 역시 박물관이 체질이구나…싶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속답게 깔끔하고 알찬 모습을 하고 있었거든요.
본관이라고 할 수 있는 신라역사관에 들어가면 다양한 신라의 유물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신라는 찬란하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어요. 백제의 것이 조금 더 정갈하고, 고구려의 것이 강인하거나 투박한 느낌을 준다면 신라의 것들은 화려하고 찬란했거든요. 다양한 무늬의 수막새나 각종 장신구들을 보면서 더욱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구슬을 꿰어 만든 유물들을 보면서는 누군가 한국이 ‘O꾸’*의 민족이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어요. 쓰임새도, 색도, 재료도 다양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불교 미술은 물론이고, 아닌 것들까지 정교하고 세심하게 만든 것을 보며 ‘저 시대에 저런 것들을 만들다니…’하는 현대인스러운 생각도 했습니다.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에서 정세랑 작가는 박물관을 방문하면 작은 토기들-특히 새 같은 것-에 눈길을 준다고 했는데, 그 말이 생각나서였을까요? 저 역시도 그랬어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작은 토우들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밖에도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임신서기석이 생각보다 작았다는 점이나, 한글 설명으로는 ‘신라의 삼국통일이 분명 의미를 가지지만, 고구려의 영토를 많이 잃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갖는다.’고 명시해두었으면서 영문 설명으로는 그런 내용을 찾아볼 수가 없었던 점도 재밌었던 부분이었습니다..
*OO 꾸미기의 줄임말.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폴꾸(폴라로이드 꾸미기), 폰꾸(폰 꾸미기)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됨.
한편, 신라 불교 예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은 확실히 신라 미술관이었어요. 각종 석불들과 작은 예술품들도 당연히 인상 깊었지만, 이곳에 ‘성덕대왕신종 소리체험관’이 위치해 있거든요. 기껏 해봤자 고요한 분위기에서 종소리를 들려주겠거니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그래픽 기술의 향연을 보고 올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텔링도 흥미롭고 그 작은방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웅장해서 정말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언제나 종소리를 듣다 보면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경건해지는 것 같습니다. 체험관에서 나오면서 관리하시는 분께 ‘여기 다른 사람들도 많이 오나요? 너무 좋았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나올 정도로 좋았던 경험이었어요.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외국인 방문객들이 꼭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동궁과 월지가 복원 중이었고, 현재도 부분적으로 복원 작업이 계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전체적으로 복원된다면 확실히 아름답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곳에서도 신라 시대의 세계관이 나타난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이전 시대의 사람들은 다들 호수와 정원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던 걸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선시대 궁들에도 하나씩 정원을 만들어놓은 것도 그렇고, 유사한 다른 사례들이 있었던 것 같아서요. 월지 안에 독수리, 사슴 등을 포함한 다양한 동물들을 키우며 또 하나의 생태를 만들어냈다는 점도 좋았어요. 그리고 출토된 주령구를 보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풍류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월지관 외부로 이어지는 수묵관과 고청지의 조명들도 주령구 모양인 것이 센스있어 보여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곳들은 모두 상설전시가 진행되는 곳인데요. 제가 방문했을 당시엔 특별 전시관에서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 – 다름이 만든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특별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어요. 제가 ‘다양성을 포용하는 방법’에서 언급했던 3T 이론이 이 전시의 메인 메시지였고요. 박물관 측에서는 다음과 같이 전시를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고유의 것들이 보전되어 있을 것만 같은 시대의 ‘외래계’를 소개한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다른 사람과 다른 문화가 섞여 다양성을 만들어낸다는 개념은 엊그제 만들어진 것만 같은데 옛 것으로 그 지점을 다룬다는 점에서 더더욱이요. 미적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던 건 조개를 이용한 가공품과 푸른색의 유리잔이었지만, 유럽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상인들과도 교류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너무나 서역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토우나 큰 조각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한 편에 마련된 공간에서는 이전 시대의 교류에서부터 시작해 지금의 다문화 시대까지를 보여주는 영상이 있었는데 이 영상이 전시를 깔끔하게 끝맺었다고 생각되었어요. 전통의 중심지에서 이렇게나 다문화적인 메시지를 만나다니 상당히 반가웠던 경험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흥미로운 특별 전시들을 기간마다 운영하고 있으니 경주 박물관에 방문하신다면 특별 전시도 꼭 관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엔 새로운 주제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얼른 좋아하는 것들을 또 찾으러 가봐야겠어요!🏃🏻♂️
- 기억에 남은 웹툰・웹소설 추천 - 에보니
저번에 소개해드린 작품은 어떠셨나요? 제가 해당 작품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로 ‘성장 스토리’라는 점을 언급했었죠. 그만큼 저는 주인공이 다양한 사람들과의 강렬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더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걸 수도 있겠네요. 이 장르만큼 극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배경은 없으니까요. 이번에 소개할 웹소설도 주인공의 성장을 다룹니다. 다만 조금 더 주인공 1명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바로 자야 작가님의 2017년도 작품 <에보니>입니다.
SNS를 하다가 짱구 애니메이션 클립을 보게 되었는데요. 훈이가 엄마의 심부름으로 친구들과 함께 장을 보러 마을을 돌아다닐 때 마을에서 장사하시는 어른 분들이 실수가 잦은 훈이를 알게 모르게 배려하고 마음 쓰고 계셨다는 이야기를 담은 에피소드였습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떠오르는 일화였죠. <에보니> 역시도 이 말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보니>의 주인공 에보니는 어린 아이는 아니지만 상처와 트라우마로 정신적, 신체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청년입니다. 사실 청년의 사전적 정의 중에는 ‘신체적 • 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죠. 우리가 웹소설을 처음 읽기 시작하면서 마주하는 에보니는 신체적 연령으로는 청년이나, 여러 부면에서 성장하고 무르익었다고는 말할 수는 없는 상태입니다. 이런 에보니가 후견인의 도움으로 가족과 이웃의 따뜻함, 행복, 사랑, 개인으로서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 등을 배우고 되찾는 과정이 <에보니>의 주요 서사입니다.
제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좋아했던 점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면서 행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예의, 배려, 감사의 중요성을 등장인물들이 잘 알고 있다는 점이에요. 요즈음 날이 갈수록 남보다는 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배려를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해버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행복이 멀리서 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 안부 인사 한 마디가 한 사람의 하루 전체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제게 그런 것에 일일히 고맙다고 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그런 마음은 표현할수록 더 많이 느끼게 되니까요.
댓글 중에는 이 작품을 ‘인간적으로 따듯하고 다정한 인물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라고 말하더라고요. 정말 그렇습니다. 웹소설 특유의 과장되고 답답한 사건 해결 방법에 질린 분들이시라면, 읽는 동안 마음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해주는 <에보니>를 꼭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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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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