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군생활이 두자릿수로 떨어졌다.
부대에 있다가 휴가나 외출, 외박을 통해 서울 도심도 돌아다니고, 친구들을 만나다보면 매번 행복했지만 한편으로는 꿈을 꾸는 듯 했다. ‘지금 당장은 즐겁지만… 어차피 곧 다시 군대로 돌아가야하는데?’ 22년도 1월에 입대한 나에게 내 세상은 21년도에 멈춰있는 느낌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한 달 가량 남은 휴가까지 생각하면 사회로 돌아갈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군대에 있으면서 힘들고 지칠때마다 전역 후의 삶을 상상하며 버텨왔는데, 그렇게 상상했던 것들이 곧 현실이 된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설레는 요즘이다.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흐르기에 군생활은 끝나지만, 내가 상상해 온 것들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량적 노력이 필요하다. 끝이 가까워질수록 군 생활 1순위 목표였던 ‘전역 직후 현업으로 돌아가기’를 이뤄내기 위해 준비할것이 너무나도 많은데, 아직도 군대에서의 시간과 환경은 제한되기에 많이 안타깝다.
최근 그렇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공부와 포트폴리오 정리에 매진하고 있었는데, 군 생활의 막바지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기록하고싶어 오랜만에 글을 적게되었다.
전역 후의 삶을 준비하다.
새벽에 불침번 근무를 설 때, 하기싫은 훈련을 해야할 때 등등. 힘들고 때마다 나와 내 동기들이 이겨내왔던 방법은 ‘망상 돌입하기’ 였다. 현실을 최대한 잊어버리고 ‘나는 00하는중이다~’ 하면서 미래를 상상하는 일종의 정신적 행사(?) 였다. 내가 해왔던 상상은 크게 세가지였다.
자취방 :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
부대에서 만난 사람들중에도 뜻이 잘 맞고, 덕분에 즐거울 수 있던 고마운 사람이 많았지만, 군대라는 환경이 답답하고 힘들어지려할때 ‘잘 지내냐?’ ‘그래서 언제 나와서 나랑 놀아주는데?’ 연락을 주는 친구들의 응원과 ‘보고싶다’는 등의 감정표현은 군대라는 환경에서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다. 학창시절부터 사회생활까지 만들어온 소중한 관계와 친구들이 많다는 점에 정말 감사했다.
자취를 하게되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굉장히 많겠지만, 제일 기대했던 것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편히 놀러와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이들과 떠들고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가지고 싶었다. 불침번 서면서 종이에 내 방 가구배치도 해보고, 술 진열대도 구상해보며 아직 있지도 않은 자취방의 인테리어를 수십번은 했던것같다.
중고차 : 행복한 추억 기록하기
특성화고 출신인 나와 내 친구들, 친한 선/후배들은 다들 나이대에 비해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나이에 비해 자동차의 세계(?)에 일찍 발들인 형들이 있었고, 내가 한창 회사에서 늦은시간까지 일하던 때에는 다짜고짜 회사 앞까지 찾아와서 나를 끌고나와 새벽 고속도로를 달려 이쁜 카페부터 넓은 바다까지, 혼자서라면 쉽게 경험하지 못했을 추억들을 정말 많이 만들어줬다.
그렇게 많은 곳을 놀러다니고 여느때처럼 새벽 늦은시간에 나를 집에 데려다 줄 때, 한 번은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기름값에 쓰라고 현금을 좀 챙겨줬었다. 그런데 의외로 형은 이를 보더니 화를 내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라는 사람 자체를 소중히 여기고 아껴주는 진정성이 전해졌던 순간이였다.
‘자동차’ 덕분에 소중한 추억도 쌓고 내 주변 사람들의 진정성을 알 수 있었기에, 자연스래 나도 운전과 차를 엄청나게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게 입대하기 전까지만 해도 형들에게 받은 가르침(??)을 전파하고자 가족들과 친구들을 태워서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큰소리로 음악도 들으며 이쁜 장소를 찾아다녔다. 군생활을 하면서도 다음생에는 운전병으로 입대해야겠다 마음먹었을 정도로, 차를 통해 함께하는 사람들과 쌓이는 추억의 가치를 알았기에 전역하면 내 차를 사서, 좋은 추억을 더 많이 쌓아야겠다! 마음먹고 운전하는 상상을 자주 했었다.
