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양념은 어떻게 음식이 상하는 걸 늦출까요?' 메일에서 구독자 분들의 제보를 부탁드렸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메일로 페퍼노트 소재를 제보 주신 분이 계셔서 소개드립니다. '한국화약'을 줄인 '한화', '교육보험'을 줄인 '교보', '제일제당'에서 시작된 'CJ', '럭키금성그룹'이었던 'LG' 등을 제보해 주시며 기업명 변천사를 다뤄 보는 것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변천사를 다루기에는 제 지식도 저 정도 선에 머물고 있어서 조금 특이한 기업명의 유래들을 모아봤습니다. 제보를 주신 구독자 분께 감사드립니다.
먼저 '이름을 불러선 안 되는 자' 메일에서 지나가듯 설명 드린 것처럼, 일본의 전자제품, 산업 기기 제조 기업인 캐논은 '관음', 즉 관세음보살에서 유래합니다. 1934년(!)에 카메라 제품 Kwanon을 발표한 후 좀 더 현대적인 고급 카메라 느낌을 주기 위해 Canon으로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Häagen-Dazs)'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미국에서 덴마크 유제품이 이미지가 좋았던 데다, 유대인인 창립자가 2차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을 보호했던 덴마크에 대한 감사함을 담아서 덴마크어처럼 들리는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덴마크의 수도인 코펜하겐에서 '하겐'을 따온 뒤 적당히 '다즈'를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IT 기업 '구글'은 실수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수학자 에드워드 카스너가 어린 조카에게 매우 큰 수를 생각해 보라고 하자 조카는 10의 100승을 뜻하는 단어 '구골(Googol)'을 만들어냅니다. 10의 구골 승은 '구골플렉스'라고 합니다. 여기서 구글의 두 창업자는 '구골' 또는 '구골플렉스'라는 이름을 따오려고 했는데요, 투자자가 수표에 스펠링을 잘못 적는 바람에 'Google'이라는 이름을 쓰게 됩니다.
한편 최근 GPT-4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검색을 선보였던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빙(Bing)'은 'Bing Is Not Google'의 약자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공식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인정한 내용은 아닙니다. 이렇게 약자를 풀었더니 다시 약자가 나오는 경우를 '재귀약자'라고 합니다. 이게 개발자 감성에 맞았던 건지 IT 업계 종사자시라면 익숙할 GNU(GNU is Not Unix), PHP(PHP: Hypertext Preprocessor), Linux(Linux Is Not UniX), YAML(YAML Ain't Markup Language) 등은 모두 재귀약자입니다. 심지어 PHP는 원래 Personal Home Page Tools, Linux는 원래 Linus' *nix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었는데 나중에 가서 재귀약자로 이름의 뜻을 다시 풀었습니다.
대만의 IT 회사 에이수스(ASUS)는 페가수스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페가수스라는 단어를 그대로 기업명으로 삼을 수도 없었던 데다 이름이 A로 시작하면 알파벳 순으로 나열할 때 우위가 있을 거란 판단에 글자를 빼서 ASUS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알고 계신 또 다른 재밌는 기업명은 어떤 게 있나요?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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