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맛 팝콘] 초여름의 낭만, 무주산골영화제를 가다

By 초록🍀

안녕하세요 옥수수 여러분, 초록🍀입니다~ 매월 다큐맛 특집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곤 했는데, 오늘은 특별하게 저와 윤프🤴, 도로시🌪️가 함께 다녀온 무주산골영화제를 소개시켜드리려고 합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무주산골영화제는 소풍 같은 설렘, 자연 속에서 느끼는 울림, 관객과의 어울림을 추구하는 영화제라고 해요. 10주년 기념으로 로고 디자인이 바뀌었는데, ‘산’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이 참 잘 어울리지 않나요? 보라색 컬러는 무주산골영화제의 메인 장소라고 할 수 있는 무주등나무운동장의 보랏빛 등나무꽃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저희는 주말을 이용하여 6.4(토)-6.5(일) 1박2일간 무주에 머물다 왔습니다.

춘천에 살고 있는 저는 대전버스터미널을 거쳐 무주버스터미널로! 7시에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11시 반이더라구요. 서울에 사는 윤프는 무주산골영화제 셔틀버스(서울-무주 단돈 13000원!!)를 이용했고, 셔틀버스를 놓친 부천 주민 도로시는 SRT 취소표(ㅋㅋㅋㅋ)를 구해 겨우겨우 도착했답니다. 무주가 교통이 좋지 않다 보니 거리가 먼 것이 단점이긴 한데, 한편으로는 일상으로부터 아주 먼 곳으로 도망친 느낌이 나서 더 낭만적이었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 꼭 미리 신경 쓰셔야 하는 게 숙박입니다! (중요도: ★★★★★) 저희는 영화제 한 달 전쯤 숙소를 알아본 것 같은데, 터미널 근처 게스트하우스들은 이미 다 풀방이더라구요. 일단 터미널 근처에 숙소 자체가 많지가 않습니다. ㅠㅠ 자구책으로 무주 앞섬마을에서 운영하는 앞섬체험센터(택시비 7000원/걸어서 50분거리)에서 묵었는데, 새로 공사를 한 지 얼마 안 된 곳이라서 깔끔하고 괜찮았어요! 이외에도 농촌 숙소가 꽤 많았는데, 가까운 방을 찾지 못했다면 추천드려요. (참고: 전라북도 농촌관광 홈페이지 https://jbft.co.kr/)

숙소에 짐을 놓자마자 재밌어 보이는 4인용 자전거를 빌렸는데요, 뭔가 동남아 여행 온 기분도 들고 좋았습니다. 운전석에 앉은 윤프의 자태가 너무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나요. 터미널을 조금만 벗어나면 작은 산들을 휘감고 있는 금강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시간이 되신다면 일정을 넉넉하게 짜서 영화제도 보고 무주 여행도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는 4인용 자전거 타고 영화제 장소까지 갈까 하다가 도둑 맞을까 봐 반납했습니다.ㅎ

인생이 지루하신 분에게 강력 추천해드립니다. 한번 삐끗하면 저 세상으로 갈 수 있다는… 잊고 있던 우리네 인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자전거랄까요. 페달 밟는 사람(초록, 윤프)과 페달 안 밟고 노는 사람(도로시)의 얕은 우정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멋진 자전거입니다.

따봉 자전거야 고마워!👍

본격적으로 영화제를 즐기기 전에,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빙어에 고추장을 발라 구운 도리뱅뱅이와 어탕수제비 흡입! 조만간 도리뱅뱅이 먹으러 무주 한번 더 갑니다… (츄릅) 수제비는 분명 中자를 시켰는데, 먹어도 먹어도 줄지를 않아서 꽤 많이 남겼다는 후문이…

여행은 끝내고, 드디어 영화제 입성! 무주산골영화제 행사공간은 대체로 터미널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편이라 뚜벅이들이 다니기에 편리했어요. 단 한 곳, 심야영화를 무료로 야외상영 하는 덕유산국립공원은 차로 20분 거리라서 셔틀버스가 있는데도, 찾아가기에 좀 부담이 되더라구요. 그나저나 티켓 교환하면서 달팽이진액을 선물받아 조금 당황했습니다. 관객들의 건강까지 챙겨주는 섬세한 영화제 같으니라고…! (사실 아직 안 먹었으니, 드시고 싶으신 분 댓글 달아주세요…)

한풍루에 위치한 굿즈 샵에서는 ‘무주셀렉트: 동시대 시네아스트’로 선정된 하마구치 류스케의 대본집과 시네아스트 매거진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데뷔작인 <열정>(2008)을 비롯해 영화관에선 만나보기 어려운 <영원히 그대를 사랑해>(2009) 등의 단편영화까지,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총 8개의 작품을 상영했어요. 하마구치 류스케 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을 듯!

