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33] 🌻 편한 마음으로 부쳐보는 12월의 세 곡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숑🌻입니다. 시작부터 새삼스러운 얘기 하나 하자면, 벌써 한 해의 마지막 달입니다. 더 새삼스러운 얘길 덧붙이자면, 12월이라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네요! 이래저래 정신없는 연말이지만 12월을 배경 삼아 레터를 쓰는 기분이란 아무려면 좋습니다. 저는 연말을 중심으로 마인드맵을 그린다면 가장 큰 풍선에 편지를 먼저 적을 만큼 연말의 편지를 유독 좋아하거든요.

구독자님의 요즘은 어떤가요? 바쁜 일이 어느 정도 소강되어 즐거운 송년회로 달력을 채우고 있나요? 아니면 한 해의 끝까지 바쁘게 들어찬 업무와 일정을 소화하느라 하루가 다르게 바삐 보내고 있나요. 저는 지난 레터에 '감기에 걸려 테라플루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다'고 적었는데 글쎄 그 감기가 2주를 넘게 가느라 며칠을 지독하게 앓았답니다.

몸살 기운은 거의 사라졌지만 여전히 목 언저리에 은은한 잔기침과 가래가 남아 신경을 거슬리게 하네요. 컨디션이 100퍼센트가 아니어선지 11월 말부터 하루하루 넘어가는 경계가 흐리게 느껴졌어요. 한 해를 매듭짓는 요즘일수록 매일의 느낀 점을 더 선명하게 기록하고 싶은데 아쉬울 뿐입니다. 그런 의미로 레터에서나마 정신없는 요 근래 감정을 편하게 적으면서 정리해볼까 봐요. 구독자님께서도 BGM 삼아 노래를 들으며 편한 맘으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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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KYUL) - 다를까 봐

11월 말의 큰 이벤트라면 하프코스 마라톤에 출전한 일이다. 이따금 달려도 10km 내외로 그치고 마는 단거리 러너에게 장장 21km라니! 다시 생각해도 그건 아득한 이벤트였다. 아직 감기 기운이 있었지만 다행히 그날의 기온은 온화했다. 머리 위로 이따금 철새가 거대한 브이자를 그리며 무리지어 날아갔고 아침의 강변은 황금빛으로 반짝였다. 완주하고 났을 때는 삼삼한 표현이지만 성취감이 온몸을 지배했다. 오롯이 두 다리와 의지로 이뤄낸 결실이 뿌듯해서 한동안 어깨를 당당히 펴고 다녔다. 대회 이후 고관절이 아파 이삼일쯤 고생했지만.

요즘 주로 하는 고민 중 하나라면 '한겨울 러닝을 어떻게 해야 할까'에 관한 것이다. 마라톤 준비한다고 영하의 아침 기온에 뛴 날 감기에 걸렸기 때문에 약간의 트라우마를 얻었다. 기관지로 들어가는 찬바람을 막고 얇은 옷 여러 겹으로 레이어링을 하고... 어찌 됐든 해결책을 찾아서 다시 느긋한 러닝을 시작해볼 참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집중해서 들으며 달리는 재미를 겨울이라고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 THAMA - 커피 사러 가는 길

감기가 나아가는가 싶더니 온 세상을 얼릴 듯 유난히 꽁꽁 추웠던 어느 날 약속을 나갔다가 곧바로 증세가 도졌다. 친구들과 소주를 조금 마시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몸을 뉘였는데 온몸이 으슬으슬, 이튿날까지 계속 오한에 시달렸다. 머리도 몸도 묵직하니 일상 전체가 물 먹은 솜처럼 쳐지고 느려졌다. 테라플루를 부지런히 비우고 사나흘쯤 지나니 기온이 다시 오르면서 몸도 풀렸다. 따마(THAMA)의 이 노래는 그렇게 한결 가뿐해지는 기분과 닮아 있다.

평소 알앤비 풍의 음악을 잘 듣지 않는 편이다. 특유의 느긋함과 감미로움이 내게는 대체로 심심하게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내가 따마의 곡을 잔뜩 듣는 현상이 스스로도 낯설다. 알앤비, 심지어 랩이 섞인! 일평생 듣지 않던 스타일인데 왜 이렇게 둠칫둠칫 적당히 들뜨고 포근하고 기분 좋게 느껴질까. 이번 겨울 들어 바라클라바를 처음 사본 것처럼 이 또한 급격한 기온의 변화 탓이라고 볼 수밖에.

🌻 브로콜리너마저 - 어떻게든 뭐라도

내 감기와는 상관 없이 11월 말의 업무는 정신없이 바빴다. 그러다 금요일쯤 되니 한 주 내내 마음의 짐이었던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해결되어 무거운 파카 한 겹을 벗어놓은 것처럼 가뿐해졌다. 세상 개운한 기분으로 운동 다녀와서 전기장판 위로 쏙 들어가 귤 까 먹으면서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를 들었다. 마치 마라톤 끝나고 열탕에 몸을 담근 순간처럼 더 바랄 것 없이 노곤노곤 편안해졌다.

평소 '수고했어 오늘도' 스타일의 가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대형서점 베스트셀러의 힐링 에세이마냥 알맹이 없는 공감 같아서) 이 노래가 주는 메시지는 맘에 들었다. '충분히 애썼고 이제 긴장을 놔도 괜찮다, 앞으로 뭐 어떡할지는 이제 네가 선택할 몫이고' 정도로 적당히 방관적인 느낌. 안온한 공간에서 듣는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은 정말 더할 나위가 없다고 새삼 느꼈다. 그들의 음악을 듣기 참 좋은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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