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맛 팝콘] - 다큐인들의 홈그라운드, DMZ다큐멘터리영화제 방문기

By 초록🍀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에디터 초록입니다. 그간 현생에 치여 죽기 일보직전이었던 저… 죽어가는 와중에 덕질은 해야겠어서 주말 하루를 빌려 <2022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찾았는데요! 제가 누굽니까, 다큐멘터리 특집 에디터 아닙니까! 에디터 초록이 1년 동안 제일 기다렸노라 자신하는 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리뷰해보겠습니다.

사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올해 처음 가본 터라, 이렇게 연식이 오래된 영화제인 줄 몰랐어요. 무려 14회째라니! 간단히 영화제에 대해 소개하자면 이름 그대로! 모든 섹션에서 다큐멘터리만을 선택하여 상영하는 영화제입니다. (하지만 첫 번째로 본 영화에서부터 반전이 숨어 있었으니… To be continued…) 2009년에 출범하여 처음에는 파주시를 중심으로 열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DMZ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은데요, 2013년부터 고양시도 주최로 참여하게 되면서 현재까지도 메인 상영관이 고양시에 자리잡고 있더라구요.

이번 영화제는 2022년 9월 22일(목)부터 9월 29일(목)까지 일주일 동안 열렸는데요, 저는 9월 25일 일요일에 용감하게 혼!자! 다녀왔습니다. (내년에 같이 갈 사람 미리 구함…ㅠ)

이름에 ‘DMZ’가 들어가다 보니까, 대체 나 어디까지 북으로 올라가야 하지…? 비무장지대…? 라는 생각은 저만 들었을까요? ㅋ 오해가 무색할 만큼, 수도권 지하철역과 인접해 있는 DMZ다큐영화제. 3호선 대화 방면의 종점 일보직전인 백석역에서 내리시면 바로 메인 스팟인 ‘메가박스 백석’이 두둥둥장. 저는 좀 지각쟁이라서 뛰어다니는 게 일상인데, 역과 메인 상영관이 이렇게 가까워서 참 좋았습니다.

페스티벌 맵을 보시면 행사 장소가 꽤 많아 보이는데요, 부대행사를 제외한 영화 상영은 거의 8-90%가 메가박스 백석과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뚜벅이라도 문제없이 영화제를 즐기실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메가박스를 위주로 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 중에 하나가 셔틀버스의 간격이 그렇게 넓지가 않아요. 정류장이 백석역, 소노캄, 킨텍스 이 세 개가 다인지라… 사실 에디터로서의 책임감으로 고양꽃전시관(오픈 시어터)에 꼭 들러서 사진도 찍고 후기도 쓰려고 했는데, 이동시간이 너무 길어져 버려서 포기했습니다. ㅠ 혼자 다니자니 사람이 좀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기도 하더라구요. ^^;; 내년에 저랑 오픈 시어터 같이 가주실 분? (끈질긴 구애)

올해 또 유별나게 DMZ다큐영화제가 기대되었던 EU… 제가 드디어 회사 덕을 봤지 뭡니까!!! 영화제 전에 배지 신청 기간이 있길래, 회사 이름이랑 소속 적어서 냈더니 게스트 배지를 주더라구요. 유후~~~ 뭐랄까, 드디어 업계인으로 인정받은 느낌이랄까...? (죄송합니다, 촌스럽지만… 저만의 작은 기쁨이었어요) 배지데스크도 메가박스 백석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거의 발박수 박박디라라 치면서 입장.

게스트 배지를 받으면 게스트 라운지라는 공간에 입장할 수가 있는데요, 페리에가 저렇게 막 쌓여 있는 거 보고 ‘아 여기 생각보다 돈 많은 영화제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특이한 재질의 에코백에 이것저것 협찬품(?)을 담아 줬는데, 여명808이 있어서 넘나 반가웠고요. (저는 전날 술을 안 마셨기 때문에 그다지 쓸모는…)

 라운지 공간을 소개하자면 모임 공간이자 휴식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를 본 업계인들끼리 이 영화 괜찮네, 저 영화 별로였네, 그 영화가 올해 대상이네 하면서 페리에를 시원하게 들이켜는… 그런 느낌 아시죠? 참고로 저는 구면이었던 사람이 1도 없었던 관계로 구석탱이에서 프로그램북을 정독하며 상영작 고르기에 집중했습니다.

