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줍게의 쓰줍레터
2025. 6. 30.
Vol. 9
'냉소에 대하여'
CURATION
쓰줍게가 모은 콘텐츠
클래식은 지금의 우리라는 시대적 조건을 유려하고 주의깊게 고찰하고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여 질문과 대답의 과정을 통해 예술적 자의식을 확장합니다. 우리의 바다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클래식이라는 순환의 파동을 통해 본 앨범에 참여하는 모든 아티스트는 적극적으로 행동합니다. 오염되는 환경에서 비밀의 탈주를 계속하는 바다의 생명들과 잠수함 속의 나비처럼 헤어날 곳 없는 미궁의 전설이 박제되지 않고 살아 숨쉬기를 바랍니다. 클래식 음악이라는 통합의 파동을 통해 모두의 동참을 호소합니다.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동참하세요. 바다의 속삭임에 귀기울여 보세요.
김주은, [Breezing Piano Dying Ocean] 앨범 소개
각자 어떤 음악 취향을 갖고 계시나요? 저는 몇 년 전부터 연주곡에 빠져 있습니다. 가사도 보컬도 없이, 피아노와 여러 악기들이 공간을 꽉 채우는 노래들. 그런 음악들을 듣다보면 왠지 마음이 단정해집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모든 것을 한결 차분하게 바라보게 됩니다. 유행에 민감한 장르는 아니지만, 언제 찾아들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곡들을 좋아합니다.
제 취향의 연주곡들을 찾아가며 여러 아티스트와 앨범들을 디깅하듯 찾아보기도 합니다. 김주은 피아니스트의 [Breezing Piano Dying Ocean]은 그러다 찾게 된 선물같은 앨범입니다. 이 앨범은 기후위기, 특히 바다 생태계를 주제로 만들어진 피아노 솔로 연주곡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우리의 바다가 죽어가고 있습니다"를 캐치프레이즈로, 5곡의 노래들이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멜로디와 리듬은 대부분 자연과 바다, 그리고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저는 특히 첫 트랙인 'Whispers of the Ocean'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잔잔한 파도가 흘러가는 듯 고요한 리듬이 무척 좋았어요. 명상하듯 조용한 공간에서 한 번 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예술이라는 매개체는 특히나 색다른 감흥을 주는 것 같습니다.
ESSAY
냉소에 대하여
인스타그램에서 쓰줍이나 플로깅을 다루는 콘텐츠가 늘어났다. 그 중에는 제법 큰 규모에 도달한 계정들도 있다. SNS의 장점은 타인이 공유한 포스팅을 자신 역시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방식으로 쓰줍하는 모습을 서로 공유하는 빈도가 늘어난 듯하다. 특히 초등학생, 중학생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최근 신규 팔로잉 중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쓰줍 계정의 비율이 늘었다. 물론 아직 '유행'이라고 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방향의 변화는 무척 긍정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움직임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건강한 문화가 대중적인 공감을 받는 것에 냉소를 보낸다. 좋은 의미를 가지고 하는 일을 '쓸데없는' 것으로 폄하한다. 일단 좋아보이면 무작정 따라하고 본다고 단정한다. 타인의 관심사와 가치관에 왜곡된 의미를 부여한다. 실제로 최근 인터넷에서 보았던 댓글들의 내용이다.
그러고 보면 이와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얼마 전 있었던 '텍스트 힙'에 관한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종이책은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청년층을 중심으로 독서라는 취미가 마치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지역 곳곳에서 독서 모임이 활성화되었고 서울의 도서전은 연일 마감 행렬이었다. '텍스트 힙'에 대해서도 다소 삐딱한 시선들이 생겨났다. 멋져 보인다는 이유로 남들 따라 책을 사보는 것이 꼴사납다거나, 지적 허영심을 동기 삼아 무언가를 취미 삼는다는 것이 별로라는 것이다.
냉소는 간편하다. 냉소는 사람 개개인이 가진 각자의 고유한 마음들을 무시한다. 자신이 추측하는 동기가 모든 사람들의 동기와 같을 것이라고 넘겨짚는다. 지적 허영심, 또는 도덕적 우월감에 지배당한다고 생각하며 사람들을 한심하게 여긴다. 정작 또 다른 종류의 우월감에 빠져버린 사람이 자기 자신인지는 보지 못한 채로. 그렇게 냉소하는 사람들은 존중과 공감의 반대편으로 향한다.
