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금 계좌를 열어보면 대부분 주식형 ETF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S&P500, 나스닥100, 국내 주식 — 성장에 베팅하는 자산들입니다. 수익률만 보면 나무랄 데 없습니다. 그런데 은퇴를 준비하는 장기 포트폴리오라면, 수익률만큼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흔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금과 원자재는 오랫동안 연금 포트폴리오의 변방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수익을 내는 자산이 아니라, 지키는 자산이라는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키면서도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1. 주식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분산이라고 하면 흔히 '주식과 채권'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2022년처럼 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환경에서는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분산 투자를 했는데도 포트폴리오 전체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이때 제 역할을 하는 자산이 바로 실물 원자재입니다. 원자재는 주식·채권과의 상관관계가 낮아서, 두 자산이 동시에 내려가는 국면에서도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실물 자산의 가치가 오히려 오르는 구조라, 주식·채권 중심 포트폴리오의 약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합니다.
연금은 10년, 20년, 30년을 바라보는 자산입니다. 그 긴 시간 안에 금리 급등,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충격 같은 국면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그때를 대비한 완충 장치가 포트폴리오 안에 있느냐 없느냐는 꽤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2. 왜 지금 금인가요?
2025년 한 해 동안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약 64%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S&P500 상승률이 약 13%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은 단순한 안전자산을 넘어 수익 자산으로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2026년 1월 29일에는 현물 기준 온스당 5,595달러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금값 급등의 배경에는 세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자리합니다.
첫째는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입니다. 세계금협회(WGC) 기준 글로벌 중앙은행의 연간 금 순매입은 2022년 1,082톤, 2023년 1,037톤, 2024년 1,045톤으로 3년 연속 1,000톤을 넘어섰습니다. 이전 10년 평균(연 473톤)의 두 배 이상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중국, 인도, 폴란드 등 각국 중앙은행이 달러 자산 비중을 줄이고 금 보유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습니다.
둘째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입니다. 금은 역사적으로 화폐 가치가 떨어질 때 그 가치를 유지해온 자산입니다. 미국 연방 부채가 GDP 대비 120%를 넘어선 지금, 마이너스 실질 금리 환경이 고착화될수록 금의 매력은 더 커집니다.
셋째는 지정학적 리스크입니다. 중동의 긴장,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성이 상시화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구조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단, 금도 단기 변동성은 존재합니다. 2026년 1월 사상 최고치 이후 급격한 조정이 나타났듯, 단기 가격 예측보다는 장기 분산 자산으로서의 역할에 초점을 두는 것이 맞습니다.

3. 금 말고 또 뭐가 있나요?
원자재는 금 하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연금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원자재를 간략히 짚어보겠습니다.
원유는 에너지 가격 전반을 반영하는 원자재입니다. 인플레이션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때 함께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장기 수요 전망은 불확실성이 있어, 단기 헤지 용도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리는 '경기 온도계'로 불립니다. 전기차, AI 데이터센터, 태양광 등 에너지 전환 인프라의 핵심 소재인 만큼, 산업 수요 측면에서 장기 성장 스토리가 살아 있는 원자재입니다. 경기 확장 국면에서 수익성도 기대할 수 있어, 방어적 성격보다는 성장형 원자재에 가깝습니다.
은은 금과 비슷한 안전자산 성격을 가지면서도, AI 서버·전기차·태양광 등 산업용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2025년 은값은 연초 대비 약 141% 급등하며 금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변동성이 금보다 훨씬 크다는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4. 연금 계좌에서 원자재를 담는 방법
실물 금을 사거나 원유를 직접 보유하는 건 연금 계좌 안에서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ETF를 활용하면 연금저축펀드나 IRP 계좌 안에서도 원자재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투자 가능한 원자재 ETF로는 금 현물 ETF(예: ACE KRX금현물, KODEX 골드선물), 원유 관련 ETF, 구리 ETF, 그리고 여러 원자재를 한 번에 담는 원자재 혼합 ETF 등이 있습니다. 특히 금 현물 ETF는 실물 금의 가격을 직접 추종하기 때문에, 금 투자의 가장 직관적인 방법으로 꼽힙니다.
연금 계좌 안에서 ETF를 매수하면 수익에 대한 과세가 연금 수령 시점으로 이연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일반 계좌에서 ETF 매매 차익이 발생하면 바로 세금이 나오지만, 연금 계좌 안에서는 운용하는 동안 과세가 유예되어 복리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5. 얼마나 담는 게 적당할까요?
원자재는 많이 담는다고 좋은 자산이 아닙니다. 주식·채권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변동성을 낮추고 분산 효과를 높이기 위한 '보완재'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투자 전문가들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5~15% 수준을 원자재 비중으로 제안합니다.
금 단독으로는 5% 내외에서 시작해, 시장 환경과 개인 상황에 따라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구리나 은처럼 변동성이 큰 원자재는 더 낮은 비중에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가격이 좋아 보여서 사는' 것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전체의 균형을 위한 구조적 배분이라는 관점입니다. 연금은 오늘의 수익보다 30년 후 내 자산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살아남느냐가 더 중요한 게임입니다.

💡 이번 레터에서는 주식 중심의 연금 포트폴리오에 금과 원자재를 편입해야 하는 이유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수익을 좇는 자산과 지키는 자산이 균형을 이룰 때, 포트폴리오는 비로소 어떤 시장 환경에서도 버티는 힘을 갖습니다. 금과 원자재는 그 균형을 맞추는 데 오랫동안 검증된 도구입니다. 지금 내 연금 계좌 안에 '방어막'이 있는지, 한 번 점검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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