게스트 라운지에서 나와서 본격 행사장 쪽으로 오시면 이런 느낌이랍니다. 이곳에 기념품샵, 카페, 매표소 등등 웬만한 건 다 있다고 보시면 돼요. 동선이 되게 심플해서 좋게 말하면 시간을 아낄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팝콘레터에 사진 찍어 올릴 게 없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제 굿즈에 그렇게 돈을 쓰는 편은 아닌데, 굿즈샵 자원봉사자분의 언변술이 대단하시더라고요. (탈색한 긴머리 언니.. 당신 맞아요. ^^) 벙거지 저기 있는 게 전부라면서 다 팔리기 전에 얼른 사가라고 그래서 얼떨결에 구입해버린… 집에 이미 벙거지 100개 있음. ㅠ 그래도 나름 잘 어울리지 않나요? 늦게 일어나서 머리 못 감았는데 빨리 출근해야 될 때 아주 GOOD입니다.

그리고 배지를 살까, 키링을 살까 하다가 키링을 에어팟에 달면 예쁠 것 같아서 함께 구입 완! 주황색 케이스랑 잘 어울리지 않나요? 지나가다가 에어팟에 DMZ 키링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사람 보면 인사해 주세요, 옥수수분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영화제든지 그렇겠지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특히 다큐멘터리 작품들만을 상영하다보니, 프로그램북만 쓱 읽어봐도 올해 어떤 일이 우리에게, 혹은 전 지구인에게 중요하게 다가왔는지가 한눈에 보이더라고요. 전쟁, 국가폭력, 난민, 노동, 젠더 등의 거대담론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부터, 카테고리화조차도 어려울 만큼 신선한 접근방식을 취한 작품들도 있었어요. 내 몸이 하나인 게 야속할 정도로,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이 깊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요즘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다루고 있는 영화 3편이 유독 눈에 띄더라구요. 어떤 영화를 왜 골랐는지는 하나씩 설명해드릴게요.

초록 PICK 첫번째 작품 <작은 섬>

원제 L'ilôt

제작년도 2022

국가 스위스

상영시간 1시간 46분

감독 티치안 부치

두 명의 파수꾼이 스위스 로잔에 흐르는 강을 지키고 있다. ‘아마’는 업무를 처음 맡았는데, 선배인 ‘다니엘’이 그에게 여러 가지를 알려주고 있다. “우리의 임무는 명확해, 지켜보는 거지 (…) 우리는 그저 사람들이 강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돼.” 그가 말하는 사람들이란 근처에 사는 은퇴한 노인이나 이주민들이다. 강 주변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모호한 경계에서 일상의 공간에 대한 성찰을 제공하는 리얼리즘 우화이다. [2022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이 작품을 영화제에 도착하자마자 처음으로 관람했는데요, 작품 설명 중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모호한 경계’라는 단어가 눈에 띄어서 선택했습니다. 실험 정신이 느껴지잖아요? 아니나 다를까, 보자마자 한 30분 정도는 난해한 내용 때문에 잘 집중하지 못했… 저의 깊이가 아직 너무나 얕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맨처음에 특이한 느낌의 커플이 강변에서 등장하는데, 그 부분만은 확실히 뇌리에 박혔었어요. 이미지가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거든요. 프롤로그처럼 저 커플이 잠깐 등장하고, 그후 나오는 주된 이야기는 이주민 출신의 두 남성이 비슷한 계층에 속한 주민들을 그 강에 들어가지 못하게 감시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에요. 재미있는 점이라면 두 파수꾼도 동시에 주민들에게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죠. 주민들은 “당신들은 뭘 하는 거냐”고 질문하며 발코니에 서서 파수꾼들을 수시로 관찰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서로 감시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소통의 대상이기도 해요. 노인분들이 주로 사는 작은 동네이다 보니, 파수꾼이 주민들을 배려하는 일도 생기고요. 감시하다 보면 감시가 관심이 되고 그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헤어질 결심>에서 보셨듯이?

그런데, 보다 보니 ‘파수꾼들이 지키는 그 강이 대체 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Q&A 시간에 질문을 했는데, 감독님께서 그게 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하시더라구요. 말하자면 그 강은 그냥 강일 뿐인데 파수꾼들은 자기들이 왜 그 강을 지켜야 하는지 모르면서, 누군가가 시키니까 지키고 있다는 거예요.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정확히 모르면서, 시키니까 일단 하고 보는 현대인들에 대한 블랙 코미디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감독은 스위스 사회에서는 서로를 일상적으로 감시하는 문화가 존재하고, 그게 하나의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생각해보면 한국 사회에서도 관심과 감시는 잘 구분되지 않는 영역이잖아요. 대표적으로 “언제 결혼할 거야?” “언제 취직할 거야?” 이런 질문, 내 삶에 관심 있어서 하는 질문 같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내 삶이 감시당하는 느낌도 들죠.

