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습관🏷

[8월호] 각자의 여름을 보내며

첫사랑, 여름 / 여름의 장면을 귀로 기억해보았어요

2024.08.22 | 조회 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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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bbles

바닷가의 조약돌을 줍듯 각자의 취향을 수집해요. 우리의 취향 수집에 함께할 돌멩이들을 찾습니다.

비가 내려 눅눅한 하루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을 느껴보아요!


Thu

온다 / 첫사랑, 여름!
주민 / 여름의 장면을 귀로 기억해보았어요


  • 첫사랑, 여름!
🎧 The volunteers - Summer

안녕하세요. 온다입니다.

며칠 전 사랑니를 빼고 왔어요. 사랑이 그리 큰 사람도 아닌데 왜 사랑니는 4개나 갖고 있는 건지. 크게 붓지 않은 반면, 통증이 거해 음식을 씹기조차 힘들었어요. 결국 저녁을 얼마 먹지도 못한 채, 서러운 마음에 짜증을 내며 눈물을 줄줄 흘리고 말았답니다.

영어로 사랑니는 Wisdom Teeth, 그 시기에 철이 들고 지혜로워진다는 뜻을 가지고 있죠. 일본어로는 오야시라즈(親知らず), ‘부모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이라고 부른다고 하고요.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왜 하필 사랑니라고 부르는 걸까요? 해당 나이대엔 사랑 말고도 새로 경험하게 되는 것들이 무궁무진할 텐데. ‘한국인들은 모두 로맨스에 미쳐있다더니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었군…’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f(x)<첫사랑니>를 듣다 보니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알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겪어보기 전엔 알 수가 없죠 / 힘들게 날 뽑아낸다고 한대도 / 평생 그 자릴 비워두겠지

f(x) - <첫사랑니> 中

사랑과 사랑니가 공유하는 성질이 많이 닮아 납득이 갔어요. 특히 첫사랑이 유독 닮아있더라고요. 하필 이 계절이 여름인지라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첫사랑=여름이라는 암묵적인 공식이 있잖아요. 저는 언제부터 첫사랑이 여름이 되었는지 궁금해 항상 나름대로의 추측을 가지고 살아왔는데요...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여름에 첫사랑을 시작하게 되어 그런 것일까요? 제 첫사랑의 시작도 여름이었거든요. 그런 뻔한 클리셰에서 벗어날 생각은 요만큼도 없다는 듯이. 아니라면 역시 그 물성이 닮아서겠지요. 어찌해도 오르고야 마는 열기와 발그레해지는 두 뺨이, 쉽게 밤잠을 설치게 한다는 점이. 이 모든 것을 날씨 탓으로 돌릴 수 있어서. 혹은 그 풋풋함이 어딜가나 눈에 들어오는 여름의 색이기 때문에? 그것도 아니라면 장마처럼 한 철 퍼부어 흠뻑 적셔놓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지나가기 마련이라. 그러고선 다 지나간 줄 알았더니 이내 눅눅함을 남겨서. 아무리 덥고 힘들어도 결국 미화되고 마는 여름처럼, 첫사랑도 그러해서.

각해보면 너무 많은 점이 닮아있어 어쩌면 여름과 첫사랑, 사랑니는 동의어가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사실 첫사랑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장 처음으로 좋아해 본 사람, 처음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사람, 아플 정도로 아주 좋아했던 사람그 정의조차 너무 제각각인데 제게는 결국 처음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해지는 것 정도로 느껴집니다. “첫사랑 이야기해 주세요!”라고는 해도, “지난 연애 이야기 해주세요!”라고 하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싶은 정도의 마음이랄까요? 솔직히 말하면 빛나는 첫사랑의 추억이 없는지라, 남의 첫사랑 이야기가 더 궁금하고 흥미로워요. 

첫사랑이 무엇인지 몰라도, 이유 없고, 뻔하기까지 하더라도, 여름이 첫사랑의 계절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저도 좋아해요. 여름을 배경으로 한 청춘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요. 어린 나이 특유의 치기와 무모함이 오히려 반짝거리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실패하게 되는 것이겠지만요뭐, 물론 새드엔딩도 나름의 씁쓸한 맛이 있지만...해피엔딩으로 마침표를 찍는 이야기일수록 좋습니다. 중간에 역경과 고난이 있더라도 결국 결실을 맺어내는 이야기요. 매체에서 다루어지는 첫사랑은 언제나 미성숙함에 엇갈린 채 빛바랜 추억 정도로 남겨놓던데, 제발 꽉 막힌 해피엔딩을 다루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를 소개하며 레터를 마칩니다. 구독자님의 첫사랑은 어떤 기억인가요? 

