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22] 🍄 출퇴근길에 듣기 좋은 노래들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로이🍄입니다. 뭐가 그렇게 아쉬웠는지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던 여름이 드디어 가고 가을이 오는 것 같아요. 부쩍 공기가 선선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답니다. 어제는 반소매 티셔츠만 입고 출근했는데, 비가 온 탓에 너무 추워서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셔츠를 사기도 했어요. 아침저녁 기온차로, 그리고 변덕스런 날씨에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요. 이번 주도 평안하게 마무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주로 출퇴근 길에 음악을 많이 들어요. 아무래도 그때가 가장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듣기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겠죠? 그 외의 시간은 따로 음악을 듣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하니까요. 예전엔 집에서 스피커를 켜고 여러 음악을 탐색하고 디깅하면서 음악을 즐겼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음악을 온전히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어요. 새로운 음악을 발견한다는 것도 꽤 많은 노력과 정성이 드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있답니다. 

오늘은 바쁜 일상 가운데에서도 출퇴근길에 귀에 콕 박혔던 노래 세 곡을 소개해 드릴게요. 이번엔 고르기가 쉬웠답니다. 왜냐면 들었던 노래들이 많지 않았으니까요. 여러분은 요즘 음악을 어디서 들으시나요? 예전에도 했던 질문 같지만, 또 물어보고 싶어요.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방법과 기회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같이 더 많은 음악을 나누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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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to Hiroshi - Blue and Moody Music

PRIIISM을 통해 여러 시티팝 음악을 소개했지만, 각각의 아티스트를 아는 지식으로는 한참 멀었다. 하지만 많이 모른다는 건, 앞으로 듣고 경험할 아티스트들과 노래들이 많을 거라는 것. "아직 안 들은 귀 삽니다!" 귀 호강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두근거린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발견한 사토 히로시(Sato Hiroshi)의 [Awakening]은 매우 좋아서 피곤하고 단조로운 일상에 오쏘몰 한 사발 들이킨 것 같이 신선했다. 

사토 히로시는 교토에서 성장해 다양한 퓨전 재즈와 소프트락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였는데, 아무래도 키보디스트였던 자신의 기존 정체성을 넘어 뮤지션으로 성장하고 싶었나 보다. 이를 위해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몇 년 간 활동했고 이후 다시 일본으로 귀국하며 바로 이 앨범 [Awakening]을 선보였다. 미국에서 그가 얻은 발견은 Linn LM-1이라는 드럼 머신이었나 보다. 그는 이 앨범의 모든 곡에 Linn LM-1을 사용했고 덕분에 오늘날 시티팝이라고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가득 담기게 되었다. 

앨범의 모든 수록곡이 듣기 좋지만, 그중에서도 <Blue and Moody Music>을 추천한다. Linn LM-1 비트와 어쿠어스틱 피아노가 돋보이는 곡이다. 여담이지만 [Awakening]의 앨범커버와 바이닐 디자인도 굉장히 감각적이다. 많은 마니아들이 시티팝 앨범을 소장하려고 하는 이유에는 특유의 디자인도 한몫 했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이 앨범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가끔 중고 시장에 오르기도 하는데 너무 비싸 엄두도 못 낼 정도다.

🍄 Carl Anderson - Buttercup

Buttercup은 우리나라 말로 미나리아재비라는 꽃의 일종으로 그 특유의 노란 색깔이 버터와 닮았다고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또한, 독을 품고 있어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렌조 신부가 줄리엣에게 죽은 척 잠들게 하는 효과로 건넨 약도 바로 이 Buttercup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새로운 사랑과 열정적인 감정을 뜻한다고 하는데, 과연 사랑을 위해 죽음까지 불사하려 했던 로미오와 줄리엣에게 딱 맞는 메타포가 되는 것 같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가롯 유다 역으로 유명한 칼 앤더슨(Carl Anderson)의 노래 <Buttercup>도 그러하다. 가사를 살펴보니 대상에게 열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화자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그 무언가를 포기하지 못하고 그 사랑을 받지 않는 대상이 있다. 열정적인 불같은 사랑의 마음도,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독과 같은 그 무언가도 서로에게 Buttercup인 것이다.

혹은 연인인 서로의 관계를 Buttercup과 같다고 표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사랑은 진짜 사랑일까? 아니면 독초가 되어버린 걸까? 독과 같은 이 관계를 포기하자는 누군가와 여전히 사랑이라고 이야기하는 누군가의 처절한 외침처럼 들리기도 한다. 누구나 한번 쯤 Buttercup과 같은 무언가 때문에 고민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구독자 님에게는 Buttercup이 무엇이었나요?

🍄 ADOY - In Love

국내 인디밴드의 큰 축이 된 ADOY(아도이)가 지난달 두 번째 정규 앨범 [Pleasures]를 발표했다. 이들은 언젠가부터 "아도이스럽다"라는 유니크한 스타일을 만들어냈고, 어느새 국내를 넘어 해외 공연도 하는 '거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까지 이뤄냈는데, 이번 정규 앨범에 앞서 몇 달 전 리메이크 앨범으로 발표한 [us]에서는 대만의 Sunset Rollercoaster, 태국의 Phum Viphurit, 그리고 영국의 PREP 등과 함께 작업했다. 라인업을 들어보면 역시나 아도이스럽고,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환호할만한 콜라보를 만들어냈다. 대중에게 먹히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새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In Love>를 딱 듣는 순간도 그렇다. "아도이가 아도이했네"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첫 인상이었던 [CATNIP] 부터 가장 최근의 [Pleasures]까지, 아도이는 늘 아도이스럽게 자신들의 음악을 한다. 그런 꾸준함이 좋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먹어 중년, 노년이 되어도 이들의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아도이스러움을 계속 경험할 수 있으니까. 청춘, 기쁨, 슬픔, 아련함 등 각자가 아도이의 노래를 들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다르겠지만, 이들의 음악을 통해 들었던 감정들은 고스란히 남아 계속 마음에 맴돌 것이다. 이게 클래식이 아니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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