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30] 🌻 추운 날씨 진짜 싫은데 이거 하난 좋네요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숑🌻입니다. 뚝 떨어진 기온에 우왕좌왕 추위를 감당하느라 시간이 쑥 지나간 것 같아요. 11월에 적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중간이라니! 당황스럽게 추운 날씨를 맞닥뜨리며 저는 '추운 거 너무 싫다. 작년도 이렇게 싫었나? 아 정말 추우니까 싫다. 이번 겨울 어떻게 나지?' 이런 생각을 자주 했어요. 아마 올해 여름을 너무 신나게 보내서 추위가 달갑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침마다 겹겹이 두꺼운 옷을 입는 일도 귀찮고, 피부도 건조해지고... 일상에서 불평불만만 늘어가던 차에 어떤 노래 하나를 들었는데, '이 날씨에 들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번뜩 들더라고요. 그제서야 아차 한 거죠. 참 귀찮으면서도 혹독한 계절이지만 이 순간만 누릴 수 있는 묘미가 또 있는 건데!

유독 추웠던 주말에 쏘다니느라 비록 지금 감기에 걸려 테라플루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훌쩍) '그래도 추운 계절에 들을 수 있어 참 다행이야' 싶었던 세 곡을 추리고 모아 소개해봅니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가 원망스럽더라도 나름의 사는 재미, 듣는 재미를 놓치지 않는 나날이길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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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재즈수비대 - 우린 모두 재즈클럽에서 시작되었지

한국재즈수비대는 이름에 충실하게도 '한국의 재즈를 기록하고 지키기 위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이다. 피아니스트 이하림과 베이시스트 박한솔을 필두로 앨범 한 장에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뮤지션의 목소리와 연주가 담겼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사라져 간 오래된 재즈클럽을 기억하기 위해 각각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곡을 지었다고 한다. 8개의 트랙 일일이 재즈클럽 하나가, 그러니까 장소에 얽힌 무수한 이야기가 싸여있는 셈이다.

앨범의 타이틀 곡인 <우리는 모두 재즈클럽에서 시작되었지>는 제목부터 왜인지 뭉클한 느낌을 준다. 우연히 찾아갔던 작은 공간에서 나눈 이야기 한 타래, 귀에 들어온 음악 한 구절은 얼마나 많은 시작을 품고 있는지. 어느 추운 날, 간판만 보고 들어선 어느 가게에서 훅 끼치는 온기와 특별한 느낌을 떠올려본다. 언젠가 추억하는 멋들어진 순간들은 대개 그런 우연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

🌻 윤석철 트리오 - 즐겁게, 음악.

가사 없는 음악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부담스럽지 않게 채울 때, 뭔가 집중하고 싶을 때, 아니면 전혀 집중하지 않고 힘을 빼고 싶을 때에도. 그저 저만의 리듬으로 차분하게 흐르는 연주가 내 심경도 비슷한 흐름으로 데려가곤 한다. 내 기분을 억지로 바꾸려 들지 않는 것 같아 편안하다. 비슷한 체온의 살결에 닿는 느낌처럼 부담스럽지가 않다.

윤석철 트리오의 음악은 꼭 그런 순간에 떠올리고 찾아 듣게 된다. 통통 튀기듯 흐르는 연주에 무슨 마법을 부린 건지 듣고 나면 신기할 만큼 기분이 가뿐해진다. 얼른 출발선 앞으로 서야 할 것처럼 북돋아주지 않더라도 한 템포 쉰 뒤 씩씩하게 나아가게 하는 그런 음악. 이 곡의 제목과도 많이 닮아 있다. 아무려면 즐겁게 연주했을 테니 즐겁게 듣게 되는, 이들의 음악! 두 달 전쯤 타이니데스크코리아에서 공연한 영상도 느긋하니 좋아서 첨부해 본다.

🌻 푸디토리움 - 10:12 AM

프로듀서 김정범은 '푸디토리움'이란 이름으로 음악감독 외에도 칼럼니스트, 라디오 DJ, 대학 교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전도연, 하정우 주연의 영화 <멋진 하루> OST로 그의 음악을 처음 접했다. 앨범에 수록된 13개 트랙은 모두 시간을 나타내고 있다. 첫 번째 트랙인 <10:12 AM>을 유독 자주 듣게 되는 이유는 매일 아침 내 노동요의 첫 곡이기 때문일까. 마치 나른하면서도 주말에 대한 기대로 차오른 목요일 오전 같은 곡이다.

오전 10시 12분으로 시작해 오후 11시 59분으로 맺는 이 앨범의 트랙을 차례로 들으며 자주 찾는 천변을 걸었다. 함께 걷는 이와 에어팟을 한 쪽씩 나눠 끼고 나누는 대화가 유독 귀에 쏙쏙 들어오는 듯했다. 가사 없는 연주 음악의 장점을 또 하나 발견해버렸다. 함께하는 이의 목소리가, 반대편 귀로 스쳐 지나가는 천변의 물소리가 음악을 완성한다는 것. 기온이 다시 높아진다는 이번 주말엔 재즈를 들으며 좋아하는 사람과 걸어보면 어떨까? 둘 사이에 대화가 들어올 자리가 넉넉히 마련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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