영화에 대한 설명 중에 재밌었던 부분은, 파수꾼으로 등장하는 두 사람은 진짜 파수꾼이 아니라 배우였다는 점입니다. 스위스 로잔은 감독이 예전에 살던 동네인데, 시간마다 달라지는 강의 모습에 매료되어서 저곳을 배경으로 정하고 영화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연 배경과 주민들은 그대로 두고, 그곳에 두 배우를 섭외해서 파수꾼 역할을 하라고 지시했대요. 두 사람은 앞서 말했듯이 자기들이 그걸 왜 지켜야 하는지 되물어보지도 않으면서 충실히 역할을 수행했고, 거기서 일어나는 주민들과의 상황을 각본없이 촬영했다고 합니다. 완전한 픽션도, 완전한 다큐멘터리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 존재하는 작품인 거죠.

총평을 하자면, 주제의식과 접근법은 철학적이기도 하고 신선했으나 서사적으로는 매력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영상적으로 괄목할 만큼 대단한 작품은 아니었던지라 흡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그래도 왠지 모르게 뒤를 돌아보게 하는 매력이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초록 PICK 두번째 작품 <틱톡커의 해피엔딩>

원제 GIRL GANG

제작년도 2022

국가 스위스

상영시간 1시간 38분

감독 수산나 레지나 뫼레스

베를린 외곽에 거주 중인 열네 살 레오니는 유명한 청소년 인플루언서다.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그녀에게 기업은 끊임없는 러브콜과 제품 조공을 한다. 레오니의 부모는 딸의 인터넷 활동에서 엄청난 수익을 얻었고, 레오니가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녀를 관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브랜드와 콘텐츠 제작에 대한 압박감으로 레오니의 삶은 점점 감옥으로 변해간다. [2022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일부러 의식하고 고른 건 전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스위스 작품을 연달아 보게 되었네요. 참고로 두 작품 모두 비경쟁인 ‘글로벌 비전’ 부문의 작품이었습니다. <틱톡커의 해피엔딩>을 고른 이유는 제목에서 위트가 느껴지기도 했고, 10대들의 문제를 다른 감독들은 어떻게 다루는지가 궁금해서 골랐어요. 좀 더 10대들의 당사자적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고, 틱톡이라는 뉴미디어 매체를 다루다보니 기존의 다큐멘터리 작법과는 다른 신선한 접근을 기대하고 보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다는 슬픈 이야기.

우선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청소년 인플루언서를 앞세운 부모의 SNS 장사, 아동학대 아닌가?”로 압축할 수가 있습니다. 저는 제목만 보고는 좀 밝은 내용일 줄 알았는데, 엄청 다크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 감독은 주인공 레오니의 일상을 밀착취재하는데요, 애가 좀 딱한 것도 사실이에요. 레오니는 현실 세계에서는 친구가 아예 없는데, SNS 세상 속에서는 수많은 소녀들이 레오니를 추앙하고, 레오니를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서 비싼 굿즈를 구입하죠. 레오니의 부모는 딸아이의 매니지먼트를 자처하지만, 사실상 백수 신세에 애한테 기생하는 꼴…. 잠시도 쉬지 못하게 애를 들들 볶습니다. 레오니는 돈을 벌기 위해 하루에 1번 이상, 그것도 정해진 시간에 꼭 협찬 아이템을 리뷰해야 되거든요

 저는 영화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굉장히 집중해서 잘 봤는데, 중반을 지나면서는 숨이 막혀서 상영관을 나가고 싶었어요. ㅠ 애는 눈이 점점 동태눈이 되어가지, 부모는 욕 나오는 짓만 반복하지… 반복적으로 답답한 상황을 보여주니까 “이제 그만 보여줘도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영관을 나와서 실제 레오니 계정을 검색해 보니까 좀 더 성숙해진 레오니가 밝은 표정으로 피드를 가득 채우고 있었어요. GV가 있었다면, 이 영화를 주인공 가족에게도 보여주었는지, 보여줬다면 반응은 어땠는지 묻고 싶었는데 GV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총평을 하자면 이 영화 역시도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주제를, 장기간의 집요한 관찰을 통해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칭찬할 만하지만, 관객들에게 레오니 가족을 비판하고 비난할 여지를 무제한으로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좋은 다큐멘터리인지 잘 모르겠어요. 물론 중간에 SNS 마케팅에 목을 매는 기업들이나 그것을 방관하는 거대 SNS 기업에 대한 통계가 나오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레오니 부모의 행동 묘사가 더 자극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그렇다고 이 다큐멘터리를 찍는 과정에서, 혹은 다큐멘터리가 세상에 나온 이후라도 레오니 가족의 삶이 크게 변화한 것 같지도 않구요. 틱톡 시장에 숨겨진 아동 학대를 발하는 데에 있어서, 한 가족을 희생양 삼는 방법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초록 PICK 세번째 작품 <홈그라운드>