 

후덥지근한 교실의 여름과 절정의 여름, 레몬 향이 넘실거리는 첫사랑의 맛이 나. 햇살을 받아 연한 갈색으로 빛나던 네 머리카락. 돌아갈 수는 없어도 펼치면 어제처럼 생생한, 낡은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단편 필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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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 밖에서 차 덜컹거리는 소리 안 들려? 하는 네 물음이 열기에 뭉그러져 이방인의 언어처럼 들리던 때 (아냐, 사실 그거 내 심장 소리야 너를 보면 자꾸 덜컹거려 이제 막 뚜껑을 딴 탄산음료처럼 부글거리고 자꾸 톡톡 터지려고 해)솔직해지기는 부끄러워 그렇네 간단히 대답하고 말았던 기억말미암아 절정의 청춘, 화성에서도 사랑해는 여전히 사랑해인지⠀⠀⠀⠀⠀⠀⠀⠀⠀⠀⠀
밤이면 얇은 여름 이불을 뒤집어쓴 채 네 생각을 하다가도 열기에 부드러운 네가 녹아 흐를까 노심초사하며, 화성인들이 사랑을 묻거든 네 이름을 불러야지 마음먹었다가도 음절마저 황홀한 석 자를 앗아 가면 어쩌지 고민하던⠀⠀⠀⠀⠀⠀⠀⠀⠀⠀⠀⠀⠀⠀⠀⠀⠀⠀⠀⠀⠀⠀⠀⠀⠀⠀⠀⠀⠀⠀⠀⠀⠀⠀⠀⠀⠀⠀⠀⠀⠀⠀⠀⠀⠀⠀⠀⠀⠀⠀⠀⠀⠀⠀⠀⠀
그러니 따끔한 첫사랑의 유사어는 샛노란 여름

첫사랑, 여름 - 유지원

 


  • 여름의 장면을 귀로 기억해보았어요

안녕하세요, 주민입니다.

지난주까지의 글까지 하여 4편의 ’다시 정주행한 애니메이션‘ 소개글들이 끝났어요. 그저 줄거리와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을 간단히 설명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소개하고 싶었던 탓에 제가 좋아하는 등장인물들에 대해 고찰해본 감상을 나누는 형식으로 이야기들을 엮어보았습니다. 저의 애정이 잘 전달되었을까요.

시리즈 하나를 끝내고 보니 벌써 8월의 후반을 달리고 있습니다. 말복이 지나고 난 뒤에는 바람의 무게가 조금 덜어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낮이 워낙에 뜨거운 탓에 아직 바람을 시원하다고 말하기에는 저 스스로에게나 구독자님에게나 조금은 실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글이 발행되는 오늘이 열네번째 절기인 ’처서‘로 이때부터는 모두가 느낄 만큼 공기의 흐름이 찬 기운을 띤다고 해요. 과연 조상님의 지혜가 2024년에도 들어맞을지 오늘 하루 생각해는 건 어떠세요?

저는 처서가 된 김에 올해의 여름을 제가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보려고 앨범을 뒤적거렸는데요. 여름의 온도가 바뀔 때마다 제가 돌려듣는 음악도 바뀌어 있길래 이것을 함께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구독자님은 상황이나 날씨에 따라 다른 노래를 듣는 편인가요, 그런 것에 상관없이 듣던 걸 듣는 편인가요? 저는 전자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여름의 어떤 상황에서 이 노래를 들었었는지 구독자님과 함께 나눠보려고요.

 

🍃 나뭇잎들끼리 부딪히는 바람 아래

저에게 올해 상반기는 초여름의 싱그러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때라고 기억될 만큼 오뉴월의 기억이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가을을 기다리는 지금도 여전히 그때의 공기가 선명해요. 서울숲의 늘 앉던 벤치 자리, 창을 모두 열어둔 주택가의 어느 카페, 이름도 모르는 이의 노래를 듣던 여의도 한강공원, 대낮의 아르바이트 출근길에서까지 항상 느꼈던 그 바람을 기억해요. 모든 날의 날씨가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한달이었어요. 해가 떠있어도 그늘에만 있다면 더움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해가 지면 얇은 겉옷이 필요했었죠. 그때의 그 서늘함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여름의 일부인 5, 6월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이러다가 온 여름을 다 좋아하게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답니다.

