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주부터 저는 4년간 살았던 통영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이사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다행히 생각보다 빠르게 11월 둘쨋주에 집을 계약했고, 간단한 공사를 거쳤으며, 이삿짐을 들여오고, 남은 지방 스케줄을 소화한 뒤 12월이 되어서야 제대로 서울 생활을 시작했죠.
사정이 이러한 탓에 발매된 모든 음반을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오며가며 들었던 음반들을 소개합니다. 여기에 소개한 음반 외에도 많은 음반들이 11~12월에 발매되었는데, 제가 듣지 못해 감상을 남기기 어려운 음반들은 배제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중에라도 꼭 듣기 위해 제 플리에 추가해놓은 앨범들을 레터 말미에 적어두었으니 참고해보시면 좋겠습니다 :)
* 앨범 발매일 순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드러머 김홍기가 1년간 준비해 미국에서 레코딩한 앨범으로 타악기 위주의 시퀀스, 레이어, 즉흥성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드럼과 함께 어우러지는 동남아 전통 타악기들이 귀를 즐겁게 해주고 그 위로 관악기의 멜로디가 신비로움을 더해줍니다. Gangsa Pemade, Reong, Kendang, Gong Gede 와 같은 낯선 이름을 하고 있는 이 악기들은 주로 인도네시아와 발리의 것으로 앨범의 전체적인 컨셉을 결정지었으며, 앨범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Seven Steps'로 표현한 라이너노트를 통해 그 서사를 이해해볼 수 있습니다. 아래 영상에서 그 신비로움을 만나보세요 !

K-Pop, 인디, 재즈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프로듀서 Jaw(죠)가 다른 이를 위한 것이 아닌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음악을 담았습니다. 모든 음악을 직접 작곡하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소리를 만들어내고,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독특하고 폭넓은 사운드의 응용을 선보였습니다.
이 앨범의 컨셉은 '연극'입니다. 앨범 제목에서 말하는 '화려한 거짓말쟁이'가 소개되고, 그가 겪는 여러가지 이벤트들이 5개의 Act를 통해 Scene으로 펼쳐집니다. 앨범에는 무려 20개의 트랙이 들어있는데 스토리의 흐름을 상상하며 음악을 듣다보면 1시간의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운드 디자인으로 보거나, 앨범의 컨셉으로 보거나 아주 독특하고 재미있는 작품임에 분명합니다.

스윙과 정통 재즈부터 모던 재즈, 인디, 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어법을 구사하는 기타리스트 이지호의 첫 정규앨범입니다. SNS 너머 실제 연주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음악가이기에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바이브의 음악이 흘러나와 깜짝 놀랐습니다. 모던하고 강렬한 드라이브 사운드의 음악이 펼쳐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굉장히 따스하고 부드러운, 마치 사랑으로 감싸 안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지는 음반이었습니다. 음악 전체적으로 힘이 잘 빠져있고 편안한 마음으로 포근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경기남부재즈, 청실홍실, 그리고 2023년 발매한 싱글 '동주'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한국적이면서 실험적인 음악을 펼쳐왔던 보컬리스트 임태웅이 이번에는 스탠다드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발매 전에 미리 이메일을 통해 소식을 전해주셨는데, 이 소식 자체가 저에게는 굉장히 쇼킹하면서도 흥미로왔던지라 무척 재미있게 음반을 들었습니다.
피아노-베이스-보컬로 이루어진 단촐한 구성이지만 임태웅의 보컬에는 그것을 단조롭지 않게 만들어주는 무언가가 분명히 들어있습니다. 이미 오랜 시간 자기 내면의 소리를 찾아왔던 경험이 스탠다드 튠에 그대로 녹아들어 넘실대고 있는 느낌입니다. 위트있는 스캣과 발성, 목소리 톤까지... 이렇게 뚜렷한 자기 색깔로 부르는 스탠다드 보컬 앨범은 몹시 오랜만에 만난듯 합니다.

올 한 해 왕성한 활동으로 굵직한 기록들을 가장 많이 남긴 연주자에는 베이시스트 김대호의 이름이 빠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이드맨으로, 프로듀서로, 그리고 자신의 리더작을 발표한 아티스트로서도 기억에 남을만한 한 해가 되셨을것 같습니다.
앨범은 Straight-Ahead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레터에서 소개한 '완벽한 피아노 트리오'를 선보였던 강재훈의 <Mean What You Say>가 자연스레 떠오르는데요. 거기에 색소폰과 트럼펫이 더해져 60년대 하드밥의 향수를 진하게 풍기고 있습니다.
<Mean What You Say>의 드러머로 사마라 조이Samara Joy의 드러머 에반 셔먼Evan Sherman이 참여했었다면, 이 앨범에는 레전드 드러머 루이스 내쉬Lewis Nash가 함께합니다. 재즈의 그루브는 결국 리듬 섹션에게 달려있는 만큼 드러머의 역할은 압도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그 부분이 결국 뭔가 다른 에너지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가 좁아지고, 세계의 아티스트들은 가까워졌습니다. 뉴욕과 LA의 뮤지션들이 그렇게 뒤섞이게 되었듯 한국과 미국, 한국과 유럽, 한국과 세계 곳곳의 아티스트들이 함께 음악을 만드는 모습을 앞으로는 더 자주 보게 될 것입니다.

2025년 재즈피플 라이징스타로 선정된 여섯명의 뮤지션들과 두명의 객원 연주자가 더해져 만들어진 앨범입니다. 올해로 17번째 라이징스타 선정이고, 또한 '라이징스타'라는 이름으로 자라섬 등 무대를 선보인 적은 있어도 이렇게 앨범을 발매한 경우는 처음입니다. 아마 그만큼 연주자들이 서로 가까워졌고, 함께 작업하는 즐거움을 나누는 세대가 되었다는 증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주자 각기의 색깔이 드러나는 6개의 자작곡과 스티비 원더의 'Overjoyed', 조빔의 'Chega De Saudade'가 실렸습니다.
이 외에 체크해봐야 할 앨범들 💿
- 조에스더, <Breakthrough>, 11월 14일 발매
- 원유림, <이끌림(IKLIM) : Memory and Curve>, 11월 14일 발매
- The Voyager, <Maiden Vessel>, 11월 21일 발매
- 임미정, <Impromptu>, 11월 26일 발매
- 석지민트리오, <Where the Light Stays>, 12월 15일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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