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습관🏷

[Pebbles | 2월호] 결국 세상을 이기는 건 사랑, 그리고 사람

감정의 기록✍🏻/ 윈터를 위한 동화, 윈터우즈

2024.02.15 | 조회 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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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bbles

바닷가의 조약돌을 줍듯 각자의 취향을 수집해요. 우리의 취향 수집에 함께할 돌멩이들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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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온다 / 쓰는 행위
주민 / 기억에 남은 웹툰・웹소설 추천


  • 쓰는 행위: 감정의 기록

안녕하세요. 온다입니다.

구독자님은 스스로를 잘 알고 계시나요? 저는 꽤나 취향이 뚜렷해서인지 자주 나는 내가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어. 너는 그걸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부럽다.”라는 말을 듣고는 하는데요.

사실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만 해도 저 역시 스스로를 잘 몰랐어요. 오히려 무색무취의 인간에 가까워 뚜렷한 특징을 가진 이들을 동경하고는 했습니다. 그러다 지금으로부터 딱 5년 전부터, ‘대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겠다싶어 ‘Like list’라는 이름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적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를 보내며 좋았던 점들을 적었어요. 하나도 채 적히지 않는 날이 있는가 하면, 하루에만 다섯 가지 이상 적는 날들도 있었습니다. 간단하게는 좋아하는 색이나 음식, 노래부터 시작해 꽤나 구체적으로 적힌 좋아하는 순간까지 다양하게 적어 나갔어요. 포인트는 앞에 썼던 것들을 신경 쓰지 않고 적어 가는 거예요. 순간순간 좋았던 것들을 적기 때문에 중복이 생기기 마련인데, 나중에 찬찬히 훑어보다 보면 중복되는 횟수만큼 무언가에 대한 애정이 비례하고 있음을 알 수 있거든요. 200개가 훌쩍 넘는 목록을 적다 보니 어느덧 취향이 확고해져 이제는 적지 않지만, 여전히 한 번씩 들여다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입니다. 당시 적었던 것들 중 몇 개만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아요.

01. 어릴 적 수영 후 자는 잠처럼 기분 좋은 피로감에 노곤노곤 취한 듯이 자는 잠 02.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그 한 부분이 되는 것 03. 밤의 불빛들. 시티 팝이 연상되는 화려한 야경 04. 다가오는 여름의 녹음과 초여름의 분위기 05. 그림자와 빛이 만들어내는 조화 06. 조곤조곤한 말투, 정갈한 글씨체 07.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인정받는 순간 08.  저절로 눈이 감기는 음색들 09. 얼굴만 봐도 즐거운 사람들과의 말도 안 되는 대화들 10. 별이 반짝이고, 물소리와 잔잔한 노래를 배경 삼아 누워있는 순간들

 

각각의 취향 하나하나는 어디선가 레퍼런스를 따온 것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만든 조각들을 이어나가다 보면 모자이크처럼 각자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실제로도, 좋아하는 것들이 쌓이고 쌓여 취향이 되고, 어느덧 제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단순히 좋아했던 것-Like list-에서 나아가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Loving things-에 대해 가끔씩 기록하고 있습니다. 페블스 역시 이 연장선에 있는 것과 다름없고요.

이렇게 계속해서 적어가며 취향을 찾았듯, 저는 무언가를 자주 적고는 합니다. 그리고 이런 기록들이 저를 만들어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쓰고 기록하는 행위가 제게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그와 다툰 뒤엔 난 시집을 꺼내 읽어 / 모자란 내 마음 채우려 늘 그래 / 그가 없어서 부족한 건데 그래
그와 다툰 뒤엔 난 물을 벌컥벌컥 / 허무한 내 안을 더 더 채우려 / 그가 가고서 속이 텅텅 비었네

<Datoom>, 백예린

 

