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29] 🍄 유스에게 띄우는 음악 편지

이번 주도 반가워요, 여러분. 늘 여러분께 소중한 음악을 잘 나눠주고 싶은 로이🍄입니다. 지난 주말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어요. 저는 아직 단풍구경을 못 해서 그런지 이렇게 가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아쉽기만 합니다. 지난 레터에서 초가을을 이야기했는데, 겨우 3주 만에 초겨울 날씨가 된 거 보니 가을은 정말 찰나의 순간이 맞나 봅니다. 있었나 싶었을 만큼 짧게 흘러가 버렸네요. 

짧디짧은 가을만큼 또 순간과 같아서 아쉬운 계절이 젊음의 계절 같아요. 물론 저는 여전히, 그리고 충분히 젊다고 생각하는데요. 뭔가 더 어리고 철없던 시절, 그러니까 현실적인 고민보다 내면에 대한 고민으로 방황하고 마음 아파하던 시절이 괜히 생각이 나는 요즘이에요. 마침 요즘 그런 그리움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들을 듣고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참! 지난주 콜리🥦의 레터 너무 좋지 않았나요? 저희 필진들은 매주 각자의 레터 초안을 공유하면서 서로 자화자찬하며 칭찬을 나누는데요. 꾹꾹 눌러 담은 편지들로 가득찬 지난 레터는 특히 좋았던 것 같아요. 덕분에 저도 마음이 감성으로 채워졌답니디. 그래서 오늘은 저도 콜리🥦의 아이디어를 받아 편지로 써보았어요. 그 시절의 유스(youth)에게, 혹시 모를 평행세계의 또 다른 나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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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해경 - 그대는 총천연색

그 겨울, 너는 홀로 낯선 곳에서 방황하고 있구나. 슬픔을 차마 가누지 못한 채 말이야. 그래 너는 지금 세상이 다 무너져 내릴 것 같을 거야. 마음 한 속에 정말 크게 가득 찼던 그 무언가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렸으니. 잠도 잘 못 자고 그럴거야. 이미 벌어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너는 밤낮이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느라 매일 밤을 보내겠지. 그렇다고 무엇이 해결되겠니? 그 뒤에 찾아온 건 다시 큰 상실감일 텐데.  

부디 애쓰며 까닭을 찾으려 하지 않기를 바라. 이미 흘러간 것들에 속절없는 답을 찾으려다 네 눈 앞에 펼쳐진, 네가 그렇게 꿈꾸고 사랑하고 좋아했던 풍경들을 놓쳐버리고 말 테니까. 무엇보다 그 풍경들이 무슨 색이었는지 차마 기억을 하지 못할까 걱정돼. 네가 그토록 바라보고 싶었던 풍경들이었잖니. 그러니 너는 그 색을 눈 안에 꼭 담았으면 좋겠어. 눈에 꼭 담고 네 것으로 만들어. 그렇게 너만의 색을 찾기를 바라. 너의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총천연색이 다른 누군가의 색으로 얼룩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해.

🍄 Offing - Yurimental

유리맨! 너를 유리맨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오늘도 왕창 깨져서 조각난 채로 힘없이 누워있구나. 네 귀에 자꾸만 맴도는 말들, 지우려 해도 생각나는 몸짓과 손짓, 그 모든 것들이 계속해서 너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이번에는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니? 너도 알잖아, 그렇게 의미를 붙였다가는 네 안을 괴롭힐 괴물들만 무럭무럭 자라나게 하는 꼴이라는 걸. 

우리 방법을 찾아보자. 너무 지치고 힘들다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있어도 돼. 아니면 네가 좋아하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어볼까? 너의 유리멘탈을 치유한 훈장으로 혈당 스파이크를 얻어도 괜찮다면 말리지 않겠어. 이참에 차분히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해보는 건강한 방법은 어떨까? 뭐가 되었든, 사실 그 무엇도 너를 깨뜨릴 순 없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금이 가도 깨져도 잠이든, 아이스크림이든, 책이든, 본드든, 테이프든 뭐든 다 가져와서 한번 붙여보자. 꼭 붙여보자.

🍄 최유리 - 방황하는 젊음

아직 손가락이 다 찰 만큼 햇수를 많이 보내지도 않았던 그 시절의 너는 벌써부터 유한한 이 순간에 대해 고민했었지. 생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태어나버린 탓에 왜 고통 뿐인 순간들을 겪어야 하는지, 그 끝은 결국 죽음이어야만 하는지를 고민했어. 지금 생각하면 살아갈 날이 너무 많았을 텐데, 끝을 벌써 보기 시작했단 것은 그 시절의 너는 이미 생을 가냘픈 순간처럼 짧게 느끼고 있었는지도 몰라.

끝이 정해진 이 짧은 생에서 젊음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던 너는 머리가 자라도 내내 너에게 주어진 삶과 젊음을 이해하려 애쓰는 데 모든 시간을 흘려보냈던 것 같아. 그런데 아이러니 하지? 의미를 찾아 노력했는데, 결국 남은 건 흘려보내진 시간들이니 말야. 그래도 요즘엔 괜히 그런 네가 그리워. 언젠가부터 그러한 고민의 시간이 퍽 줄어들었거든. 지나고 보니 지난 삶에서 가장 뭉클하고 귀한 순간들이었던 것 같아. 이제는 고민하기엔 내 손에 남아 있는 젊음이라는 것들이 별로 많지 않아. 그러니 너는 불안해하지 말고 허송하다 생각하지 말고 그 순간을 즐기며 그 고민을 부단히 계속하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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