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21] 🥦 마음을 다잡고 싶은 이가 듣고 있는 노래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구독자 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요사이 저는 마음에 관해 자주 생각합니다. 무슨 이야기냐면요. 얼마 전부터 과학교양서를 좀 읽고 있는데요. 우리 같은 사람이나 길가의 강아지나 자동차나 하늘의 별이나 결국 같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아니겠어요? 산소, 탄소, 질소, 수소 같은 것들이요. 사람이 죽어서 흙이 되고 나무가 된다는 말이 허황된 소리가 아니구나, 하고 은근한 위로를 받는 한편으로는 이런 질문이 뒤따르더라고요. 인간의 생각, 감정 같은 건 뭘로 이뤄져 있지?

그에 대한 답도 책에 나와 있었습니다. 우리 생각, 감정은 신경세포가 화학 물질을 주고 받음으로써 뇌에서 만들어진다고 하더군요. 뇌, 신경세포, 화학 물질도 결국엔 산소, 탄소, 질소, 수소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것 있죠. 가령 이 헛헛함은 정체가 무엇일까? 하는 물음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실은 요즘 의욕 저하랄까요, 마음 먹기에 애를 먹고 있거든요. 일도 그렇고 취미 생활에도 는적거리고 있습니다.

달리기로 예를 들어볼까요. 지난해 이맘때쯤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습니다. 약 21km를 달리기 위해, 평소 5~6km였던 주행 거리를 몇 주에 걸쳐 차츰 늘려나갔죠. 일 년이 지난 요즘은 10km도 달리기 힘든 거예요. 당장 지난 주말에도 집밖을 나설 때는 10km를 생각했지만 8km를 간신히 채우는 데 그쳤습니다. 일도 그래요. 어떻게 하면 될지 알고 있으면서 자꾸 미뤄두는 것 있죠. 약속 없는 주말은 지루하고 심하면 고독할 것을 알면서도 뭔가 새로운 일정을 만드는 건 영 내키지 않네요. 뭐, 시간이 지나면 원 궤도로 돌아오겠죠.

오늘은 이러한 제 마음에 닿는 곡 둘 그리고 마음은 아무래도 상관없이 몸이 반응해서 손이 가는 곡 하나를 준비했습니다. 그나저나 올 여름은 미련이 기네요. 한낮은 더워도 저녁엔 꽤나 서늘해지니 감기 조심해야 하는 때입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감기 걸리지 않게 잘 챙기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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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네 이발관 - 나를 잊었나요?

로이🍄가 노래 들을 때 가사와 음악 중 어느 것에 더 비중을 두는지에 대해 말했다. 이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내 경우 음악이 가사보다 우선한다. 일단 소리가 좋아야 노래를 듣기 시작한다. 듣다 보면 단어가 하나둘 들리고, 나아가 맘에 닿는 구절이 귀에 들어오면, 그제서야 가사를 찾아보는 편이다. 속칭 '팝송'으로 통칭하는 외국 노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노래를 들을 때도 가사보다 음악이 내겐 더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고 해서 가사가 아무렴 상관 없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뭐가 먼저고 나중이냐 차이지, 가사도 음악 못잖게 중요하다. 뒤늦게 가사를 보고 어떤 노래에 더더욱 심취하게 되기도 한다. 언니네 이발관의 <나를 잊었나요?>가 그런 경우다. 이 곡을 안 지는 족히 10년도 더 되었다. 언니네 이발관 특유의 댄서블한 음악과 마음을 후벼파는 가사의 대조 때문에 좋아하는 곡 중 하난데, 요즘 가사 한 대목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아쉽고 괴로운 일이 너무 많아 / 두려운 하는 건 반드시 찾아와." 왜 하필 이 구절일까? 뭐가 아쉽고 괴롭고 두렵길래 자꾸 마음 속에 맴도는 건지 오늘도 스스로에게 물어 본다.

🥦 Linkin Park - Waiting For The End

나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록(Rock)을 듣기 시작했다. 야간 자율 학습이 너무 하기 싫었는데 그때 들은 록은 예전처럼 시끄럽게 들리지 않았다. 퉁명스러운 마음의 해방구였다고나 할까. 당시 즐겨 들은 밴드는 뮤즈(Muse), 그린 데이(Green Day) 그리고 린킨 파크(Linkin Park)였다. <Faint> 같이 금속성의 거친 기타와 랩이 조화된 린킨 파크 음악은 정말이지 신선하고 시원했다. 그들 덕분에 림프 비즈킷(Limp Bizkit),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 같은 다른 뉴 메탈(New Metal) 밴드도 알아 갔다.

오랫동안 내게 린킨 파크는 뉴 메탈 밴드였다. 어느 시점부터 그들이 다른 음악을 시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했다. 내가 좋아하던 린킨 파크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으니까. 사실 "Hydrid Theory"라는 데뷔 앨범 제목처럼, 린킨 파크는 뉴 메탈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시도했다. 서른 살 즈음이 되어서야 나는 린킨 파크를 다시 만났다. 그 계기가 된 앨범이 2010년에 발매된 이들의 네 번째 정규 앨범 [A Thousand Suns]다.

[A Thousand Suns]는 콘셉트 앨범이다. 첨단 기술, 핵 전쟁, 그리고 그런 문명에 대한 두려움 등을 말한다. 주제에 맞는 유명 인사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데, 인터미션격의 짧은 2번 트랙에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등장한다. 무려 '트리니티 실험'이 끝난 뒤 인터뷰라고 한다. <Waiting For The End>는 앨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곡이다. 가사를 보자. 허무, 상처 따위를 안고 있는 이를 향한다. 결국 우리 모두를 향하는 곡일 것이다. 보컬 체스터 베닝턴(Chester Bennington)의 안타까운 이야기 때문일까, 이 곡에선 그의 목소리가 유독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 Future Islands - King Of Sweden

바로 이런 곡 때문에 나는 가사보다 음악을 더 중요시한다. 요술 램프에 주문을 거는 것 같은 신시사이저 소리로 노래가 시작된다. 곧 리듬이 뒤따른다. 먼저 내 귀를 사로잡는 소리는 드럼이다. '둠칫둠칫', 하이햇과 스네어 소리가 엇박자로 연주되는 디스코 비트다. 이건 내게 야구로 치면 3할 타자와 같다. 안타 칠 확률이 높다. 호기심이 생긴다. 베이스는 정직하게 8비트 리듬을 얹는다.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그래서 안정적인 포수다. 신시사이저는 계속 앵앵거리면서 중간 중간 양념을 더한다. 점점 이 곡의 코러스가, 클라이맥스가 기대 된다.

<King Of Sweden>을 부른 퓨처 아일랜즈(Future Islands)는 미국 신스팝 밴드다. 음악 스타일에서 얼핏 토킹 헤즈(Talking Heads)가 스친다. 토킹 헤즈라니, 퓨처 아일랜즈를 정말 그들에 비교하려면 앞서 말한 것으로는 부족하다. 보컬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이를테면 4번 타자로서 큰 거 하나를 터뜨려줘야 한다. 여기까지 <King Of Sweden>이 마음에 든다면 이제 라이브로 즐겨보자. 주목 대상은 역시 보컬이다. 과연 홈런을 쳐줄까? 웬 중년의 아저씨가 떡볶이 코트를 후드까지 뒤집어쓰고 있다고 실망하기엔 이르다. 차차 본 모습을 드러낸다. 그 자태가 마치 퇴근한 회사 부장님의 은밀한 취미 생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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