굿즈 샵 근처에 자리한 넥스트액터 전시관에서는 2022 넥스트액터로 선정된 전여빈 배우의 특별 사진과 넥스트액터 인터뷰 영상, 영화/드라마에서 사용했던 의상, 대본집 등등을 볼 수 있었어요. 특별 사진들은 전여빈 배우의 친오빠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저희는 주말에 가는 바람에 놓쳤지만, 6/3 금요일에 전여빈 배우가 직접 무주산골영화제를 찾아 배우연구소 백은하 소장과 함께 토크를 진행했더라구요. 놓쳐서 아쉽아쉽!

부대시설이 워낙 많지만, 뭐니뭐니 해도 저의 최애 스팟은 등나무 운동장이었습니다. 이 공간이 사실상 무주산골영화제의 메인 스팟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낮부터 토크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공연도 볼 수 있고 야외상영도 이뤄지거든요. 꼭 영화제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넓고 예쁜 운동장을 가진 무주군민들이 부럽기도 했어요.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5월에 피는 등나무꽃이 이미 다 져버린 것?

등나무 운동장 1일 입장권(15000원)만 결제하면 하루 종일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곳이라, 다리가 아플 때 그늘에서 쉴 수도 있고 커피를 사서 마실 수도 있어요. 제가 갔을 땐 나무로 새집을 만드는 목공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이곳에서 매년 산골책방이 열리는데, 올해에는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B>과 협업해 다양한 매거진을 자유롭게 빌려 읽을 수 있었어요.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이 영화제가 젊고 힙하다는 느낌을 주는 거 같아요.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니 그 넓던 운동장이 돗자리로 꽉 차더라구요. 세상에 이렇게 사람 많이 모인 거 코로나 이후로 처음 봤습니다. 자리 깔자마자 냅다 누워버린 윤프. (지못미…)

등나무운동장 바로 앞에 음식들을 파는 부스가 있어서, 이렇게 음식도 가지고 들어올 수 있어요. 넓은 곳에서 돗자리를 펴고 편하게 음식도 먹고 쉬니까 꼭 피크닉이나 캠핑 온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전라도 손맛이 얼마나 기가 막힌지… 고작 부스에서 만든 음식들인데도 정말 맛있더라구요. 일요일에도 똑같은 김밥 냅다 사먹어버린…

냠냠 음식을 먹으면서 10CM의 공연을 봤어요. 과장 안 보태고 야외상영 보러 온 사람보다 10CM보러 온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영화를 보러 와야지, 무슨 10CM 공연이냐며 투덜거리면서 열심히 춤췄다는 팝콘 에디터들. ^^;; 아메~아메~아메~아메리카노는 못 참죠. 2010년대 감성에 취한다…★

갓센치 공연이 끝나고 다음으로는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키드>와 함께 선우정아와 재즈 피아니스트 염신혜의 LIVE 연주를 들려주는 아주 신선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어요.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감상하긴 했는데, ‘도망가자’같이 많이 알려진 음악이 나오면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어요. 다음에는 악기 연주만으로 콜라보가 이뤄지면 어떨까 해요. 사실 정작 영화 보면서는 쥐 죽은듯이 집중 잘하다가 영화 끝나자마자 투덜거렸다는 팝콘 에디터들. 팝콘레터의 명성에 걸맞는 날카로운 비평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랄까요,, 쿠쿸,,

마지막으로 <시네마천국>을 감상하며 낭만적인 여름 밤을 완성했습니다. 풀벌레 소리와 소쩍새 우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데, 어디서도 못 해볼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초여름 밤이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고, 아직 벌레도 많지 않을 때라 야외상영에 가장 최적화된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가장 더운 계절을 앞두고, 왠지 모르게 들뜨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구요. 놀랍게도 시네마천국을 처음 본 저는, 아름다운 엔딩 장면과 함께 눈물 한 바가지 머금으며 숙소로 돌아갔답니다.

