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뜨는 날, 해 질 녘에 워크숍이 열렸다. 공동체 사람들 모두 참석하는 줄 알고 가겠다고 했다. 현관문 앞에 모인 사람들은 이곳에 온 지 3일밖에 안 된 3명(나 포함)뿐이었다. 동네 지리, 숙소 분위기와 사람들의 성격을 파악하지도 못한 우리는 워크숍의 진행자를 따라 나섰다. 차도 옆을 걷다 보니 누가 여기까지 와서 볼링을 칠까 싶은 곳에 볼링장이 네온사인을 번쩍이고 있었다. 그 앞을 지나 오른쪽, 왼쪽이 바뀌는 산길을 걸어 올라갔다. 걷는 길에 눈에 띄는 돌이 있으면 주웠다. 발에 채거나 걸려 넘어질 뻔하게 만드는 손바닥만 한 돌들을 집었다. 정상에 다다르자,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멀리에는 바다와 항구, 옆 동네를 잇는 높은 다리가 보였고 그 앞으로는 주황색 타일 지붕을 가진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가이드는 들고 온 매직을 건네며 주워 온 돌에 버리고 싶은 것을 쓰라고 했다. 다들 본인 얼굴의 절반만 한 돌을 세, 네 개씩은 들고 있었다. 내가 고른 돌은 양손에 충분히 들어올 만큼 작았다. 넷 중 체구가 제일 작은 이나는 자기 손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짱돌 네 개를 모아두었다.
각자 선택한 돌에 버리고 싶은 것을 썼다. 나는 타인에게 도움 요청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과 돈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싶었다. 나머지 하나는 기억나질 않는다. 주위의 초목을 자세히 살펴보고, 물도 마시고, 모기에게 물릴 시간이 있을만큼 그들은 오랫동안 돌 위에 글자를 썼다.
그다음 돌을 절벽에서 던지며 힘차게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은 자기 성격처럼 소리도 각양각색으로 질렀다. 몸을 절반으로 굽히며 성대를 긁어내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양손을 입 옆으로 가져간 뒤 온몸에 힘을 주며 밖으로 소리를 질러내기도 했다.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를 내며 배에 힘을 주고 머리가 울리도록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고함이 끝날 때마다 크게 손뼉을 쳤다. 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 얼굴의 근육을 잔뜩 사용하며 웃었는데, 우리가 정말 미친 인간들 같았기 때문이다.
돌을 던지는 순서는 없었다. 가이드의 시범을 시작으로 돌아가면서, 혹 두, 세 명이, 아니면 다함께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돌을 던지기도 했다. 그렇게 각자의 두려움을 절벽 밑으로 모두 던져버렸다. 마지막으로 손을 잡고 다 함께 주택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절벽 아래 마을에서 이 고함이 들리지는 않을까, 들린다면 늑대라고 생각할까 혹은 들개라고 생각할까 궁금했다. 산을 다시 왼쪽, 오른쪽으로 돌며 내려왔다. 지중해 갈대들이 서 있는 차도 한쪽에서 이나가 멈춰 서더니 말했다.
애들아, 포옹하고 싶어.
우리는 돌아가면서 포옹했다. 한 사람 당 세 명과 각각 포옹을 나눴다. 마지막에는 네 명이 엉켜서 체온을 나누었다. 다른 사람의 포옹이 늦게 끝나면 해가 거의 진 하늘을 보며 어색한 2초를 기다리기도 했다. 서로의 얼굴이 어스름하게 보이는 여름 밤에 체온과 신체의 밀도를 나눈 뒤 숙소로 돌아갔다.
미친인간들의 소란은 끝나지 않았다. 그다음 워크숍에서는 마녀를 불러냈다. 이 워크숍에서는 칼 융의 ‘아키타입’이라는 개념이 사용되었다.(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자신이 마녀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가이드가 묻는 말에 검열 없이 생각나는 단어, 문장들을 말하는 방식이었다.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그림자 영역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질문은 대게 다음과 같았다.
- 당신의 주요 능력은 무엇인가요?
- 당신이 이곳의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은?
- 당신을 화나게 하는 것들은?
- 당신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이드를 마주하고 직접 대화를 나누며 사람들은 자신만의 대답을 했다. 소리지르기 워크숍에 함께 갔던 룸메 차례가 왔다. 그의 내면의 마녀는 어떤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Run and come back. Follow the bright side of the moon and come back. 달려 그리고 돌아와. 달의 밝은 면을 따라가 그리고 돌아와.
순간 그와 가장 멀리 앉아 있던 나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짐작 가는 이유가 있었지만, 눈물이 쏟아질 듯 말 듯 할 정도로 강한 감정적 충동이 일어날 만한 문장이었는지는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워크숍이 끝나고 방에 돌아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말했다.
네가 그 말을 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
그는 웃으며 자신이 어떠한 맥락에서 그 문장을 내뱉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저 입 밖으로 그 말이 불쑥 튀어나왔고, 의도도 없다고 했다.
이후 이나와 룸메이트, 나는 바닷가에 앉아서 마녀 소환 의식에 관해 이야기했다. 사람들 앞에서 마녀를 소환했던 이나와 룸메이트는 기이한 경험이라고 했다. 분명 답을 하긴 했는데 이 답이 왜 나왔는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순간순간 머릿속에 많은 이미지와 감각이 떠올라서 당황스럽고 신비로웠다고 했다. 이나는 어떤 질문에서 자신의 양팔이 붙들려있고, 눈앞에서 자기 아들로 보이는 어린 남자아이의 목이 베이는 장면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 때문에 엄청난 감정의 충동을 느꼈다고도 덧붙였다. 이것이 본인의 전생일지도 모르겠다며.
워크숍 내용을 들은 엄마는 사이비는 아니냐며 문자를 보내왔다. 그날 바닷가에서 우리는 서로의 말을 아주 진지하게 귀담아들었고, 자신의 에너지며 전생이며 카르마에 관해 이야기하더라도 모두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차가운 대서양 바람에 온몸에 닭살이 돋아도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아했다. 괴상하고 이상하고 낯선 감각들을 흡수하기 위해 준비된 사람들 같았다. 늦은 오후 바닷바람이 거세질수록 우리들은 몸을 앞으로 굽히고 서로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몸을 더 가까이했다. 갈매기의 울음소리와 귀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세 명의 목소리와 섞였다. 촘촘하게 짜인 천이 부드럽게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듯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