제작년도 2022

국가 한국

상영시간 1시간 14분

감독 권아람

1970년대 명동의 ‘샤넬’은 바지 씨, 치마 씨들의 은밀한 아지트였다. 1996년, 레즈비언 청년들이 한국 최초의 레즈비언 바 ‘레스보스’를 직접 오픈한다. 2000년대 초반, 커뮤니티를 찾던 10대 퀴어들이 신촌의 작은 공원에 모여든다. 그 근처에서 '레스보스'를 운영하던 명우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곳을 지키고 있다. 그러던 중 코로나 위기가 찾아오고, '레스보스'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진다. 명우는 레스보스를 지킬 수 있을까? [2022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홈그라운드>는 한국경쟁 부문에 속한 작품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 퀴어 서사에 관심도 많고 퀴어 영화를 좋아해서 골랐던 작품이에요. 레스보스 바와 주인공 ‘명우 형’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있어서 궁금하기도 했고요. 

이 영화는 레즈비언 바인 ‘레스보스’와 섬지기 ‘명우’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존재했던 레즈비언들의 ‘홈그라운드’를 기록한 영화입니다. 레즈비언들의 공간은 관음증적인 외부의 시선으로 인해 번번이 와해되기도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끈질긴 생명력으로 새로운 곳에서 다시 태어났죠.

 한국의 나이든 레즈비언, 명우 ‘형’의 이미지만으로도 굉장히 많은 것들이 설명이 되는데요. “니들이 아무리 날 부정해도, 난 이미 나이 잔뜩 먹은 레즈비언이다. 너희, 내가 신사로 보이지, 숙녀로 보이냐? 나 이모라고 부르지 마, 난 형이야! 이렇게 말하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존재가 곧 증명인 셈이죠. 그녀가 운영하는 레스보스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아무리 그곳의 정체성을 부정하려고 해도, 어쩌겠습니까. 레즈비언의, 레즈비언을 위한, 레즈비언에 의한 장소인걸요. 그곳을 달리 어떤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요?

권아람 감독은 레즈비언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던 과거의 아지트 공간들을 ‘재연’이라는 장치로 영리하게 표현하면서, 현재의 레스보스 바와 퀴어들을 위한 댄스 스튜디오 ‘루땐’까지로 구름다리를 놓습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공간은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는 시위 공간이었는데요, 그 공간에 윤김명우 선생님이 레스보스 깃발을 들고 등장합니다. “우리 때는 젊은 사람들의 형편이 그래도 좀 더 나아지겠지” 하면서 버텼다고 말하죠. 하지만 나아지지 않은 현실에, 60대 퀴어는 20대 퀴어와 함께 가슴 아파합니다. 이 장면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공간들이 완벽하게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과거의 퀴어와 미래의 퀴어의 대화라고 볼 수도 있고요.

GV 시간에는 권아람 감독과 윤김명우 선생님이 함께 등장했는데요, 실제로 뵈니 선생님의 카리스마가 어마어마하시더라고요. 시원시원한 말솜씨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권아람 감독이 영화 내내 윤김명우 선생님을 ‘출연자’ 이상의 역할로 존중하고, 선생님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갔다는 점이 참 보기 좋았어요. <홈그라운드>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특별상-관객상과 특별상-신진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했는데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개인적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을 그런 영화였어요.

영화를 더 보고 싶어서 핫도그와 커피로 식사를 대신했지만 3편밖에 못 봤다는 아쉬운 소식... 

[꿀팁] 메가박스 백석은 영화제 기간에 핫도그와 팝콘을 반값에 판매한다. 하지만 상영관에는 못 들고가지롱…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총평하자면, 업계인들에게는 천국 그 자체이지만… 머글들에게는 조금 진입장벽에 높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상영작들이 한 눈에 잘 안 들어와서, 상영작들을 키워드 중심으로 분류해서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제가 최근에 다녀온 영화제가 무주산골영화제, 제천국제영화제다 보니까 부대행사가 비교적으로 빈약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부모가 자녀를 데려오기에는 힘든 영화제인 거죠. 그치만 저는 이렇게 전문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제가 한국에서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존재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언젠가 저도 제 작품으로 출품할 그날을 기약하며… ㅎㅎ  

자, 이렇게 저와 짧지만 굵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탐방을 마치셨는데, 어떠셨나요? 내년에는 꼭! 상황이 허락하는 선에서, 더 다양한 영화를 보고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특히 경쟁 부문 작품들을 많이 놓쳐서 아쉬웠어요. 기회가 되면 수상작 중 마음에 드는 다큐를 따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내년에 열리는 DMZ영화제에서는 저와 함께 발걸음을 꼭 함께해주시길... 

그럼 저는 또 재미있는 다큐와 영화제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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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   윤프🤴 / 영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