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맛 팝콘]에너지를 채우는 주유소

오랜만이에요 옥수수🌽 여러분, 노디🧢입니다!

1년 중 가장 날씨가 좋다고 하는 5월인데,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요즘 하늘 보는 재미에 출근길이 즐겁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보고 있으면 마음에 여유가 찾아오는 느낌이랄까요.

지난 4월은 저한테 바쁜 한달로 기억됩니다. 공적인 또는 사적인 스케줄들과 이런저런 생각들이 얽혀 한 달이라는 시간을 훅 삼켜버린 느낌인데요. 5월을 맞이하면서 많은 것들이 정리되었고 시간이 생겼습니다. 시간이 생겼다는건 또 다른 의미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한 채움의 기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은 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돌이켜보면 저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가만히 쉬기보단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곳을 다니면서 하루를 다 채우는 쪽에 속한 거 같습니다. 몸은 힘들지만 정신적 보상이 주는 만족스러움이 더 크다고 할까요. (이렇게 여러분에게도 좋은 곳 소개해드릴 수도 있구여😊)

그래서 이번엔 제가 쉬면서 다녀왔던 곳 중 한 곳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에너지가 필요하신 분, 잠시 쉬었다 가야할 여유가 필요하신 분, 채움의 공간이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상상이 현실이 된 주유소, 길동채움을 소개합니다.

🧢[길동채움] - 20년된 주유소의 변신

길동채움은 지하 2층부터 지상 4층으로 총 6층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입니다. 대로변에 위치한 이 건물은 좌로는 교회가 우로는 아파트들이 위치해 있습니다. 상업시설이 밀집한 곳도 아닌 이곳에 이런 문화공간이 만들어졌다는게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

(좌) 공간설계를 담당한 민현준 교수 / (우) 프로젝트 자문으로 참여한 김용덕 대표

사실 길동채움은 20년된 주유소입니다. 당시 주유소 사업을 해온 SK 네트웍스가 직영으로 운영하던 곳이었는데 변화하는 모빌리티 시장에 발맞춰 미래형 주유소의 모습을 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에 국립현대미술관을 설계한 민현준 교수와 테라로사의 김용덕 대표가 함께 참여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사람과 자동차 모두를 채워나간다는 컨셉하에 주유소의 기능 외에도 사람의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공간으로 추가 계획을 하게 된 것이죠.

여러분은 미래의 주유소 모습을 상상해 보신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단순히 주유소의 존재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또 다른 형태를 가진 모습으로 바뀌는 것도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유소는 전국에 분포해 있고, 꽤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위치 또한 좋은 편에 속해 있어 사람들이 접근하기 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길동채움은 어떻게 생각을 현실로 구현해냈는지 이어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F_현대 EV 스테이션

1F의 외부공간은 차를 충전할 수 있는 전기차충전소입니다. 현대자동차와 함께 국내 최초 전기차 전용 충전소인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을 만들었습니다. 충전소에는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초고속 충전설비 ‘하이 차저’ 8대가 설치되어 있어 신형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의 80%를 채우는데 20분밖에 안걸린다고 합니다! (아니 이런, 휴대폰 충전보다 빠른 느낌인데요?)

*TIP 타임

현대 EV 스테이션을 이용하시는 분들을 위한 꿀팁을 드리자면, 이곳은 예약한 차량이 우선 충전이니 방문 전 미리 어플로 예약하는건 필수라고 합니다. 차종이 ‘현대 전기차’일 경우엔 요금 할인 서비스도 받을 수 있고 충전 중 간단하게 청소할 수 있는 청소용품 렌탈 서비스도 있다고 하니 이용시 참고해서 받아보세요.

🧢1F&2F_테라로사 커피

차를 충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20분 공백의 시간이 생깁니다. 하지만 주변엔 20분의 시간을 때우기 충분한 공간이 보이지 않는데요. 그런 분들을 위해 계획된 곳이 테라로사 카페입니다. 전기차 충전소 옆에 같이 계획된 이곳은 길수도 있고 짧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이 20분의 시간을 맛있게 채워줍니다. (커피 냄새가 입구에서부터 진동을 해 안들어갈 수가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ㅎ)

생각보다 큰 규모를 자랑하는 테라로사 커피는 1,2층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 분들은 그 규모와 분위기에 압도당하기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테라로사는 강릉에 본점을 둔 카페로 현재 서울까지 진출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져 길동점이 서울의 7번째 직영 매장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매장은 테라로사 포스코점인데, 길동점 역시 그 곳과 비슷한 분위기로 높은 천장고, 넓은 좌석, 철 마감재가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서적들도 같이 배치되어 있어 20분의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지점과 달리 길동점만의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차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좌석이 위치해 있어 내 차가 충전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카페이지만 전기차 충전소가 있다는 이 공간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이 외에도 테라로사 커피는 주유소를 연상케 하는 높은 천장고를 갖고 있습니다. 다양한 레벨차, 널찍하게 배치되어있는 좌석들, 천장을 통해 인입하는 자연광은 일반적인 카페, 아니 서울에 있는 카페규모에서 보기 힘든 요소들이죠. 이런 공간으로 인해 잠시 다른 곳에 와있다는 착각도 듭니다. 잠시 쉬어가기에는 아쉬워 더 있고 싶게 만드는 그런 공간입니다.

