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많은 철학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이 모든 흐름을 쫓아가기엔 우리는 너무 바쁩니다. 지난 두 주 사이 오늘의 철학이 공부한 철학 논문들 중 소개할 만한 논문들을 정리해 보내드립니다. 에디터 김오늘이 전합니다.
‘그건 세돌이도 마찬가지 아니냐’ — 제가 대학생이던 약 10여년 전, 알파고와 이세돌 九단의 경기 이후, ‘알파고 그거 망치로 깨부수면 끝 아니냐’라는 한 댓글에 달린 대댓글을 요즘 자주 생각합니다. ‘GPT는 말을 지어낸다’, ‘클로드에게 자아 정체성이 있다고 볼 이유가 없다’, ’제미나이는 세계를 정말로 지각하지 않는다’ 등에 호소해 인간의 이른바 ‘의식 있음’이 컴퓨터를 통해 구현되지 않는 독특한 심성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묻게되는 것이지요: 그건 이세돌도, 교황도, 푸틴도, 내 옆에 있는 너 역시도 마찬가지 아니냐? 사람도 말을 얼버무리며 지어내곤 하고, 사람의 이른바 ‘정체성’이라는 게 무엇인지는 철학적 난제입니다. 지각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지요. 우리가 세상을 정말로 지각하는지는 회의주의적 시나리오에 의해 수천 년간 의문시되어왔습니다. 나아가, 모종의 장애로 일부, 나아가 모든 지각 기관이 사용 불가능해진 경우에도 인간 개조(transhumanism)를 통해 간접적으로 세상을 지각할 수 있을 텐데, 이 경우 해당 인식 주체가 의식을 부분적으로, 내지는 전적으로 결여한다고 볼 수는 없어 보입니다.
물론 말만으로써는 별다른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의식에 대해서도, 주체성(agency)에 대해서도, LLM을 비롯한 AI에 대해서도 약간만을 알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AI가 가시적인 범위에 들어오며 의식과 인공지능에 관한 논의가 제2의 파도를 타고 있습니다. 담론 자체는 오래되었지만, 십 년 전만 해도 추상적인 수준에서 끝났던 것이 훨씬 구체적인 형태로 발전되는 요즈음입니다. 그 파도 위에 올라탄 네 연구를 함께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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