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북해도를 여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호텔이 산에 있는 데다 눈이 많이 와서 인터넷 연결에 문제를 겪으며 페퍼노트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런데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시대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좌절을 겪고 또 극복해 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북극권 원주민들은 북해도보다도 훨씬 북쪽에서 눈과 추위를 이겨내야 했습니다. 그들의 독특한 선글라스를 일찍이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오늘은 그들의 또다른 유물을 소개하려 하는데, 바로 ’아마살리크 지도‘입니다.
덴마크의 탐험가 구스타프 홀름은 그린란드 동부 아마살리크 섬에 상륙했습니다. 그리고 이곳 원주민들과 친해졌는데, 원주민들은 일찍이 유럽 사람들과 접촉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유럽인들의 측량법도 원주민들에겐 아주 낯선 것이었는데, 지도 그리는 방법을 이해하고 나자 한 번에 280마일 거리를 아우르는 지도를 그려 주기도 했습니다.
그들 중 쿠닛이라는 사냥꾼이 홀름에게 그들 방식의 지도를 선물했는데, 이것이 바로 아마살리크 지도입니다. 쿠닛은 홀름에게 이런 지도를 만드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설명 없이 보았을 때에는 누구도 이것이 지도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 아마살리크 지도는 아래 사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나무를 3차원으로 조각하여 만든 것입니다. 눈 속에서 종이 지도를 꺼내어 눈으로 보기 힘드니(지금 제가 북해도에서 핸드폰을 꺼내 지도를 보려 할 때마다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해안선의 모양을 본따 나무를 깎고, 필요할 때마다 촉감을 통해 해안선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해안선과 지도의 모양을 비교해 놓은 자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물건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북극권 원주민들은 유럽인들과 같이 측량을 하지도 않았고, 지도를 봐가며 항해를 했다는 증거도 없기 때문입니다. 축척과 관계 없이 특징적인 지형과 알아두어야 할 정보들을 조각을 통해 상징으로 새겨 놓고, 잘 모르는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용도로 사용했을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독특한 지도는 정반대의 기후 속에 살고 있는 마셜 제도의 사람들에게도 있었습니다. 미크로네시아 사람들은 대만에서부터 카누를 타고 이곳에 온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예전에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태평양을 카누로 누빈다는 것은 당연히 바다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들은 ‘스틱 차트‘라고 하는 독특한 해도를 사용했습니다. 야자 나무 줄기를 엮어 해류를 표현하고, 조개로 섬들을 표현한 것입니다. 4개의 큰 해류가 어떻게 흘러 가고 그 해류들이 섬과 부딪혀 어떻게 굴절하는지를 그림 대신 공예를 통해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항해하며 이 해도를 보지는 않았습니다. 평상시에 해도를 충분히 익혀 모두 외운 채로 항해에 나섰다고 합니다. 해도를 읽는 방법도 모두에게 공개된 게 아니었습니다. 소수의 통치자들만 알고 있었고, 아버지에서 아들로만 전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도를 만드는 통일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각각의 해도에는 각각의 읽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들은 카누에 엎드려서 배 밑으로 지나가는 물의 흐름을 느끼고, 외워둔 해도와 조합하여 길을 찾았다고 합니다. 옛 문명에는 청동거울처럼 지도자에게 권위를 부여하는 성스러운 물건이 있곤 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특이한 물건을 통해 공부한 지도자가 바닷물의 흐름을 읽고 사람들을 다음 섬으로 이끌었다면 청동거울 같은 것보다도 훨씬 성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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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pedia, Ammassalik wooden maps
Atlas Obscura, Greenland’s Hand-Sized Wooden Maps Were Used for Storytelling, Not Navigation
덴마크어인 듯 하여 해석까지는 하지 못했으나, 아마살리크 지도와 해안선을 비교해 놓은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Wikipedia, Marshall Islands stick chart
Cambridge University Library, Marshall Island sailing ch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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