🧢3F_잇츠매직

“주유소 옆에 카페가 있을 수 있지,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있는 곳도 있는데…”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3층 공간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3층은 SK매직 브랜드 숍인 잇츠매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테라로사 커피가 정적인 휴식의 공간이라고 한다면 잇츠매직은 보다 더 활동적인 성격의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방문객이 SK매직 제품을 사용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인데요. 잇츠매직 사이트에서 프로그램을 예약하고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 노디는 안마의자 체험을 해봤는데요. 각기 다른 모델의 안마의자가 2대 있고 각 30분의 체험기회가 있으니 방문하시는 분들은 체험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런 휴식 존 외에도 이곳 3층은 다양한 공간으로 조성되어있는데요. 메일 홀에는 가로 10M와 세로 3M의 미디어월과 수경시설이 위치해 있어 브랜드가 다루고 있는 물, 공기, 불에 대한 미디어아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 옆으로는 요리에 집중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K매직 제품이 설치되어 있는 쿠킹클래스 주방이 만들어져 있는데. ‘요리인류’를 연출한 이욱정 PD가 진행하는 쿠킹클래스를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프라이빗한 사용을 원한다면 소규모 인원이 사용 가능한 ‘길동키친’도 준비되어있어 이곳을 즐기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좋았던 점은 어린아이들과 같이 방문하기 좋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클래스도 있어 실제로 제가 방문한 날에 부모님의 손을 잡고 방문한 아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체험을 하는 동안 잠시 옆 휴게공간이나 밑에 테라로사 커피에서 부모님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키즈 클래스가 인기가 많은지 5월 클래스는 예약이 마감되어서 대기를 해야하네요. 이 클래스도 예약하기 치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고자 하시는 옥수수 부모님들이 계시다면 꼭 성공하시길..)

아쉽게도 4층은 일반인들은 올라갈 수 없었는데요. 잠시 설명을 드리면 이곳은 SK네트웍스 구성원들이 근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채움 라운지 입니다. 인근 지역에 거주하거나 잠시 출장오신 구성원들이 원격 오피스로 이용 가능하면서 강연이나 세미나 등을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있다고 하니 구독자분중에 관계자 분들이 계시다면 저 대신 꼭 이용해보셨으면…

🧢SK네트워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다들 한 번쯤 주유소를 지나치면서 생각해보신적 없으신가요? 왜 주유소의 지붕은 높이 만들어졌을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층고 때문에 너무 아까운 공간들이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이번 글을 쓰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높은 층고는 화재를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휘발유는 휘발성이 높기 때문에 주유소의 지붕이 낮을시 증발 속도에 지장을 받아 화재위험이 높아진다고 하네요. 지붕을 높게 설치하여 휘발유의 증말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화재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이와 반대로 요즘 많이 설치되고 있는 전기차 충전소는 어떨까요? 높은 천장고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천장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이로 인해 그동안 활용하지 못했던 공간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대로변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좋다면 문화공간의 거점이 도시 곳곳에 생길 수 있고 원격 오피스 공간으로도 그 활용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주유소였던 공간의 30%정도는 전기차 충전소로 나머지 70%의 공간들을 사람들의 육체적 또는 정신적 채움의 충전소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길동채움을 보면서 옥수수 여러분에게 같이 소개해드리고 싶은 영화로 떠올랐던 것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입니다. 어쩌면 주유소와 너무 관련이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요. 이 영화를 추천드리는 이유는 제가 공간과 함께 전달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충전과 채움에 있기 때문입니다. 길동채움과 윌터는 어떤 면에서 닮아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상상속의 이야기들을 실재로 구현해냈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화를 보는, 또는 공간을 체험하는)사람들에게 에너지와 채움(또는 용기)을 줬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줄거리를 잠시 설명하자면, 잡지사 ‘라이프’에서 16년째 근무중인 윌터 미티는 특별한 것 하나 없는 지극히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포토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그는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표지 사진을 찾기 위해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많은 도전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계기가 그를 점차 용기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갑니다.

영화 중 가장 멋있어 보이면서 동시에 해방감이 느껴지는 윌터의 보드타는 모습

여기서 가장 주목해볼 점은 그의 취미라고 할 수 있는 ‘상상하기’입니다. 상상속의 그는 만능자이며 용감하고 무엇이든지 쟁취하기 위해 도전하는 ‘멋진’ 사람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속의 그는 그와 반대되는 인물이었죠. 해고 위기에 처하게 된 그는 상상속의 생각들을 실제로 실행에 옮겨보면서 점점 상상 속의 인물로 변해갑니다. 용기 있게 경험한 시간들이 그에겐 충전과 채움의 시간이 되었던 것이죠.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이 많았었던 기억이 납니다. 누군가는 공감되는 인생영화라고 평가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수면을 유도하는 장치라는 평이 나왔죠. 돌이켜보면 저도 후자에 속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서야 영화에 공감이 가는 건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 직장인의 위치에서 영화가 줬던 해방감이 컸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영화를 보고 난 후 잠시 저의 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반복되는 회사생활이 주는 안정감이 좋았지만, 저도 그 이면엔 무료함이 동반하고 있었죠. 회사에서 채워주지 못한 ‘자아실현’ 부분도 있었기에 무언가에 대한 갈증이 계속해서 있었습니다. 그 무언가를 해소하기 위해 제가 찾았던 답변은 ‘경험하기’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지만 저는 직접 방문해서 체험하는 경험을 더 선호합니다. 경험과 동반되는 ‘변수’들이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들은 다양한 변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날의 날씨에 따라 내부로 들어오는 자연광의 유무가 결정되기도 하고 같은 시간에 방문한 사람들로 인해 그 공간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하죠. 이러한 것들을 직접 경험해보면서 저는 세상을 알아가고 살아가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것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