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혼밥, 혼영 등 이제는 “혼자”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쓸쓸함, 외로움보다 나만의 시간, 여유 등이 먼저 생각나는 거 같은데요. 어느덧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된 1인 가구,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 걸까요?
1. 나 혼자 산다 1000만 명 돌파🚀, 청년만 3배 늘었다
2022년 기준 1인 가구의 비중은 무려 전체 가구의 약 1/3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1인가구 중 약 1/3을 청년층인 30대 이하가 차지하고 있는데요. 청년층 1인 가구의 높은 비율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약 67% 30대의 약 61%가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것’에 대해 동의했기 때문인데요. 최샛별 교수는 이제는 질문을 바꿔 ‘왜 결혼을 안 하는가’에서 ‘왜 해야 하는가’로 바꿔야 할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 👨 남성 :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 여성 : 더 행복할 거 같아서
최 교수는 각 성별로 결혼하지 않는 가장 주된 이유를 위와 같이 분석했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결혼이 직업적 성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남성에 비해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최 교수는 과거 집단주의·가족주의에서 개인주의로 전환되며 자신의 성장을 중요시하는 가치관의 변화 그리고 고용불안정 가운데 놓인 청년들의 경제적 상황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3. 혼자 살 결심, 그러나 마주하게 된 건…
방송 중 최 교수는 유학 시절 혼자 살며 감정 기복이 심해진 경험을 털어놓았어요. 평소에는 이성적인 타입이었던 그가 매우 ‘예민해 지더라’는 거예요. 실제 조사를 보면 1인 가구가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균형 잡힌 식사’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뒤이어 ‘아프거나 위급할 때 혼자서 대처해야 한다’, ‘외로움’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특히 많은 관심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4. 1인 가구 지원=출산율 하락?😱
그러나 최 교수는 1인 가구 증가가 예측가능한 일이었음에도 정책적 맞춤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아직 사회가 ‘정상 가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1인 가구 지원이 출산율을 저해한다’는 단편적인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최 교수의 주장은 사람들이 혼인과 출산을 거부, 포기, 좌절하는 것에는 나름의 사정이 존재하며,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결코 저출산 대응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5. 닮은꼴 일본,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일본은 여러 면에서 우리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지정학적 특징뿐만 아니라 저출생 고령화와 같은 인구 구조, 그로 인한 장기적 저성장을 먼저 겪었다는 면에서는 더더욱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일본의 사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일본은 2000년대 우리보다 먼저 미혼율 급상승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상승세가 이어져 2020년에는 미혼율이 남성 약 28%, 여성 약 1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죠. 이대로 미혼율이 지속된다면 2030년에는 남성 3명 중 1명, 여성 4명 중 1명이 평생 미혼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6. 말로만 듣던 히키코모리의 실태는?
미혼율 증가, 1인 가구 증가가 심화하자,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는데요. 이창민 교수는 먼저 히키코모리의 정의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히키코모리는 원칙적으로 6개월 이상 가정에 머무르는 사람을 말하는데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예 방 밖으로 나가지 않는 사람부터 간단한 취미를 즐기러 오락실까지 나가는 사람까지 여러 범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가장 넓은 의미의 히키코모리는 약 160만 명에 달한다고 덧붙였죠.
7. 히키코모리, 집중적으로 연구해 봤더니…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히키코모리는 청소년 부등교 문제와(등교 거부) 동일시되어 왔기 때문에 지원 대상자로 10~20대를 상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구가 이어진 끝에 취업 빙하기 세대의 취업 실패로 인해 은둔형 외톨이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그대로 중장년층으로 이어졌음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8. 과열된 주식🔥, 부동산에 녹아버린 일자리🫠
일본의 “빙하기 세대”는 버블 경기 붕괴 직후인 93년부터 2003년 사이에 사회에 나와 취업 활동을 시작했던 세대를 의미합니다. 내수경제 침체, 연이은 기업도산 등으로 당시 일본 청년실업률은 10% 내외로 상승했고 대졸자 취업률은 55.8%를 기록했죠. 이때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줄여 청년 중 상당수가 은둔형 외톨이로 전락했는데요. 이창민 교수는 왜 이들이 재취업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일본의 폐쇄적인 고용 문화도 어려움을 더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9. 요람에서 무덤까지, 부모가 책임진다?
