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줍게의 쓰줍레터
2025. 6. 16.
Vol. 8
'자기만의 생각'
CURATION
쓰줍게가 모은 콘텐츠
인간이 숲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숲이 인간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 질문을 계속 밀고 나가다 보면 숲이나 강, 바다에 사는 존재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시인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해 애니미즘이나 물활론적 시선을 지녀온 거의 마지막 종족이라고 할 수 있다.
<창백한 지구를 위한 시> 중
나희덕, '물구나무종이 된다는 것'
최근 제가 빠진 분야 중 하나는 시입니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느리게 시를 읽는 일의 재미를 깨달아가고 있어요. 이전까지는 산문이나 인문 도서를 위주로, 편식 독서(?)를 하고 있었지만... 시인들이 쓴 산문집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운 문체에 이끌리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서점에서 시집 코너 앞에 서 있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관심사를 가지다 보니 새로운 시인들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관심 있는 시인들의 소식을 찾아보다가 찾게 된 보석같은 책을 소개합니다.
<창백한 지구를 위한 시>는 스물 두 명의 시인이 모여 환경을 주제로 쓴 시집 겸 산문집입니다. 지구와 자연, 쓰레기와 인간, 환경과 생태에 대한 문학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책 자체도 친환경 옵셋잉크와 친환경 종이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쓰줍게도 주기적으로 환경에 관한 에세이를 쓰고 있는만큼 무척 흥미롭게 읽었어요. 많은 글을 쓰다보니,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던 시기였죠. 도서관 신간코너에 마침 들어와 있어 반갑게 책을 읽어보았는데요. 이렇게나 섬세한 표현으로 환경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앞으로의 글들에 대해서도 여러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었어요.
ESSAY
나의 생각을 세워가는 법
환경 계정을 운영하며 수많은 정보들을 접하게 된다. 세계 각지의 환경 뉴스부터, 환경 전문가들이 쓴 칼럼들, 활동가 분들의 인터뷰까지... 좋은 책, 좋은 인터뷰, 좋은 문학작품들이 넘쳐난다. 오늘날 우리는 다른 어떤 시기보다도 타인의 훌륭한 생각들을 쉽게, 많이 만나볼 수 있다.
그래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난다. 수많은 타인의 생각들에 노출되다보면, 막상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세우고 정리하기 어려워진다. 인풋은 계속해서 쏟아지는데, 막상 천천히 소화할 시간은 부족하다. 타인의 생각들에 파묻히기 너무나도 쉬운 시대이다. 그 생각들을 차분히 이해해보고, 정말 타당한지 살펴보고, 나의 생각과 비교해보고, 좋은 것들은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들은 점점 희미해진다.
물론, ‘타인의 생각’을 찾아보고 습득하는 과정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나의 생각’을 정립해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럼에도 주객이 전도될 때가 많다. 스스로 생각을 다듬으려는 고민 없이, 계속해서 외부의 것들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다. 새롭게 많은 것을 습득하는만큼 일시적인 충족감은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가운데가 비어진, 구멍 뚫린 충족감이다. 실제로 성장했는지는 물음표로 남는다.
이 활동을 하면서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쓰줍게가 팔로우하고 있는 계정은 오늘로 900명이 넘는다. 담벼락에는 매일 새로운 소식들이 쏟아진다. 많은 정보들에 휩쓸리다가 정작 나의 생각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그럴때면 시선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돌려야 했다. 콘텐츠를 만들 때 정보를 찾아보는 시간만큼, 그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고 나만의 기준을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해졌다. 환경에 대한 나의 시선은 오히려 그런 고민의 과정 속에서 훨씬 성장한 느낌이었다.
결국 무엇을 하든, 생각의 주어는 ‘나’로 종착되어야 한다. 좋은 책을 읽는 행위는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완성된다. 좋은 인터뷰를 보았다면, 그 끝에서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있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입에 넣었다면 충분히 소화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과정들이 쌓여 굳건한 자기만의 기준이 생겨난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준은 건물처럼 튼튼하다. 바깥의 세찬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고유한 나를 만들어간다는 건 그런 의미이다.
ARCHIVE
쓰줍게가 주운 쓰레기
쓰줍게가 지난 2주간 만든 특별한 콘텐츠들을 소개합니다.
1.
지지배와 함께한 오프라인 쓰줍모임
4월 6일 주말 오전, 상쾌하게 청계산에서 쓰줍 겹 등산을 했습니다. 이 날은 지지배에서 함께 했어요. 청계산입구역 근처에서 출발 전까지 모여 있었는데, 저희와는 다른 큰 단체 일행들이 플로깅 장비를 들고 올라가서 신기했습니다. 그만큼 플로깅 문화가 요즘 취미로 확산된 징표겠지요? 관리가 잘 되어서 그런지 쓰레기가 그리 많진 않았지만, 중간중간 음식 포장이나 휴지 등이 보여서 주웠는데, 정상까지 갔다 내려올쯤에는 조용히 등산만 했던 것 같네요. 청계산은 진달래능선이 유명한 곳인데, 딱 우리가 갔을 때 진달래도 잘 보였고, 맑은 하늘에 멀리도 잘 보였습니다. 힘이 빠진 마지막에는 쉼터에 앉아 용기에 담아 챙겨온 음식들을 나눠먹고, 보람차게 오전을 마무리했습니다. 보러 가기
2.
새로깅과 함께한 오프라인 쓰줍모임
3월 22일에는 홍대/연남 골목길에서 새로깅과 쓰줍을 했습니다. 유흥가일수록 담배꽁초가 많은 건 이젠 이상하지도 않은 일이지만, 홍대쪽은 유난히 더 심한 느낌입니다. 오히려 유동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방치된 큰 쓰레기는 없고 대부분이 담배꽁초였습니다. 특이한 것들도 발견했는데, 한 재떨이에 담배가 꽂힌 모습은 거의 예술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똥 금지는 반려견이겠죠? 새로깅 멤버들과 골목길 다니면서 이야기 많이 나누고 오전부터 힘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보러 가기
3.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개막
쓰줍게가 영화제에 다녀왔어요! 환경을 주제로 하는 의미있는 영화제가 열린다고 해서, 가장 중요한 행사인 개막식을 찾았는데요. 커다란 공간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오랜만이어서 좋았지만,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체감한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이 날 참여한 행사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였는데요. 올해로 22번째를 맞이한 이 영화제는 6월 5일부터 30일까지, 35개국 77편의 영화를 상영한다고 합니다. 저는 개막작이었던 <캔 아이 겟 위트니스?>를 관람하고 왔어요.
저는 영화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문학성을 갖춘 각본, 세밀한 화면 연출, 정교한 영상 편집, 적재적소의 영화음악까지 엄청난 노력이 들어간 결과이기도 하죠. 그래서 유독 영화가 가지는 의미가 크다고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영화, 한 번의 영화제가 불러올 수 있는 좋은 효과를 기대하며, 쓰줍게도 그 시작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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