내 사업 / 서비스, 우리 팀 찾기
사실 앞서 언급한것들보다 가장 중요한, 내가 가장 이루고싶은 목표이다. 이전 글들에서 언급했듯, 나는 내 팀과 서비스를 찾기 위한 길을 노력을 부단히 해왔고, 전역 후 진정한 자유의 몸이 되면 내 능력을 기여해 사용자들에게 행복을 전달할 수 있는 사업 /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 전념하려 한다. 그렇게 현재 바라보고 있는 두가지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 어느정도 규모있는 스타트업의 특정 포지션으로 합류하여 일하기
- 헤쳐가야할 난관이 있는, 명확한 뜻을 가진 소규모 스타트업 팀에 합류하기.
전역이 가까워지니 생산성이 낮아졌다.
앞서 언급한 목표들을 이뤄야 할 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기에 더욱 나에게 집중해야 할 시기지만… 최근에는 중요도와 효율 중 어떤것을 우선시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무한 굴레에 빠져버렸다 ㅠ
예전에는 전역과 거리가 많이 멀었고, 명확히 세워둔 목표를 세울 수 있는 시점이 아니였기 때문에 데이터, 애널리틱스, PM/PO 및 예비 창업자를 위한 강의, 일반 회계 등등 앞으로 나에게 있어 필요한 공부를 하나씩 천천히 해나갔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로 나갈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1. 내가 가고싶은 스타트업의 특정 포지션, 2. 나에게 합류 제안을 준 스타트업의 특정 포지션 등을 고려하며, ‘나라는 사람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어떤 내용을 공부해두어야 그곳에서 명확히 활용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하다보니 공부할게 많아졌다고 느낀다.
같은 공부를 하더라도 들이는 시간과 노력대비 높은 효율을 뽑고싶은데, 몇일만 더 있으면 사회에 나가서 맥북이나 아이패드를 활용해 빠르게 끝낼 수 있는걸 지금 굳이 여기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해야할까? 라는 생각이 매번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ㅠ
- 효율성은 떨어져도 중요도 높은 일을 어떻게든 하나씩 해갈것이냐!
- 일단은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을 먼저 하고 사회에 나가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중요한 일을 할것이냐
위 두가지중 하나를 결정내려서 진도를 빠르게 쭉쭉 치고 나가기 위해 노력중이다. 예시로 독서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단계 중 노션에 기록하고 프린터로 출력했던 과정을 생략, 손글씨로 쓴 내용을 그냥 들고다니며 내용을 복기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조금이라도 높여보고 있다. 노트 필기는 사라지기 쉽다는 점에서 걱정되지만, 잘 보관했다가 사회로 나가면 기록해두려 한다.
지금 느끼는 감정들을 결코 잊지말자
하던 일을 잠시 접어두고 오랜만에 이렇게 글을 작성하며 생각 정리를 해봤다. 항상 뭔가를 할 때 그 목적을 분명히 하고 하는편인데, 예전에 '뉴스레터 왜 쓰는가?' 를 작성하며 밝혔듯이 초기에는 ‘남들에게 나라는 사람을 알리기’ 가 목적이였다.
군대에서의 나는 뭔가 악에 받쳐있었다. 환경이 제한되어서 의욕이 활활 불타오르고 내 삶을 갈아넣을듯한 자세로 사회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있지만, 막상 사회로 돌아가면 수많은 유혹들이 나를 또 가로막고 어느순간 나태해져있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러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계속해서 돌아보고 내 목표들을 다시 떠올릴것이고, 내가 마음을 다시 잡게끔 하는 수단중 하나로 이 글을 포함한 내 뉴스레터들을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서 ‘내가 이렇게 절실했구나.’ ‘저렇게 힘든 환경에서도 노력했었구나.’ 동기부여를 얻어가려한다.
그동안 고생했고, 조금만 더 힘내자!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