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좋아하시나요? 🌳

2026.07.31 |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초장레터의 2026년 다섯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새로 개편된 초장레터는 매월 마지막 날, 한 달간의 시간을 회고하는 짤막한 에세이를 보내드릴게요.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네요 : )

초장레터#20

우리는 너무 오래 곁에 있는 것들을 당연하게 여긴다. 매일 지나는 길의 가로수나 창밖으로 보이는 나뭇가지처럼. 여름이면 그늘을 만들어주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일 먼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데도 말이다. 늘 거기 있으니까, 나는 한동안 나무를 풍경의 일부쯤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없어지고 나서야 그 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알게 되는 존재들처럼.

 

<콘크리트 녹색섬> 스틸
<콘크리트 녹색섬> 스틸

 

<콘크리트 녹색섬>은 내게 그 당연한 풍경을 조금 다르게 보게 해준 영화다. 영화 피디님이 DM으로 초대해주셔서 예정에 없던 상영을 보게 됐는데, 그렇게 우연히 들어간 극장에서 생각보다 훨씬 오래 마음에 남을 영화를 만났다.

상영이 끝난 뒤에는 그냥 좋았다는 말로는 조금 부족한 기분이었다. 나무를 다룬 다큐멘터리라고 들었을 때 막연히 예상했던 이야기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이 따라왔다. 서울의 재건축 현장과 그곳에 남아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는 영화인데, 보고 나면 단지 나무에 관한 이야기로만 남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자주 바뀌는 동네의 풍경, 그리고 그 안에서 너무 쉽게 사라지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콘크리트 녹색섬> 스틸
<콘크리트 녹색섬> 스틸

무엇보다 영화 속 나무들은 몇 그루로만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매일 걷던 길의 풍경이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창밖으로 보던 계절이었을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오래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던 이웃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괜히 우리 동네 가로수를 한 번 더 보게 됐다. 늘 지나던 길인데도 조금 다르게 보였다. 아스팔트 가까이 뿌리를 내리고, 각자 다른 모양으로 가지를 뻗고 있는 모습이 전보다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가을에 건축영화제에서 다시 상영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망설이지 않고 또 보러 갔다. 이미 본 영화였지만, 다시 보고 싶었다. 두 번째 관람에서는 영화 속 나무들이 내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좋은 영화는 보고 난 뒤에도 끝나지 않고, 관객의 생활 속에 남아 있다가 어느 날 문득 다시 생각나게 한다는데, <콘크리트 녹색섬>이 내게는 그런 영화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누가 임명한 것도 아니지만 나는 이 영화의 명예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이 글을 쓴다. 처음에는 우연히 본 영화의 관객이었는데, 지금은 누구보다 이 영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사람이 됐다.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면 이상하게 주변 사람들에게도 꼭 알려주고 싶어진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아마도 이 영화를 좋아할거라고 조심스럽게 건네고 싶은 마음이다.

<콘크리트 녹색섬> 포스터
<콘크리트 녹색섬> 포스터

드디어 정식 개봉일이 잡혔고, 개봉을 기념한 텀블벅 후원도 시작됐다. 독립 다큐멘터리 한 편이 극장에 걸리고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마음이 필요하다. 이번 펀딩은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을 보태는 방식이기도 하고, 도시의 나무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기도 하다.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에뿐만 아니라 매일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 익숙한 동네가 달라지는 경험을 해본 사람, 어느 날 좋아하던 풍경이 사라진 것을 보고 아쉬웠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더 가깝게 다가올 것 같다. <콘크리트 녹색섬>은 거창한 정답을 말하기보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온 존재를 잠시 바라보게 한다. 

이 영화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영화를 본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까운 나무 한 그루를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면 좋겠다. 늘 그 자리에 있어서 당연했던 존재를, 늦기 전에 다정한 마음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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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의 7월은 어떠셨나요? ☺️ 제가 애정하는 영화 <콘크리트 녹색섬>이 정식 개봉에 앞서 텀블벅 펀딩을 합니다. 텀블벅 후원을 통해 시사회 티켓과 굿즈를 미리 구매하실 수 있어요. 3만 원 이상 텀블벅 후원을 하시고 인증샷을 스토리에 올려 @greenycart 를 태그해주시는 두 분께 그러메도의 식물성 콜라겐베지어트의 서리태 식물성 단백질 쉐이크를 각각 보내드릴게요! (~ 8/3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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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 greenyc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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