2000년대 초반 버블 경제 붕괴로 인해 만들어진 히키코모리들은 세월이 지나 현재 40~50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일명 캥거루족이죠. 사회적으로 단절된 이들을 70~80대에 달하는 고령의 부모가 여전히 부양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어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데요. 이창민 교수는 이 이야기가 앞으로 10~20년 뒤 한국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10. 고립 청년 문제, 우리나라의 실태는?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청년층 1인 가구의 고립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최 교수에 따르면 2023년 5월 조사 결과 세상과 단절되어 지내는 청년세대는 최대 54만 명이고, 아예 방 밖으로 나오지 않는 고위험군의 경우 5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특히 대졸자, 여성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들은 한창 사회활동을 시작할 24~34세의 나이에 고립을 경험한 비율이 높은데요. 우리나라 역시 경제가 어려워지며 구직활동에 드는 시간 및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고립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죠.
11. 고립 청년의 방문을 열 수 있을까?
최샛별 교수는 한국 사회의 고립 원인으로 ‘능력주의’와 ‘강박감’을 꼽았습니다. 특히 한국 청년세대의 경우 구직과정에서 좌절하고 은둔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취업과 관련한 도움이 절실하다고 전했는데요. 실제 지난해 진행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이 '경제적 지원에 이어 '취업 및 일 경험 지원이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12. 가장 효과적인 정책을 꼽으라면 ‘일자리’
이에 이창민 교수는 일본의 경우도 비록 집권당마다 정책의 기조가 달랐다고 하더라도, 약 10~15년의 세월이 증명해 준 건 일자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일자리가 안정되어야 청년들이 미래를 계획할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일자리를 어떻게 늘리고 공유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3. 한 지붕 두 생각😮💨
일자리 지원 정책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는 한국 청년세대의 특성에도 숨겨져 있는데요. 한국 청년층은 대학 진학률이 75%에 달할 정도로 높은 반면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나 패배감에 빠지기 쉬운 구조이죠. 특히나 부모 세대는 경제적 호황 가운데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프레임의 압박속에서 사회적 통념과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에 간극이 생겼고, 그것이 그들이 사회와 단절되도록 부추기고 있기도 합니다.
14. 한국 청년 & 일본 청년, 다른 점이 있다면?
이창민 교수는 마지막으로 일본과 한국의 청년들을 비교하며 일본 청년들의 사정이 더 나아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바로 일본의 안정된 부동산 가격 때문인데요.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는 한국의 청년들과는 사뭇 다르죠. 안정된 일자리와 부동산 가격, 저리 대출 지원으로 일본의 청년들은 어찌저찌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요. 비록 실질임금은 한국 청년들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15. 일본은 어떤 해결책을 내놨을까?
일본은 일찍부터 히키코모리 문제를 마주한 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선해 나가고 있는데요. 2023년 내각에 총리를 필두로 고독 고립 대책본부를 설립하고 법을 개정하기도 했습니다. 고립의 원인이 사회에 있고, 국가가 책임지고 그것을 해결해야 함을 재차 확인한 것이죠. 특히 일본은 일자리 문제가 해소된 만큼 고립 당사자에 대한 형식적 목표에 대한 지원(취업, 결혼 등) 외에도 심리적 지원을 보다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6. 청춘의 계절, 여름입니다.
저희는 방송에서 한국의 싱글 라이프를 다룬 프랑스 언론 인터뷰를 다루기도 했는데요. 개인적으로 한국적 성공 요소(서울의 아파트, 고소득 직업, 사랑하는 배우자)를 포기하니 행복해질 수 있었다는 인터뷰가 꽤나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청년들의 능력주의와 경쟁에 관한 역설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시 아닐까 싶은데요.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그들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정서적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청춘의 계절인 여름입니다. 그들의 여름이 너무 무덥지만은 않길, 그리고 노력을 추수할 가을이 찾아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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