항복 by MRCH
항복 by MRCH

그런 초여름에 꽂힌 노래는 마치의 항복입니다. 유튜브 뮤직에서 랜덤으로 음악을 재생하다가 알게 된 노래예요. 작년의 글에서 한번 언급했던 적이 있죠. 노래를 고를 때 앨범 커버의 영향이 큰 편이라는 걸요. 이 노래도 앨범 커버가 저를 이끌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디자인한 앨범이었거든요. 그림체가 워낙에 상징적이셔서 보자마자 작가님의 계정으로 가 게시물을 스크롤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굉장히 성공적인 선곡이었죠. 도입부의 피아노는 언제 어디서든 이 노래를 틀게 만들었습니다. 하루의 시작부터 함께하기도 했고요. 늦은 출근길을 걸어가면서나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는 전철에 앉아서도 계속 이 곡을 찾아 들었어요. 항복으로 시작하는 랜덤 재생도 재미있었거든요. 그렇게 유튜브가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비슷한 곡들도 듣고, 마치의 다른 앨범도 들어보고 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항복이었습니다.

 

🥵 가만히 있기조차 힘들게 작열하는 태양 아래

올 여름은 제법 알찬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뉴월부터 이번 달까지 새롭게 도전하거나 다시 도전한 것들이 꽤 있었거든요. 환경영화제 자원봉사, 첫 국제도서전 관람, 공모전 3개에 두 번의 여행까지… 할 일이 한번에 몰렸던 몇 주는 마치 개강을 한 것 같은 기분도 들었어요. 이제는 여유가 생겨서 이렇게 돌아볼 수도 있게 되었죠. 그러고보니 휴학생이어서 가능했던 스케줄 같습니다. 학기 중 에너지를 다 소비한 뒤 늘 가만히 충전해야 했던 작년까지와는 달리 힘이 남아 돌더라고요.

그래도 한여름이 되었을 때는 외출을 극한으로 줄였어요. 밖에 나가면 남은 에너지조차 햇빛에 다 뺏겨버릴 것 같았거든요. 이동할 때 음악을 듣는 저에게는 좋지 않은 외부 요인이죠. 약속이 줄어드니 이동시간도 줄어서 겨우 출퇴근 때 가끔 듣는 음악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기보다는 아는 음악들을 대충 듣게 되더라고요. 머릿속을 자꾸 맴도는 도영의 Dallas Love Field나 투애니원의 Falling in Love도 여름에 엄청 많이 돌려 들었지만 이건 바람이 불 때 들으면 더 좋을 것 같고요. 완전 다른 분위기의 곡이 있습니다. 더발룬티어스의 Tell’em boys예요.

Tell’em boys by THE VOLUNTEERS
Tell’em boys by THE VOLUNTEERS

제가 출퇴근길에 노래를 주로 들었다고 했었죠. 그때의 제 감정이나 상황이 이 곡과 퍽 잘 어울려요. 그늘조차 안 지는 시간대, 집에서 역까지 겨우 걸어가면 역 에스컬레이터는 쉽게 고장나 있고는 합니다. 가장 가까운 입구가 그렇게 막히니 더 걸어서 엘리베이터를 타요. 그렇게 플랫폼까즈 내려가면 나온지 10분 만에 땀이 나옵니다. 제법 불쾌하죠. 이땐 정말 누구와도 몸을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데요. 뒷목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 두 개, 시간표는 유명무실한 경의중앙선 전철. 이때 Tell’em boys를 들었어요. 플랫폼에서 제가 제일 불량스러운 사람이 된 것만 같더라고요. 더워서 쓴 인상은 그 분위기에 동조를 하게 되죠. 누구든지 날 불쾌하게 만드면 죽는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앨범 전곡을 들었을 때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런 상황에 찾아 듣게 되어 유감과 함께 더 기억에 남은 곡이었답니다.

구독자님은 올 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있으신가요? 무탈하게 이 더운 날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노래의 힘과 함께라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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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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