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청소부가 소프트뱅크 2조를 받기까지

야놀자(NOL)가 걸어온 20년의 선택들

2026.04.25 | 조회 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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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L(야놀자, 야놀자 클라우드)
   ⓒ NOL(야놀자, 야놀자 클라우드)

야놀자(NOL)의 선택들

 

목차

  1. 모텔 지배인이 발견한 것
  2. 1등이 되고 나서 생긴 고민
  3. 소프트뱅크의 2조 투자, 그 돈으로 뭘 했나
  4. 야놀자의 수익 구조, 지금은
  5. 나스닥 상장, 왜 아직인가
  6. 야놀자가 증명하려는 것

 


군 제대 후, 그는 모텔로 갔다

 

  ⓒ joins.com, 이수진 대표의 모습
  ⓒ joins.com, 이수진 대표의 모습

이수진은 군 제대 후 취직 대신 모텔을 택했다. 생계 때문이었다. 청소부로 시작해서 매니저로, 지배인으로. 숙박업의 바닥부터 온몸으로 겪었다.

 

그 과정에서 그가 목격한 건 비효율의 연속이었다. 예약은 전화로만 받고, 객실 상태는 수기로 관리하고, 고객 정보는 어디에도 쌓이지 않았다. 오래된 산업이었지만 운영 방식은 수십 년째 그대로였다.

 

2005년, 그는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창업했다. 처음엔 그럴싸한 서비스도 아니었다. 다음 카페에서 운영되던 모텔 종사자 커뮤니티를 인수해, 숙박업소 정보와 구인구직을 연결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지금의 야놀자를 만든 건 이수진 혼자가 아니었다. 초기 팀의 공통점은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현장 경험이었다. 이 산업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몸으로 아는 사람들이 모였다. 그 집단지성이 야놀자의 첫 제품을 만들었고, 이후 수많은 결정의 기준이 됐다.


모텔 지배인이 발견한 것

 

  ⓒ 네이버 블로그(https://blog.naver.com/s_bentube/221555781169)  
  ⓒ 네이버 블로그(https://blog.naver.com/s_bentube/221555781169)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꾸면서 야놀자에도 기회가 왔다.

 

사람들이 모텔을 예약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화 대신 앱으로, 며칠 전 대신 당일에. 야놀자는 PC 사이트에서 모바일 앱으로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근데 넘어야 할 벽이 있었다. '야놀자'라는 이름 자체였다. 모텔 예약 앱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사회적 편견도 따라붙었다. 팀 내부에서도 브랜드 이름을 바꾸자는 얘기가 나왔다.

 

결론은 '그대로 간다'였다.

  ⓒ NOL(야놀자)  
  ⓒ NOL(야놀자)  

오히려 정면으로 밀고 나갔다. "야, 놀자"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앞세우며 브랜드를 새로 정의했다. 편견을 피하는 게 아니라, 편견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이 결정이 야놀자라는 팀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불편한 것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방식.

 

2015년엔 리스타트를 선언했다. 모텔 중심에서 호텔, 펜션, 리조트, 레저까지. 숙박을 넘어 여가 전체를 다루는 플랫폼으로 방향을 넓혔다. 사람들이 놀러 가는 모든 것을 야놀자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하겠다는 그림이었다.


1등이 되고 나서 생긴 고민

 

    ⓒ NOL(야놀자)    
    ⓒ NOL(야놀자)    

야놀자는 결국 국내 숙박 앱 시장 1위가 됐다. 2023년 조사 기준 숙박 플랫폼 이용자의 35.5%가 야놀자를 썼다. 2024년 7월 MAU는 441만 명으로 2위 여기어때(405만 명)를 앞섰다.

 

그런데 팀 내부의 고민은 다른 데 있었다.

국내 OTA(온라인 여행 예약) 시장만으로는 성장의 천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숙박 예약 플랫폼의 수익 구조는 단순하다. 예약이 성사되면 커미션을 받는다. 시장이 성장하면 매출이 오르고, 시장이 멈추면 매출도 멈춘다. 한국 숙박 시장의 파이는 정해져 있었다.

 

경쟁도 심해졌다. 여기어때가 바짝 쫓아오고, 에어비앤비가 국내에 자리를 잡고, 네이버와 카카오도 여행 서비스를 키우고 있었다. 1위를 지키는 것과 성장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 아이뉴스24 기사(2021년)
  ⓒ 아이뉴스24 기사(2021년)

이 고민이 두 가지 결정으로 이어졌다.

하나는 인터파크 인수였다. 2021년 12월, 야놀자는 인터파크 전자상거래 부문 지분 70%를 약 2,940억 원에 사들였다. 공연·티켓, 항공권, 해외 패키지에 강한 인터파크를 품으면서, 국내 숙박 중심에서 종합 여행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2024년엔 야놀자와 인터파크트리플을 통합한 'NOL'이라는 새 브랜드로 묶었다.

 

다른 하나는 더 근본적인 피벗이었다. 예약 플랫폼이 아니라 호텔 운영 시스템을 만드는 것.


소프트뱅크 2조, 그 돈으로 뭘 했나

 

   ⓒ 서울경제 기사(2021년)
   ⓒ 서울경제 기사(2021년)

2021년 7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가 야놀자에 약 2조 원을 투자했다. 기업가치 8~10조 원. 한국 스타트업 역사에서 손꼽히는 규모였다.

