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시나요? 구름 속에 전기가 충분히 모이면 됩니다. 그런데 전기가 어떻게 모이느냐 하는 게 한 세기가 넘도록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였습니다. 이 수수께끼는 2025년 8월에서야 풀렸습니다.
번개가 치려면 구름 안에서 어마어마한 전하가 한쪽으로 쏠려야 합니다. 한쪽엔 양전하, 한쪽엔 음전하가 모이면서 전압이 올라가다가 한계를 넘는 순간 방전이 일어나는 게 번개입니다.
애초에 왜 전하가 한쪽으로 쏠리는 걸까요? 가장 유력한 가설은 구름 속에 있는 작은 얼음 알갱이(빙정)와 좀 더 큰 눈 알갱이(그라우펠)가 부딪히면서 전하가 분리된다는 것입니다. 이 가설에는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었습니다. 부딪히는 것으로 전기가 생기려면 '압전' 효과가 필요한데 얼음은 압전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압전은 기계적 자극으로 인해 전기가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가스레인지나 라이터로 불을 켤 때 뭔가가 "딱!"하고 부딪히면서 전기 스파크가 튀는 걸 보실 수 있는데 이게 압전의 예시입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어떤 결정은 처음부터 모양이 비대칭입니다. 평소엔 양전하(+) 중심과 음전하(-) 중심이 어긋날 듯 말 듯한 상태로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 무언가가 이 결정에 압력을 가하면 두 중심이 어긋납니다. 그 때 전기가 발생합니다.
즉 압전이 발생하려면 비대칭의 결정이어야 합니다. 아무거나 누른다고 전기가 발생하지 않습니다(만약 그랬다면 세상 살아가기가 좀 더 험난했겠네요). 수정이나 인공 세라믹 같은 몇몇 결정에서만 발생합니다.
그런데 얼음의 결정 구조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대칭적입니다.

어떻게 눌러도 +/- 중심이 어긋나지를 않습니다. 구름 속에서 빙정과 그라우펠이 충돌해서 전하가 분리될 거라고 생각들은 하는데, 얼음에서 충돌만으로 전기가 생기는 매커니즘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이 논리의 빈틈을 메우는 것이 '플렉소일렉트릭(flexoelectric)' 효과입니다. 얼음의 대칭적인 결정 구조를 균일하게 눌러봐야 +/- 중심은 어긋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구부리고 비튼다면 어떨까요? 결정을 휘어버리면 대칭이 깨지게 됩니다. 강제로 비대칭이 된 결정에서 +/- 중심이 어긋나면서 전기가 발생합니다. 이것을 플렉소일렉트릭 효과라고 합니다.
스페인 ICN2, 중국 시안교통대, 미국 스토니브룩대 공동 연구팀은 이 현상을 얼음에서 실제로 재현했습니다. 얼음 박판을 금속 전극 사이에 끼운 뒤 얼음을 구부려서 전기가 발생하는 것을 측정해냈습니다. 영하 130도부터 0도까지 온도 구간 전체에서 휨에 비례해 전기가 발생했습니다.
구름 속에서 빙정과 그라우텔이 부딪힐 때 이들의 표면이 단순히 눌린다고 생각하면 전기 발생을 설명할 수 없지만 휘고 뒤틀린다면 전기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연구팀은 이 충돌로 생기는 전하 밀도를 계산해냈는데, 실제 뇌우에서 관측된 값과 유사했습니다.
이제 번개가 생기는 원리를 정리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구름 속에 있는 작은 얼음 알갱이와 그보다 좀 더 큰 얼음 알갱이가 부딪힙니다. 부딪히면서 이들의 표면이 휘고 뒤틀립니다. 이를 통해 구름 속 양전하 중심과 음전하 중심이 어긋납니다. 이 정도가 심해지면 구름 밖으로 방전됩니다. 이것을 우리는 번개라 합니다.
'얼음을 구부린다.' 잘 상상도 안 되고 얼핏 시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을 통해 구름에서 번개가 만들어집니다. 하루하루 살고 있는 현실 세계가 이미 충분히 마법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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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 Physics, Flexoelectricity and surface ferroelectricity of water ice (Wen et al., 2025, DOI: 10.1038/s41567-025-029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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