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이과 솔로와 문과 커플'이라는 제목으로 돌았던 글이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집에 가는데 가는 길에 녹을까봐 겉옷으로 감쌌고, 지나가던 커플이 '저러면 녹을 텐데'라며 웃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은 겉옷으로 감쌌을 때 아이스크림이 더 천천히 녹습니다. 우리가 겉옷을 입었을 때 더 따뜻해지는 건 겉옷에서 열이 나오기 때문이 아닙니다. 따뜻한 우리 몸과 차가운 바깥 공기 사이를 차단해 주기 때문에 덜 추운 것입니다. 아이스크림을 겉옷으로 감쌌을 때에도 차가운 아이스크림과 따뜻한 바깥 공기 사이를 차단해 주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이 천천히 녹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따뜻한 고정관념을 차갑게 깨버리는 사례가 또 있는데요, '음펨바 효과'입니다.
차가운 물이 따뜻한 물보다 빨리 얼 것이란 건 당연해 보이는데요, '음펨바 효과'는 오히려 따뜻한 물이 더 빨리 어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이 현상은 이미 아리스토텔레스도 이야기 한 바 있을 만큼 일찍 발견되었지만 아직도 그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 효과는 탄자니아의 에라스토 음펨바라는 학생이 물리학자 데니스 오스본에게 질문한 것을 오스본이 무시하지 않고 연구하여 '음펨바 효과'라 명명하고 논문의 공동 저자로 음펨바의 이름을 올리면서 '음펨바 효과'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습니다. 학생의 질문을 무시하거나 아이디어를 훔치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여 준 모습이 멋집니다.
마지막은 물리학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 이야기입니다. 의외로 라이터는 성냥과 비슷한 시기에 발명되었습니다. 다음 사진은 1823년 독일 화학자 되베라이너가 발명한 최초의 라이터입니다.
아연과 황산을 반응시켜 수소를 만들어 내고 그 수소를 백금과 반응시켜 불을 붙이는 원리였다고 하는데요, 듣기만 해도 황산을 써야 한다는 게 좀 무섭습니다.
반면 성냥은 4년 뒤인 1827년 영국의 워커가 만들었습니다. 1805년 샹셀이 만든 화학식 성냥이란 것도 있지만 이것은 우리가 아는 마찰식 성냥과 원리가 크게 다릅니다. 만약 워커의 성냥을 최초로 본다면 오히려 라이터가 빨리 발명된 셈이고, 샹셀의 성냥을 최초로 보더라도 라이터보다 18년 밖에 앞서지 않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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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페퍼노트 '한자어인지 몰랐을 한자어들'에 오타가 있어 정정합니다. '어색하다'에서 '색' 자는 한자로 塞이라 씁니다. 語로 오타가 나서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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