 

소프트뱅크가 야놀자에 베팅한 이유는 모텔 예약 앱 때문이 아니었다. 글로벌 호텔 SaaS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전 세계 호텔들이 디지털 전환을 서둘렀고, 그 인프라를 공급하는 자리가 비어 있었다.

 

투자금은 공격적인 M&A로 이어졌다.

 

이미 2019년에 인수해둔 인도 PMS 기업 eZee Technosys가 출발점이었다. 글로벌 중소형 호텔 시장에서 점유율을 가진 회사를 먼저 사들이고, 그 위에 야놀자의 기술을 올리는 방식이었다. 이후 국내 PMS 기업들, 글로벌 디스트리뷰션 기업 GGT까지 연달아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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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숫자로 나왔다. 2024년 기준 야놀자클라우드는 190여 개국, 3만 3,000여 개 호텔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중동에서는 연간 50%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고, 사우디·두바이 관광청과 협력하며 중동 관광산업의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B2C OTA가 아니라 B2B SaaS인가. 이유는 구조에 있다.

  ⓒ 야놀자 클라우드
  ⓒ 야놀자 클라우드

OTA(예약 플랫폼)는 예약이 성사돼야 수익이 난다. 시장 크기에 묶인다. 반면 SaaS는 호텔이 시스템을 쓰는 한 매달 구독료가 들어온다. 한 번 도입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다. 전환 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이 락인 효과가 SaaS의 핵심 매력이다.

 

야놀자 팀이 그린 그림은 이렇다. B2C 플랫폼은 트래픽과 데이터를 모으는 창구로, B2B 클라우드는 수익과 기업가치의 엔진으로. 모텔 앱에서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인프라 기업으로.


야놀자의 수익 구조, 지금은

연도매출영업이익
2021년3,748억 원+536억 원
2023년7,667억 원+17억 원
2024년9,245억 원+492억 원
2025년1조 292억 원+156억 원

2025년 야놀자는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넘겼다. 1조 292억 원. 창업 20년 만이다.

 

매출은 꾸준히 오르는데, 영업이익이 들쑥날쑥하다.

 

2024년엔 티몬·위메프·큐텐 정산 지연 사태의 여파가 컸다. 인터파크커머스 매각 과정에서도 일회성 손실이 발생했다. 외부 변수에 흔들린 해였다. 2025년엔 이 요인들이 상당 부분 정리됐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무료배달 경쟁처럼, 플랫폼 경쟁에서 쓰이는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 NOL(야놀자, 야놀자 클라우드)  
   ⓒ NOL(야놀자, 야놀자 클라우드)  

그나마 확실한 신호는 클라우드 사업에서 나온다. 2024년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2,9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62% 성장했다. 영업이익 576억 원, EBITDA 마진 23%. 5분기 연속 40% 이상 성장률이다. 그룹 전체의 이익을 사실상 B2B가 떠받치고 있다.

 

지금 야놀자의 구조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B2C 플랫폼은 외부 변수에 흔들리고, B2B 클라우드는 안정적으로 크고 있다. 이 두 축의 균형이 어떻게 맞춰지느냐가 야놀자의 다음 챕터를 결정할 것이다.


나스닥 상장, 왜 아직인가

 

  ⓒ NOL(야놀자)  
  ⓒ NOL(야놀자)  

2024년 6월,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야놀자가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며,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했다고. 예상 기업가치는 70억~90억 달러(약 9.6조~12.3조 원).

 

그런데 2025년이 끝날 때까지 상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숫자가 맞지 않는다.

이수진 대표는 기업가치 13~15조 원에 상장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장외 시장에서 형성된 가치는 약 2.8조 원 수준이다. 투자은행들이 보는 눈과 창업자가 원하는 숫자 사이에 간극이 크다.

 

이게 무조건 나쁜 신호는 아니다. 더 높은 밸류를 원한다면 그에 맞는 실적을 만들어야 한다. 클라우드 사업의 고성장을 더 증명하고, 재무 리스크 요인을 정리하는 것. 야놀자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다.

 

소프트뱅크 등 초기 투자자들의 엑시트 필요성도 있다. 2021년 투자 이후 벌써 4년이 넘었다. 상장은 야놀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제, 얼마에 나가느냐를 두고 여러 이해관계자의 계산이 맞아야 한다.


야놀자가 증명하려는 것

 

  ⓒ NOL(야놀자)    
  ⓒ NOL(야놀자)    

이수진 대표는 여러 인터뷰에서 같은 말을 반복한다.

"누구나 마음 편히 놀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

모텔 청소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은 문장이다. 근데 이게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전략으로 연결된다는 게 야놀자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그 세상을 을 만들려면, 사람들이 여가를 쉽게 알아보고 편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숙박·항공·티켓·레저가 하나로 연결돼야 한다. 그 플랫폼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호텔이 제대로 운영돼야 한다. 호텔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좋은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모텔 예약 앱 → 종합 여행 플랫폼 → 글로벌 호텔 운영 시스템.
확장의 논리가 사실 창업 첫날의 문장 하나에서 나온 거다.

 

물론 갈 길이 멀다. 나스닥 상장은 아직 미완이고, B2C 플랫폼 수익성은 불안정하고, 글로벌 경쟁사들은 강하다. 외부 변수에 흔들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야놀자가 계속 주목받는 이유는, 20년 동안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텔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중동 호텔에 솔루션을 파는 회사가 됐다. 그 여정을 이끈 건 화려한 전략 문서가 아니라, 현장의 불편함을 몸으로 알았던 사람들이 모인 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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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2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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