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여전히 전쟁 중인 국가입니다. 1953년 휴전을 하였으나 종전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전쟁은 7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반면 역사에는 고작 38분 만에 끝난 전쟁이 있습니다. 바로 영국-잔지바르 전쟁입니다.
잔지바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보신 구독자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몇 개의 섬으로 구성된 지역입니다.
지도를 보면 아프리카 대륙과 서남아시아 지역을 잇는 요충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노예 무역을 중개하며 성장하였고 포르투갈, 오만 등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잔지바르라는 이름부터가 페르시아어로 '흑인 해안'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노예 무역을 통해 상당한 부를 축적한 잔지바르는 19세기에 결국 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해냅니다. 당시 이지역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던 열강은 영국과 독일이었습니다. 독일은 노예 무역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노예 무역을 통해 부를 이룬 잔지바르 지배층은 반독 친영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영국 역시 노예 무역 폐지 쪽으로 돌아섰고, 잔지바르 지배층은 영국에 반감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1897년, 잔지바르의 술탄이 갑자기 죽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그의 사촌이 새로운 술탄으로 오릅니다. 술탄의 죽음이 워낙 갑작스럽고 의문스러웠기 때문에 새로운 술탄에 의해 암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1890년 잔지바르는 영국의 보호령이 되어 있었고, 영국은 새로운 술탄 즉위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친영파 인물을 술탄으로 세우고 싶어 했기 때문에 새로운 술탄의 즉위를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술탄은 왕위에서 내려오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즉시 전군을 동원합니다.
그러나 이 '전군'이라는 것이 2800명의 육군과 군함 1대가 전부였습니다. 그나마도 대부분은 훈련받지 못한, 민병대나 다름 없는 전력이었으며 군함이라는 것도 왕실 요트에다 대포 2문을 설치했을 뿐인 조악한 것이었습니다.
체급 차이가 너무 났기 때문에 영국은 새로운 술탄이 스스로 물러날 것을 권했지만, 그는 오히려 전쟁을 선언했습니다. 영국의 최후통첩에도 술탄이 군을 물리지 않자, 잔지바르 앞바다에 마침 친선 크리켓 경기를 하려고 모여 있던 군함 5척들부터 포격을 시작했습니다. 9시 2분에 포격이 시작됐고 9시 40분에 잔지바르가 항복하면서 전쟁은 끝이 났습니다.
잔지바르의 군인과 민간인 500명이 죽거나 다치고 군함이 침몰하는 동안 영국은 단 한 명의 부상자만 발생했을 뿐이었습니다. 전쟁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어쨌든 선전포고, 군대 투입, 교전을 통한 사상자 발생, 항복으로 마무리까지 형식적으로 완전한 전쟁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이 전쟁은 역사상 가장 짧은 전쟁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국주의, 노예 무역을 통한 축재, 암살, 전략적으로 잘못된 판단, 전쟁 등등 역사에서 볼 수 있는 온갖 나쁜 것들이 이 짧은 전쟁 안에 다 담겨 있었습니다.
더 알아보기
Wikipedia, Anglo-Zanzibar War
나무위키, 영국-잔지바르 전쟁
김작가의 역사리움, 너무 빨리 끝나서 기네스에 올라버린 잔지바르 전쟁
Wikipedia, Khalid bin Barghash of Zanzibar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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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카킴
기다렸어요 이번주 페퍼노트 👍
페퍼노트
감사합니다. 이런 댓글들이 글을 쓰는 데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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