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플희입니다.
지난 편에서 오브제로 감정을 보여주는 법을 다뤘어요.
불은 감정을 밖으로 꺼내고, 빈 의자는 부재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오브제가 감정만 보여주는 건 아니었어요.
어떤 오브제는 누가 누구를 보고 있는지까지 바꿔버려요.
대표적인 게 거울입니다.
거울은 시선을 숨긴다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옛 서양 회화에서는 벌거벗은 여성 옆에 거울을 놓고 그림 제목을 '허영'이라고 붙이곤 했어요.
존 버거는 이게 사실 화가의 시선을 숨기는 장치였다고 말해요.
화가가 그녀를 바라보는 걸 즐기면서
거울을 쥐여줌으로써 마치 그녀가 스스로를 구경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거죠.
화가가 보는 사람의 시선까지 계산해서 그림을 그렸다는 게 흥미로웠는데요.
거울은 그 시선을 숨기는 장치였던 거예요.
그리고 거울은 무엇을 비추는가보다 누가 누구를 보고 있는가를 먼저 봐야 하는 거구나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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