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철학

으악! 더러워 — 2026년 6월의 신간 소식

6월에 발간된, 읽어볼 만한 철학 신간들을 구독자님께 소개합니다!

2026.07.08 | 조회 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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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늘

장대비로 아침을 여는 수요일입니다. 한 달 잘 보내셨는가요. 모든 업계가 그렇겠습니다만, 유독 철학 출판계는 ‘플로우’를 타는 것 같습니다. 원저서나 현대 철학 서적 역서의 출간이 확 줄어드는 때가 있고, 갑자기 몰려오는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전자인데요, 달달이 한 권씩 소개하고 있는 것이 조금 민망하기도 하네요.

또 다른 ‘플로우’라고 하자면 독립 출판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말하자면 조금 ‘이상한’ 책들이 온라인 서점 철학 섹션에 들어가 있는 수가 매우 늘어났다는 양상이 있겠습니다. 표지도, 내용도, 제목마저도, 이른바 ‘딸깍’ 신공으로 만들었겠다는 확신이 강하게 드는 책들이 목록을 가득 채워서, 대체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인데요.

여러모로 어렵지만 그 속에서도 추천할 만한 책은 있는 법입니다. 짧게 소개하겠습니다.

역겹지만 자꾸 보고싶은 내 마음

《혐오 음미하기》

캐롤린 코스마이어 저·이재준 등 역. 한울아카데미. 39,800원.
캐롤린 코스마이어 저·이재준 등 역. 한울아카데미. 39,800원.

역겹지만 중독성 있는 것들이 있죠. 제가 10대 때는 ‘고어’ 콘텐츠가 한창 온라인에서 인기였습니다. ‘엽기’라는 말로 그런 역겨운 중독적 콘텐츠를 일컬었던 것도 같습니다. 지금도 가볍게는 발이나 인중의 냄새, 애인의 정수리 냄새 따위가 그런 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밈화되어있는 듯합니다.

조금 더 ‘먹물’ 냄새를 풍기는 쪽으로 넘어가자면, 수많은 고어 예술 영화들이 있고요, 최근 인기와 논란을 함께 갖고 가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들이 있습니다.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서사나 등신불에 얽힌 서사 등도, 일상적으로 회자되었더라면 혐오감을 주었을지도 모를 것이 종교적 신성성을 얻은 사례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지요? 역겹다는 것은 우리가 이를 접하는 것에 반감을 느낀다는 것인데, 중독성이나 예술성은 그것의 아름다움, 내지는 끌림을 시사하니 말입니다. 저자는 이 점에 주목합니다. 우리는 이른바 미(학)적 혐오/역겨움(aesthetic disgust)를 겪곤 하는데, 이것의 정체가 무엇인가? 말하자면 저자는 ‘역겨움의 미학’을 탐구하는 셈입니다.

여기에서 탐구되는 ‘혐오/역겨움’이 무언가에 대한 적대감을 말하는 ‘혐오(hatred)’가 아님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저자는 예술 작품에서 느껴지는 역겨움의 기능들에 관해 깊은 탐구를 하는 것이지, 대상에 대한 비하와 멸시, 대상화 등을 포함하는 ‘미워함’에 관해 다루는 것이 아닙니다. 역자 후기를 보면 역자들마저도 두 층위를 혼동한 듯한데, 다행히도 본문에서 이로 인해 생긴 오역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역자 후기의 신뢰성은 다소 떨어지는 듯합니다.

역자들은 저자가 훈련받은 영미미학 전통 연구자가 아닌 것으로 추측됩니다. 오히려 프랑스 철학-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문화 이론 연구자들 같습니다. 이로 인해 굳이 강조될 필요 없었던 ‘emotion’과 ‘feeling’ 등의 번역 상 구별 문제, ‘affect’의 번역 문제(이를 ‘정동’으로 옮기는 최근의 한국 비평계 관행과 관련된) 등이 불필요한 정도로 역자 후기에서 강조된 듯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 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훌륭한 연구 및 교육 경력을 가진 역자진을 통해 번역이 이루어진 덕에 대강을 훑어보아도 읽기 까다롭거나 의심스러운 부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편집과 제본 역시도 품질이 아주 좋습니다. 다만 얇은 책임에도 4만 원에 달하는 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은 구매를 망설일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달에도 두 번, 《혐오 음미하기》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럼 그때 다시 뵈어요.

김오늘 드림.


※ 모든 사진은 교보문고 책 정보 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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