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메일을 보내고 작은 염려가 생겼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던 페퍼노트의 분량에 비해 첫 메일을 너무 길게 썼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을 작게 만드는 것이 그 일을 지속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믿습니다. 페퍼노트도 가벼운 분량이어야 쓰는 제게도 읽는 구독자 님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첫 메일을 길게 써버리는 바람에, 나중에 짧은 메일을 보내면 초심을 잃었다며 실망하시는 구독자 분이 생길까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두 번째 메일에서부터 기대를 깨버리고자 마음 먹었습니다 :) 오늘은 짧고 재밌는 이야기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TV, 모니터, 노트북 등 네모난 화면이 있는 전자기기를 구매할 때, 화면의 크기가 간단하게 몇 인치라고 소개되는 걸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 때 그 크기는 화면의 대각선 길이를 의미합니다. 왜 대각선 길이만 얘기하는 걸까요? 편해서 그런다기엔 오히려 불편한 점이 많은데 말입니다.
대각선 길이로 화면의 크기를 말하게 된 이유는, 최초의 TV의 브라운관이 원형이었기 때문입니다. 원형일 때에는 크기를 나타내는 데 직경만을 이야기해도 충분했습니다.
나중에 브라운관을 둥근 직사각형으로 만들게 된 뒤에도 굳이 관성에서 벗어날 필요가 없었습니다. 어차피 화면비가 대부분 4:3으로 일정했기 때문입니다. 화면의 크기를 대각선의 길이로만 나타내는 방법은 이렇게 오랜 시간 표준처럼 살아남았고 화면 비율이 다양해진 지금도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영어 위키피디아에서 보다 자세한 역사를 찾아 보실 수 있습니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 보면, 최선의 방법이 아님에도 오랫동안 그래왔다는 이유로 표준적인 방법이 된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날 페퍼노트가 고작 세 줄에 그치더라도 '오랫동안 해온 표준적인 길이를 지키지 않다니!'라고 생각하시기 보단 '항상 최선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군.'이라고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페퍼노트의 초심은 그 길이보다는 '재밌는 지식의 간편한 공유'에 있습니다.
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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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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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이건몰랐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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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agnom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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