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지나 인사드립니다. 두 편의 불평 토로를 내보내고 나니 꽤 많은 책들이 지난 8월을 채웠습니다. 다만 그 모든 책들이 소개할 만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걸러보니 딱 한 권이 남아 짧게 소개해봅니다.

‘비합리적이다’라는 서술은 분명 가치평가적입니다. 누군가를 비합리적이라고 할 때, 우리는 그가 인식적 규범을 어겼다고, 그가 성공적일 수 없는 방식으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 등등의 평가절하적 태도를 취합니다. 하지만 비합리성을 마냥 인식적 몰가치로 여길 수 있는가? 이 점이 책 전반의 화두가 됩니다.
책의 훌륭한 부분은, 이러한 문제를 탐구함에 있어 다양한 지성사적, 임상적 사례들을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한 탁상공론으로 문제를 맺는 대신, 저자는 자신의 주제가 실제의 인식적 삶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실제 사례들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했을까 하는 약간의 의문은 듭니다. 가령, ‘비합리적이라고 할 만한 행동 B가 성공적인 지식 생산을 하는 경향이 있음이 밝혀졌다!’라는 보고가 있다고 할 때, 이로부터 ‘어떤 비합리적 행동은 인식적 성공을 낳는다’가 반드시 따라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행동 B는 비합리적이지 않다’라는 결론 또한 따라나올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 외에도 책의 내용이나 구성에 관해 짚을 만한 것들이 여럿 있습니다만, 이달의 북리뷰에서 다루리라 생각하며 ‘역서’로서의 가치에 관해서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일단, 책 자체로서는 훌륭한 면이 많습니다. 판형도 좋고, 조판이나 표지, 역제도 훌륭합니다. 참고문헌이나 색인 등도 잘 옮겼습니다.
약간의 아쉬움은 번역 자체입니다. 번역 자체는 훌륭하지만, 번역어의 선택이나 ‘어디까지 번역할 것인가’에 관한 신념(가령, 논문 제목, 학술지 이름, 도서 제목 따위까지 번역되어 있는데요)에 있어 갸우뚱하게 되는 지점도 있습니다. 문학 작품이 아닌 (준)학술서임을 고려할 때, 살짝 부적절한 감이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다시 원서 자체로 돌아가, 책이 배경으로 삼는 학술적 맥락에 대해서도 다소간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2015년 저작이니 지금 기준으로 십여 년 전의 지식인 셈입니다. 그런데 그 스타일이, 뭔가 90년대에서 2000년 사이에 나왔던 저작들과 유사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말로 2015년 즈음의 최신 철학들이 여전히 이런 형태였을까? 그럴지도 모릅니다. 제가 그 시기 철학 연구자가 아니었다보니, 이랬겠다 저랬겠다 하며 평가를 할 수는 없겠습니다. 다만 자연스럽게 생각하기로는, 2015년의 저작이 90년대의 저작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점은 조금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여러 의문들은 책을 조금 더 깊게 살피며 풀리거나, 분명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두 주 지나, 북리뷰로 더 살펴보아요. 이번 9월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김오늘 드림.
※ 모든 사진은 알라딘 책 정보 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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