밤에 택시가 안 잡힐까 봐 앞섬까지 걸어갔는데, 덕분에 55분간의 공포영화 한 편을 더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직도… 초록으로 보이시나요?

네, 전 파랑 아니죠~ 빨강 아니죠~~ 초록 맞습니다. (<퍽, 독자분들께 장난치지 말라구)

후기를 끝내기에 앞서 무주 방문이 망설여지시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볼게요.

이런 분에게 무주산골영화제를 추천해요!

1. 영화 감상뿐만 아니라 휴식 겸 여행을 떠나고 싶으신 분

무주산골영화제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영화 소풍’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반딧불이가 유명할 정도로 청정 지역인 무주라서, 도시에서 열리는 대형 영화제에서는 만날 수 없는 여유와 낭만이 있죠. 규모에 비해 확고한 팬덤이 있는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가 아닐까요? 돗자리를 깔고 누워 하늘만 바라봐도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또 이 지역 자체가 원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아니라 그런지, 이 기간만큼은 영화제를 위한 도시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택시 기사님이라든지 숙소 직원분이라든지 만나는 모든 분들이 다들 친절하게 대해주시더라구요. 북적이는 도시가 아니다 보니 사람에 치일 일도 없구요. 지친 일상 속에서 좋은 영화도 보고, 잠시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으시다면 먼 길을 달려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제를 원하시는 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무주산골영화제는 부대시설의 천국이라는 것을…! 만일 나는 너무 오고 싶은데, 가족들이 영화를 안 좋아한다? 이곳에서라면 가족 동반 SSAP 가능입니다. 키즈 스테이지가 따로 있어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무료 상영하기도 하고 김영만 선생님의 종이접기 교실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열리더라구요. 또한 지역특산품이나 수제 액세서리, 의류, 협업 브랜드 상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마켓이 꽤 큰 규모로 열려서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할 수 있다는 점~ 젊은 힙스터 분들이 많아서 1차로 놀라고, 아이들은 물론 할머니/할아버지까지 가족 단위로 오신분들도 많아서 2차로 놀랐답니다. 이외에도 산골공방, 미술관, 콘서트 등 영화 외에도 가족들을 꼬실 명분이 많으니, 내년에 혼자 오기 싫으신 분들은 꼭 기억해 두세요.

3. 이미 검증된 화제작, 추억의 영화들을 만나고 싶으신 분

무주산골영화제의 특징은 신작보다는 기개봉작 중 반응이 좋았던 영화들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등 경쟁부문 극영화 상영작들도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후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또한 모르고 관람했는데, <수프와 이데올로기>의 경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더라구요. 이외에도 <비포 시리즈>, <존 카니 작품전>, <노매드랜드>, <보이후드> 등 반가운 재상영작들도 많았어요. 따끈따끈한 신작을 기대하는 분에겐 실망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영화를 선택하든 실패할 확률은 없다는 거! 그리고 아쉽게 놓친 영화들을 다시 볼 기회가 있다는 거! 무엇보다 어느 곳도 아닌 아름다운 무주에서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마디로 무주산골영화제는 매우 대중에 친숙하게 다가가는 영화제라는 거. 다른 영화제가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셨던 분들에게는 강력 추천하는 영화제입니다. 단점을 꼽자면… 아무래도 거점 영화제를 여러 개 두고 하는 도시의 영화제와는 달리, 문화체험관이나 청소년수련관 등 기타시설의 비중이 높아요. 저는 무주전통문화의집에서 영화를 보았는데, 거의 맨 뒷자리에 예약을 해 두었더니 스크린이 정말 작게 보이더라구요. 가능하시다면 앞자리를 예매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구성에 공연 등 영화와 관계없는 콘텐츠들이 꽤 있다 보니 영화 업계에서 일한다거나, 전문적으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갈증을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다큐 특집 에디터가 영화제 가서 다큐는 하나도 안 봤냐… 하는 의문이 생기실 것 같은데요. (그냥 저 혼자 찔렸어요 ㅎ) 다큐 이야기까지 하자니 글이 정말 길어질 것 같아서, 후속편으로 남겨두려고 합니다. 궁금해서 밤잠 설치실 옥수수분들을 위해 저의 본업인 다큐맛 특집으로 곧 돌아오겠습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