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몰아세우던 습관에서 나를 알아가는 습관으로
"왜 이것도 못해?" "다른 사람들은 다 하는데..."
습관을 만들려고 할 때 우리는 종종 이런 말들로 스스로를 다그치곤 합니다. 하지만 강제와 자책으로 시작된 습관은 오래가지 못하고, 우리는 또다시 자책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습관이 우리를 더 몰아세우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를 더 이해하는 도구가 된다면 어떨까요?
오늘 습관 인터뷰에서 만나보실 분은 인스타그램에서 '게으름을 선택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우가치님입니다.
번아웃과 우울, 퇴근 후 글쓰기를 시작하다
3년 전, 우가치님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심한 우울감을 느꼈고, 삶의 모든 것 -가치관, 목표 등-이 다 무너졌죠. 하지만 그 힘듦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속에 병이 생기는 걸 느끼며 우가치님은 살아남기 위한 선택으로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퇴근 후에 글을 썼습니다. 하루의 무게를 쏟아내듯 한 시간 넘게 타이핑을 했죠. 그렇게 감정을 토해내고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차츰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또, 자신이 왜 이렇게 힘든지를 이해하고, 잊고 있던 자신의 본모습을 다시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닝 페이지의 시작과 자기 발견
마음이 차분해지자 우가치님은 글쓰기를 아침으로 옮겼습니다. 아침의 멍한 시간, 무의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그 시간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거죠. 그렇게 시작된 모닝페이지는 우가치님의 삶을 조금씩 바꾸어갔습니다.
모닝페이지를 쓰던 어느날, 우가치님은 깨달았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늘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한없이 가혹했다는 사실을요. 글을 쓰며 우가치님은 그동안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들이 얼마나 날카롭고 차가웠는지 마주하게 됐습니다.
이런 자기 발견은 우가치님을 조금씩 변화시켰습니다. 그러다 2023년에는 인스타그램을 시작해,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게으름을 선택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6천 명의 팔로워와 함께 하는 우가치님의 이야기는, 작은 글쓰기 습관에서 시작됐습니다.
지속 가능한 습관의 비밀
우가치님의 모닝페이지가 3년째 이어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어요.
첫째, 최대한 부담을 줄였습니다.
글쓰기 시간을 5-10분으로 짧게 잡습니다.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시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무언가 대단한 것을 쓴다고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떠오르는 것을 씁니다. “어제 몇 시에 잤고, 몇 시에 일어나려고 했는데, 어떻게 됐다. 지금 딱히 생각나는 건 없지만 그냥 쓴다.” 이렇게요.
둘째, 성취감을 자주 느낄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일부러 작은 노트에 모닝페이지를 씁니다. 한 권을 다 채우는 시간이 짧아지니 성취감도 자주 느낄 수 있고, 다음 노트를 시작하는 재미도 생겼습니다.
셋째, 좋아하는 것들과 연결했습니다.
양치질 후에 물을 마시는 것을 좋아해, 양치질을 하고 물 한 컵을 책상에 가져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글을 씁니다.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 기분 좋게 쓸 수 있도록 한거죠.
실패와 회복의 순간들
최근 우가치님은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잠시 중단하고 방황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시기에 유지해오던 모든 좋은 습관들도 흔들렸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이걸 어떻게 힘들게 만든 건데, 내가 이걸 또 게으르게 놔버렸구나"라며 자책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동안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해주었던 조언을 스스로에게 적용해보기로 했습니다.
“매일 모닝 페이지를 써야해” “이렇게 계속 멈춰있을 수는 없어, 다시 시작해야해” 라고 자신을 몰아붙이는 대신, 모닝페이지 노트를 펜과 함께 책상 위에 보이도록 살짝 올려두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환경 세팅을 한거죠. 그리고 쓰고 싶은 마음이 들면 썼습니다. 그러자 습관의 흐름을 다시 자연스럽게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습관은 희망이다"
우가치님에게 습관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철학적인 질문이라 대답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마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한 듯 바로 대답이 나왔습니다.
“습관이란 희망이에요. 왜냐하면 습관을 하나라도 실행하는 과정에서, "아, 나도 뭔가 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그 자신감은 다른 일을 시도할 때도 큰 힘이 돼요. "내가 이걸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기보다는, 습관을 꾸준히 실행한 경험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습관은 삶의 첫 단추와 같다고 생각해요. 좋은 습관 하나가 희망의 시작이 될 수 있으니까요.”
뉴스레터의 독자님들께 보내는 우가치님의 말
"조금 멈춰 있어도 괜찮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중간에 쉬는 것도 정말 필요해요. 그 시간을 가지는 건 게으른 게 아니라, 게으름을 선택할 용기라고 생각해요. 아주 잠시라도 멈춰 설 수 있는 용기를 스스로에게 선물해보세요. 그게 다음을 위한 힘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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