백예린의 <Datoom>에서, 가사 속 예린은 다툼으로 감정이 상했을 때, 비어버린 마음에 무언가를 채워 넣기 위해 시집을 꺼내 읽고, 물을 벌컥벌컥 마십니다. 저라면 와 다툰 후 글을 쓰기 시작했을 거예요. 작은 글씨들로 정갈히 다이어리를 채우거나, 패드에 펜슬을 이용해 무작정 손으로 써 내려가거나, 핸드폰 메모장에 두서없이 적어내리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앞서 예린이 채워 넣기위해 행위를 한다면, 저는 보다 비워 내기위해 글을 쓴다는 차이가 있지만요. 보통 마음이 넘쳐 일렁거리려 할 때, 흘러넘친 생각을 다 퍼내지 못하면 잠에 들 수 없는날들에 글을 쓰고는 해요. 무언가를 적는 행위는 저를 조금 더 정돈되게 만들고, 마구잡이로 흩어져 있던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감정을 쏟아내며 쓰고 싶은 만큼 글을 써 내려가다보면 마음이 비워지고, 어느 정도 비워내고 나면, 그제야 다른 감정들이 그 자리를 채워요. 마음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아 막연한 것인데, 글을 쓰다 보면 느꼈던 감정에 실체가 생겨 보이기 시작해요. 이 감정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다뤄질 수 있는지를. 그러다 보면 다툰 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고, 무엇보다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가 보다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차분한 페이스를 찾을 수 있고, 잠에 들 수 있게 되고요.

꼭 적어내리지 않더라도 간단히 감정을 기록하기도 합니다. 최근엔 정신이 없어 잘 기록하지 못했지만요. 아이폰 사용자라면 건강 앱에 있는 감정 기록을 통해 매일 혹은 순간의 감정을 기록할 수 있거든요. 꾸준히 기록하다 보면 내가 어떨 때 기쁘고, 어떨 때 속상한 감정이 드는지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요.  

저는 편지를 읽는 것도, 쓰는 것도 꽤나 좋아하는 편인데요. 편지 또한 적어 내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감정을 기록하는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말로 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진심으로 써낸 것이니 만큼 그 순간의 솔직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지난 편지를 읽으며 그때 그 사람의 마음을 되새겨보는 것처럼. 제가 쓴 편지도 누군가에게 한 번씩 되새겨지고 있기를 바라고요. 어쩌면 책 읽기를 좋아하는 것도 결국 누군가의 기록이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특히 에세이류의 경우 타인의 일기장을 보는 것과 다름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결국 책도 누군가의 기록을 다듬어 펴낸 것이니까요. 저는 자주 쓰는 사람이다 보니 자꾸만 쓴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나 봐요.

구독자님도 무언가 기록하고 계신 것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것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지 꼭 알려주세요💌


  • 기억에 남은 웹툰・웹소설 추천 - 윈터우즈

첫 번째와 두 번째에 소개해드린 이야기가 모두 성장에 초점을 맞춰서 소개되었죠. 이 작품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주인공의 성장이 따뜻하고 애정 가득한 동료들과 함께 이뤄진다는 거예요. 제가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더라고요. 사람의 온정이 세상을 이기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 역시 그러한 특징을 잘 담고 있는데요. 그림체부터 이야기까지 아주 마음을 따끈하게 해주었던 네이버 웹툰 <윈터우즈>입니다.

작품 이야기에 앞서 반지 작가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이번 년도에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울어 봐, 빌어도 좋고> 보는 분이 계실까요? 솔체 작가님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반지 작가님이 연재하고 있는 웹툰입니다. 이 작품 전에는 글/그림 모두 반지 작가님이 맡아 2020년 2월부터 2년 2개월 간 연재했던 <신비>가 있었죠.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작가님의 성장을 함께 지켜봐왔던 독자분들도 있을 거예요. 동화 같은 연출, 반짝이는 그림체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답니다. <신비>는 여러분 중에도 아는 분들이 꽤 계실 것 같아요.

반지 작가님의 데뷔작인 <윈터우즈>는 cosmos 작가님이 글을, 반지 작가님이 그림을 맡아 2014년 7월부터 약 2년 6개월 간 연재한 작품이에요. 저는 완결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어플 내 배너 광고를 보고 느지막히 정주행을 시작했던 게 기억나네요. 사실 <윈터우즈>는 베스트도전부터 시작한 작품이에요. 그 기간까지 생각하면 3년동안 연재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두 번의 리메이크와 연재, 단행본 작업까지 거치면서 반지 작가님의 그림체가 점점 달라지는 것을 보는 것도 이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 중 하나일 것 같아요. 사실 <신비>나 <울어 봐, 빌어도 좋고>로 반지 작가님을 먼저 알게 되신 분들께는 <윈터우즈>의 작화가 낯설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말씀드리는 거랍니다.