나는 사람들의 동기가 약간의 허영심을 내포한다고 해도 크게 문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정한 정도의 허영심은 우리를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조금의 지적 허영심이 호기심과 학습 의욕을 낳는 것처럼 말이다. 동기가 어쨌든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는 것에 집중해볼 수는 없을까. 한 사람이라도 더 쓰레기를 줍고, 한 사람이라도 함부로 쓰레기 버리는 일에 민감해진다면. 그렇게 우리가 사는 터전, 자연이 조금이라도 깨끗해질 수 있다면.
냉소에 대해 생각해본다. 때로는 냉소의 시선을 잠깐 가지는 것이 유익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문제에 있어 긍정적인 가능성을 간편하게 걷어낸 채 비웃음으로만 일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도 건강하지도 않다. 나는 냉소의 반대편으로 가고 싶다. 연대와 사랑과 존중과 공감의 길로 가고 싶다. 그렇게 함께,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힘을 응원하고 싶다.
ARCHIVE
쓰줍게가 주운 쓰레기
쓰줍게가 지난 2주간 만든 특별한 콘텐츠들을 소개합니다.
1.
경북 봉화군에서의 쓰줍
외가가 있는 경북 봉화군 물야면의 작은 마을에서 쓰줍을 했습니다. 시골이라 쓰레기가 잘 없을 것 같지만, 어르신들이 밭일 하면서 마신 음료수 캔이나 병이 꽤 많습니다. 족히 몇 년씩은 묵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수거되지 않은 농약통들이 버려져있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지만, 그건 제가 건드릴 수 없고 관청에서 따로 수거해야해서 음료수 캔과 병들만 주워봤습니다.
이런 시골은 쓰레기 수거 차량이 집집마다 돌아다닐 수는 없기에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앞에 배출장을 만들어두곤 합니다. 저도 마을에서 주웠던 재활용 쓰레기들을 마을 분리배출장에서 분리배출하고 왔습니다.
2.
쓰레커 & 포멜카멜레와 함께한 오프라인 쓰줍모임
쓰레커 @srekker_official 포멜카멜레 @formelcamele 의 여의도 플로깅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비가 온 다음날 아침이라서 그런지 여의도 한강공원 잔디밭에 생각보다 쓰레기가 없더라구요. 그래도 모인 사람들과 함께 조를 나누어 쓰줍을 했습니다.
'고무줄', 이 날 주운 쓰레기 중에 가장 많이 보이고 기억에 남는 쓰레기였습니다. 한강 피크닉이 서울살이의 중요 로망이잖아요? 그만큼 한강 피크닉에서는 배달음식을 많이 먹습니다. 한강공원들에는 배달존이 따로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배달음식을 포장하기 위해 필요한 고무줄들이 정말 많았어요. 눈에 잘 보이지 않으니 피크닉하다가 그대로 떨어뜨리고 갔을 수도 있구요.
또, 쓰줍을 준비하는데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우리 말고도 쓰줍하는 모임이 있었어요. 저번에 청계산에서 등산 쓰줍을 했을 때도 다른 쓰줍 모임을 만났었는데, 이제 쓰줍이 나름 유행을 타는 야외 액티비티가 된 것일까요?
3.
환경범죄 알아보기
2024년 대한민국의 ‘환경범죄’ 사범은 약 11,000명입니다. 양심에 맡겨져 있는 사소한 환경오염 행동도 있지만, 범죄로 규정되어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들도 있죠. 이런 행위들을 환경범죄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법률 자체가 생소하여, 그러한 법의 존재나 작동 방식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쓰줍게는 주말 이틀에 걸쳐 ‘환경범죄’에 대해 집중적으로 해설하는 콘텐츠를 준비했습니다. 환경범죄란 무엇인지, 어떤 행동들이 처벌되는지, 현실에서 어떤 한계가 존재하는지... 콘텐츠를 통해 많은 분들이 환경범죄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고, 큰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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