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이를 기리는 마음으로

2026.08.20 | 조회 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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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오후입니다, 구독자님. 오랜만에 편지를 쓰네요. 예전엔 매일 써도 어렵지 않던 편지가 요즘은 왜 한달에 두어번도 어려운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무래도 '매일' 쓸 때에는 분량이 적든, 내용이 가볍든 상관 없이 보냈다면 한달에 두 번이 되다 보니 한 번 쓸 때 '그래도' 좀 길게 보내고, 그래도 좀 성실히 써야겠단 마음이 스스로의 발목을 붙잡았나 봅니다. 그래서 앞으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보내보려고 합니다.

어김없이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오가는 가운데 최근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죽음에 대한 생각입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추모에 관한 것이긴 합니다.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부터 활자로만 접하는 이야기들까지. 그리고 미처 다 옮겨지지 못했지만 수백수천년 전부터 이미 무수한 사람들이 제각기의 이유로 세상을 떠났고,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제각기의 방식으로 기려왔겠죠.

사실 저는 기본적으로 죽음에 대해선 담담하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어느 누구에게나 언제 어느 순간에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태어난 이상 반드시 직면해야 하는 일이라서일까요. 비단 타인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해서도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을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살고 있습니다. 다만 오늘 죽었을 때 vs 내일이 있을 때를 비교해봤을 때, 오늘 죽을 줄 알고 내일을 대비하지 않았을 때의 충격이 내일 살 줄 알고 오늘을 성실히 살았을 때의 아쉬움보다 클 것 같으니 그저 영원히 살 것처럼 하루를 살아내는 거죠.

가까운 가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문난 엄미새, 아미새인 만큼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미래가 두렵긴 하지만,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함께 하는 시간을 최대한 후회 없이 보낼 수 있을지, 만약 서로가 서로의 곁을 떠나더라도 어떻게 해야 함께였을 때를 아름답게 추억하고, 빈 자리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에 대해 가끔 떠올려봅니다. 견딜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다가도 지금 지구에 발 딛고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이별을 경험했고, 그럼에도 또 각자의 나날을 살아가고 있단 생각을 하면 나도 견딜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와리가리합니다.

무교기는 하지만 그래서 사람들이 신을 믿고 사후세계를 믿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그러한 믿음이 있다면 안녕이 영원한 안녕이 아닐 것이기에 마음에 위안이 될 것 같아서요.

죽음을 떠올리다보면 집밖에 나올 때, 방을 좀 깨끗하게 정리도 하고 차 트렁크도 좀 치우고 회사 책상도 미리미리 깨끗하게 해야 하지 않나 싶긴 합니다. 컴퓨터 폴더도 마찬가지고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던데 미처 정리하지 못한 허물들을 볼 남은 이들을 생각하면 좀 미안해지잖아요. 슬픔보다 화나는 감정이 먼저 솟구칠 수도 있고요(?).

지금 곁에서 마주보는 이들과 앞으로 50년도 채 못 보고 살 거란 생각을 하면 참 잘해야겠단 생각을 하면서도 또 맘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인간은 왜 그런 걸까요?

다른 이야기지만 오늘 본 기사 한 편이 참 와닿았습니다. 월간탁구 공동대표 겸 사진기자 고(故) 안성호님을 기억하는 이들의 조각들을 모은 기사인데 말로 다 하지는 못하겠지만... 가신 이를 기억하는 많은 방법 중에서도 가장 와닿지 않나 싶습니다. 읽고나니 시리즈라서 다른 기사들도 읽고 있는데 참 좋은 기획이더군요. 좋아하는 만화 원피스에 그런 대사가 나옵니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을 때다. 멕시코의 사후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코코에서도 이승의 사람들에게서 희미해질 때에 사후세계에 있는 망령도 점점 희미해져가는 연출이 나오죠.

언제든 어떻게든 모두는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  제사나 그런 형식적인 형태가 아닐지라도  남아 있는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고, 가끔 찾아주고 하는 것이 떠난 이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남은 이의 상처 치유를 위해서라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과도 종종 사후의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대단한 제사를 지낼 필요는 없지만, 돌아가신 날이든 혹은 생일이든 고인을 떠올리면서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농담인듯 진담이지만 저희 엄마는 요즘 사람들 먹는 신메뉴로다가 사서 나눠 먹으면 좋겠다며 두쫀쿠든 버터떡이든 BHC 신메뉴든(?) 매년 그때그때 유행하는 걸 먹어야 저승에서도 자랑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하는데 웃겼습니다. 과일도 사과나 배 말고 용과나 망고스틴처럼 그때그때 맛있는 걸 원하신다며(?).

저도 경상도 집안 딸로서 제사에 대한 인식이 좋지만은 않지만은 이런 관점에서라면 환영입니다. 사실 그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포된 진짜 뜻은 떠난 이를 기리는 것이니까요.

아무튼... 오랜만인데 넘 무거운 주제였을까요?

그럼 좀 가벼운 이야기도 하나 하겠습니다. 최근에 한 생각인데 귀신이 사실 익히 알려진대로 사람이 죽은 뒤의 모습이 아니라 외계인일 수도 있겠다는 아이디어.. 어떤가요? 그래서 지구의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거죠. 외계인 입장에서는 지구에서 가장 고향별과 유사한 환경이 어둡고 습한 곳이라거나 (?) 해서 귀신으로 오인 받는 경우가 많은 거고, 평소엔 잘 둔갑하다가 고향별과 유사한 환경에 가니까 마음이 풀려서 인간의 시야에도 비치기도 하는 거 아닐까요.

라는 상상을 좀 해봤습니다. 왜냐면 전 아무리 봐도 어릴 때 두 눈으로 목격한 귀신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그치만 물리적으로 설명은 할 수 없기 때문에 (?) 아무튼 ... 

다음번엔 더 가벼운 이야기로 올게요. 목표는 단 세 문단을 보내더라도 8월 안에 또 오기 !!

구독자님, 벌써 몇 번째 공수표라서 머쓱하긴 하지만 이번엔 진짜 진짜라는 말을 해보며... 무더울 때 또 만나요. 오늘도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p.s. 아래 기사는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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