프롤로그
프롤로그

작품 소개글에서도 알 수 있지만 <윈터우즈>의 남자 주인공은 사람이 아닙니다. 아주 오랜 옛날, 어떤 연금술사가 자신의 아들을 대신할 사람을 제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실험체 중 하나예요. 연금술사가 계속해서 실험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리 신체를 다시 이어 붙이고 심장을 새로 넣어줘도 실험체는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지는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신체의 일부도 자꾸 부식되어 매번 새로운 것으로 갈아줘야 했죠.

또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현대의 사람들에게 발견된 윈터는 이번에도 연구의 실험체로 여겨져 온갖 실험을 당합니다. 서로 다른 신체를 이어 붙인 것이 지각을 하고 인간과의 소통이 된다는 것은 그들에게 좋은 먹이가 되었겠죠. 실험은 아주 비인격적이고 때로는 잔인했습니다. 이에 문제를 느낀 일부 연구원들이 실험체를 빼돌려 이 이야기의 여자 주인공 제인의 집으로 보냅니다. 그렇게 <윈터우즈>가 시작되죠.

제인의 첫 등장
제인의 첫 등장

사실 윈터는 제인에게 이름이 지어지기 전까지는 코드네임으로 불렸던 것을 제외하면 원래 이름이 없었습니다. 작품의 이름이기도 한 윈터우즈(줄여서 윈터)는 제인이 윈터에게 지어준 이름이에요. 사람은 태어나서 이름을 갖게 되면서부터 삶이 시작되죠. 작가님들도 이 점을 염두에 두어 초반에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을 넣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윈터가 사람으로서 살기 위해 적임자를 찾아간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윈터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겉모습에서 꽤 많이 나타나요. 가장 크게 알아차릴 수 있는 건 꼬맨 자국과 손목에 숫자, 창백한 혈색입니다. 그리고 저 같이 사람의 얼굴을 대충 보는 사람은 한참 지나서야 알아차릴 수 있는 특징이 있죠. 바로 눈썹이 없다는 것! 저는 이걸 중반이 넘어서야 알게 되어서 굉장히 놀랐었답니다. 이 밖에도 윈터는 사람처럼 잠에 들지 않기 때문에 꿈도 꿔본 적이 없고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살아본 적 없어서 일상생활에 상당 부분을 제인에게 하나하나 다 배워야 하는 아이입니다. 그렇게 제인과 함께 살아가면서 감정에 대해 배우고 점점 사람과 가까워질수록 수술 자국이나 손목에 코드는 점점 옅어지고, 혈색이 돌아오고 감정 표현이 늘어날 겁니다.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눈썹도 자라겠죠.

눈썹이 없는 윈터 어린이
눈썹이 없는 윈터 어린이

이 작품을 보는 내내 윈터가 인간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는 것은 독자로서 이야기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요소입니다. 어느새 윈터의 흉이 이만큼 사라졌지? 생각하면서 몇 편을 다시 돌려본 적도 있고요.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편은 윈터가 처음으로 꿈을 꿨을 때를 그린 40화예요. 꿈은 자면서 꾸는 꿈이 될 수도 있고, 내가 되고 싶은 미래가 될 수도 있죠. 윈터는 꿈을 통해 자신의 꿈을 봅니다. 꿈에서 깨고 나서는 잘 기억도 못 하면서 울컥해서 제인의 품에서 울기도 해요. 처음 꿈을 꿨으니 자신도 점점 사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쁨, 너무도 따뜻했던 꿈에 대한 그리움과 선망이 뒤섞여 울음으로 나오게 된 거겠죠. 과연 윈터의 첫 번째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윈터우즈>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

40화 윈터의 꿈 속
40화 윈터의 꿈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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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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