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과 맹수들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저는 예쁘게 핀 꽃들보다도 치타가 달리는 모습을 슬로 모션으로 볼 때 더 자연의 아름다움, 신비 같은 걸 느낍니다. 재규어, 표범, 호랑이, 사자... 고양이과 맹수들은 하나같이 멋집니다.
그런데 이 멋진 고양이과 맹수들을 카메라에 담을 때 꿀팁이 하나 있습니다. 사진가들, 연구자들은 며칠씩 정글을 헤매며 운에 맡기는 대신 실제로 이 방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카메라 근처에 캘빈 클라인의 '옵세션 포 멘(Obsession for Men)' 향수를 뿌려두는 것입니다.
옛날부터 동물원에서는 고양이과 동물들의 우리에 향수를 뿌려왔습니다. '후각 자극(olfactory enrichment)'이라고, 동물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새로운 냄새를 줘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육 기법입니다. 향수를 뿌리면 동물들이 다가와 킁킁대고 몸을 비비며 활발해진다고 합니다.
2003년 브롱크스 동물원 큐레이터 팻 토머스는 '그렇다면 어떤 향수가 제일 잘 먹히는가'가 궁금했습니다. 그는 24종의 향을 두고 토너먼트를 벌였고, 고양이과 맹수들이 압도적으로 좋아한 향이 바로 옵세션 포 멘이었습니다. 치타 두 마리가 이 향 앞에서 평균 11.1분을 머물렀습니다. 다른 향수들은 명함도 못 내밀었습니다. 레브론 '찰리'는 15.5초, 에스티로더 '뷰티풀'은 고작 2초에 불과했습니다. 한 동물원 사육사는 "녀석들이 말 그대로 땅바닥에 드러누워 향이 묻은 곳에 뺨을 마구 비벼대는데, 완전히 천국에 있는 것 같았다"라고 묘사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옵세션 포 멘에 옵세션(집착)을 보였던 모양입니다. 재밌는 건 여성용 옵세션에는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남성용 옵세션만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고양이과 동물들의 사랑을 받는 옵세션 포 멘의 비결은 뭘까요? 핵심은 시벳톤(civetone)이라는 향료 성분입니다. 시벳톤은 원래 아프리카 사향고양이의 분비샘에서 뽑아내던 머스크 향으로(지금은 합성으로 만듭니다), 야생에서 사향고양이는 이 분비물로 영역 표시를 합니다. (짤막 상식: 사향고양이는 고양이가 아닙니다.) 고양이과 동물들에게는 이 냄새가 자기네 영역 표시 페로몬처럼 느껴져서 본능적으로 몸을 비비게 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동물원 밖에서도 향수는 유용합니다. WCS(브롱크스 동물원을 운영하는 야생동물 보전 단체)는 과테말라 마야 생물권 보전지역에서 옵세션 포 멘으로 카메라 트랩을 운영해 재규어 개체 수를 한층 정밀하게 셀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향수를 묻혀둔 철사에 동물이 몸을 비비면, 거기 걸린 털 한 가닥으로 DNA까지 분석합니다. 멸종 위기종을 한 마리도 건드리지 않고, 향수 한 병으로 정글의 호구 조사를 하는 셈입니다.
동네 길고양이들에게도 이 향수가 효과가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혹시 동네 고양이들의 간택을 받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츄르도 좋지만 옵세션 포 멘을 뿌려보시고 후기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캘빈 클라인 관계자님들의 광고 제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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