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48] 🌻 뭔가 다른 아침이 될 것 같은 플레이리스트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숑🌻입니다. 별안간 초겨울처럼 기온이 뚝 떨어진 봄날이네요! 요즘 같은 날씨에 스몰톡으로 쓰기 좋은 토막 단어를 공유해봅니다. 혹시 '소소리바람'의 뜻을 아시나요? 이른 봄에 살 속을 기어드는 듯이 맵고 찬 바람이란 뜻을 가진 순우리말로, 꽃샘바람과 동일한 의미입니다. 소소리는 본래 ‘회오리’를 뜻하는 말이라 가을이나 겨울철에 회오리처럼 휘몰아 불어오는 바람을 소소리바람이라고도 부른대요.

꽃을 시샘한다는 '꽃샘추위'란 표현은 익숙한데, 똑같이 불어오는 바람을 소소리바람이라고 부르는 일만으로 사방의 공기가 생경하게 다가옵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날인 것처럼 옷깃 사이로 맵싹하게 파고드는 이 바람도 어제의 그것과 다른 바람이겠죠. 새 마음으로 새 날을 맞이한다는 건 생각보다 단순하고 쉬운 일일지도 몰라요. 불어오는 바람에 전에 없던 이름을 붙여주는 것처럼요.

한편으로 저의 요즘 큰 변화라면, 아침 시간을 특별히 아끼게 됐다는 점입니다. 추운 공기와 별개로 하루하루 정직하게 해가 길어진 덕분인지도 모르겠어요. 구독자님은 아침을 좋아하시나요? 마치 최근 발견한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마음으로 요즘 낯설게 맞이하는 아침을 노래와 함께 소개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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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과 소금 - 아침

저마다 맞이하고 받아들이는 아침의 이미지는 다를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고요한 시작이자 생명력, 또 누군가에게는 달콤하게 누린 어둠과 잠을 물리치는 사악한 알람시계 같은 존재일 거다. 30년 전후를 살아오며 이제껏 내가 느낀 아침은 후자에 가까웠다. 피로와 알코올에 적당히 취한 밤의 사색을 누구보다 기다리며 스스로의 정체성이 올빼미인 점에 있어 조금의 타협도 없었다.

그런데 살다 보면 사람이 이렇게 딴판으로 변할 수도 있는가 보다. 크고 작은 일상의 이벤트와 다짐이 생활 패턴의 각도를 차츰 틀어놓더니 가뿐한 속과 맑은 정신으로 깨어나는 아침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퇴근하고 운동 가는 길에 '얼른 자고 일어나서 다음날 아침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품곤 놀라기도 했다.

요즘 내가 느끼는 아침의 이미지를 음악에 빗댄다면 빛과 소금의 <아침>과 가깝다. (너무 정직한 픽인가?) <아침>은 이들이 1990년 발매한 1집에 실렸다. <샴푸의 요정>, <그대 떠난 뒤> 등 쟁쟁한 명곡이 가득한 명반 중에서도 1번 트랙. 블라인드 사이로 서서히 빛이 들어오듯 차근히 열리는 도입부, 정갈한 하루가 시작되는 듯 이어지는 건반 연주를 표현하는 데 있어 '아침'이란 단어를 제외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 Laufey - From The Start

그렇게 새로운 마음을 품고 일어난 새 아침에 나는 뭘 하는가? 요즘 나의 아침 루틴은 고정되어 있다. 커피 포트로 물을 끓여 드립백 하나를 뜯고 커피를 내린다. 잠이 덜 깬 코를 컵 위에 가져다 놓고 킁킁대며 하루 최초의 냄새를 맡는다. 전날 미리 꺼내서 해동해 둔 베이글을 데우고 땅콩버터를 발라 먹는다. 평소보다 이른 기상에 성공한 날이면 책을 읽거나 멍때리고, 아닌 날이면 재택근무를 시작한다. (루틴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꼭 재택근무하는 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과정에서의 나는 어떤 음악도 듣지 않는다. 신기할 만큼 뭔가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그저 아직 낯선 아침의 시간을 전방위로 받아들이기에도 자극이 충분하다. 그럼에도 음악 추천 뉴스레터니까(?) 나의 아침 루틴에 떠오르는 곡을 하나 고르자면, 라우페이(Laufey)의 <From the Start>를 말하고 싶다. 그녀는 이전 PRIIISM에서 로이🍄가 두어 번 소개한 적 있는 아이슬란드의 젊은 싱어송라이터다.

노련한 듯 앳된, 차분한 듯 들뜨는 이 노래의 분위기는 내가 요즘 조금씩 친해지고 있는 아침의 분위기를 닮았다. 나를 찾는 온갖 알림과 의무에 신경이 뒤덮이기 전 고요하고 소중한 진공의 시간. 미지의 하루에 대한 기대와 은은한 활기. 우연히 개운한 몸으로 일찍 눈 뜬 주말 아침의 기분 같기도 하다.

🌻 사공 - The Koo Koo Bird

첫 번째 곡으로 이왕 연주곡을 소개한 김에 마지막 곡도 화끈하게(?) 가사 없는 노래를 선정해보았다. 지금까지 PRIIISM에서 사공을 두어 번 소개한 적 있는데, 사실 더 자주 언급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참은 결과일 만큼 나는 그의 빅 팬이다. 그 나른함과 쓸쓸함, 겨울 밤처럼 침잠하는 고독이 곡마다 왜 그리도 마음을 이끌던지!

<The Koo Koo Bird>는 2021년 2월에 발매한 사공의 첫 정규 앨범 [optimist]에 실렸다. '낙관주의자'라는 앨범 이름처럼 여기 실린 곡들은 그가 지금껏 노래해 온 무드와 사뭇 다르다. (이 곡을 딱 5초만 재생해도 느낄 것이다) 며칠 흐린 날씨가 이어지던 어느 날, 전에 없던 화창한 햇빛이 급류처럼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순간을 닮았다. 앨범 커버처럼 푸릇하고 왕성하게 자란 잔디, 생명력 넘치는 바다의 에너지가 선율에 담겨 있다.

바라건대 나의 아침이 지닌 힘이 나날이 커져서 이 노래만큼의 힘을 가졌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하루에 쓸 수 있는 스포트라이트에 총량이 있다면) 아침 시간의 잠재력에 더 많은 파이를 분배하고 싶다. 평생 적이라고만 여겼던 아침을 내 편으로 데려올 수 있다면, 그 뒤에 찾아올 무한한 우연이 무척 기대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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