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틀리는 맞춤법은 곧잘 지적받습니다. 문서 작성 프로그램들은 빨간 밑줄을 쳐서 알려주기도 하고, 요즘은 자동 수정을 해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어의 뜻을 잘못 알고 쓴 경우에는 맞춤법을 틀렸을 때만큼 지적받기가 어려워서 계속해서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페퍼노트가, 모른 채 살아가기 쉬운 단어 세 가지만 지적해 드릴까 합니다.
'소정'이라는 단어를 상황에 맞지 않게 쓰는 경우를 살면서 수십 번은 본 것 같습니다. 주로 '소정의 상품', '소정의 선물' 같은 조합으로 쓰는데 이런 것을 주는 자리는 대개 공식적인 자리인만큼 정확한 뜻을 알고 있지 않으면 더욱 부끄러울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소정을 '작은 정성' 정도의 의미로 생각하는 경우가 잦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정은 한자로 所定이라 씁니다. '정해진 바'라는 뜻입니다. 즉 '소정의 선물'은 정해진 선물이라는 뜻입니다. 어떤 선물을 줄 것인지 미리 정해둔 것이 없다면 '소정의 선물'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냥 '작은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만찬'이라는 단어 또한 어떤 한자를 쓰는지 오해를 자주 받는 듯 합니다. '만점', '만원', '만석' 등에 쓰는 滿 자가 꽉 채운다는 뜻이다 보니 만찬도 상다리가 부러지게 잘 차린 밥상일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풍성하게 잘 차린 음식을 일컫는 말은 '성찬'입니다. 만찬은 滿(차다) 자가 아닌 晩(늦다) 자를 써서 '저녁 식사'를 의미합니다. '최후의 만찬'도 예수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먹은 화려한 식사가 아니라 마지막 저녁 식사입니다. 최후의 만찬을 영어로 'The Last Supper', 이탈리아어로 'L'Ultima Cena'라 하는데, 모두 마지막 저녁 식사란 뜻입니다. '아침 만찬을 즐겼다'와 같은 표현은 완전히 모순된 표현이니 '아침부터 배불리 먹었다' 정도로 쉽게 쓰시는 게 좋습니다.
'요지경'은 일종의 장난감으로 양쪽 눈에 약간 다른 각도의 이미지를 각각 보여줘서 입체적인 상을 보게 하는 장치입니다. 원시적인 VR 기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은 워낙 멋진 장난감들이 많기 때문에 찾아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요지경이 인기 있던 시절에는 주로 유명 관광지, 건축물, 자연 풍경 등을 컨텐츠로 삼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지경이라는 말은 알쏭달쏭 묘하고 신기하고 별나고 복잡한 것들이 가득한 세상에 대한 비유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신신애 씨의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가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라고 세상을 꼬집는 데다, 발음이 '이 지경'과 비슷하다 보니 '세상이 망하려고 이 지경에 이르렀다' 정도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요지경이 원래 어떤 물건인지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부정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한자로는 瑤池鏡(아름다운 옥, 연못, 거울)이라고 써서 '이 지경'과는 전혀 상관없는 단어입니다.
더 알아보기
페퍼노트, 맞게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비장의 맞춤법
페퍼노트, 한자어인지 몰랐을 한자어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