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0] 🥦 음악으로 잠시나마 일상을 떠나 떠나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구독자 님은 운동 좋아하시나요? 꾸준히 하고 계신 운동이 있다면 뭔지 궁금합니다. 저는 맨몸운동을 몇 년 하다 올 봄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주말에 하루는 달립니다. 러닝인데요. 그러다가 바로 지난 주말 운동 이벤트가 하나 있었어요. 하프 마라톤입니다! 계획한 게 아니라 얼떨결에 덜컥 접수했지만 막상 나간다고 생각하니 동기부여가 되더군요. 대회를 앞두고 조금씩 뛰는 거리를 늘렸고, 물론 힘이 들었지만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러닝이 취미라고 하면 이런 얘기를 듣곤 합니다. '뛸 때 무슨 생각하냐, 지루하지 않냐' 이런 질문도 있습니다. '스트레스 풀리냐' 쉬운 것부터 답을 하자면, 예, 스트레스 풀립니다.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하는 게 보다 정확하겠습니다. 내키지 않는 날이라도 막상 달리고 나면 불편했던 마음이 고요해지라고요. 그래서 저는 달리기를 일종의 수양 같은 것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지루하지 않냐고요? 언뜻 지루해보일 것 같긴 합니다. 달린다는 건 헛둘헛둘 다리와 팔을 단순 반복하는 행위니까요. 다만 정작 달리는 사람은 대부분 그런 걸 느끼지 않을 겁니다. 지루함을 느끼고 말고가 없을 거예요. 그냥 달리는 거죠.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덧붙일게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42.195km를 달리는 일반 마라톤은 수 차례, 무려 100km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까지 완주한 달리기 애호가로도 유명합니다. 러너로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는 행위에 관해 이렇게 남겼어요.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이런 시간은 꼭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그 시간만큼은 일도, 돈도, 관계도 잊게 되는 '행위 자체에 빠질 수 있는 행위' 말이죠.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이렇게 주장했더군요. "아이들에게만 놀이가 필요한 게 아니다. 어른에게도 현재의 즐거움 이외엔 아무런 목적도 없는 행위에 빠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게으름에 대한 찬양』)." 잠시 음악에 푹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잠시나마 일상에서 떠날 수 있길 바라며 세 곡을 꾸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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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sa Ono - I Wish You Love

3주 전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의 <Wave>를 소개했다. 당시 좋은 반응에 힘입어 이번 뉴스레터도 보사노바(Bossanova)로 문을 열어본다. 이번에는 연주 곡이 아니라 노래인데, 가수와 노래를 조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I Wish You Love>는 원래 프랑스 가요다. 1940년대 만들어졌고 원제는 <Que reste-t-il de nos amours?>라고 한다. 파파고에 따르면 '우리의 사랑은 무엇으로 남았을까요?'라는 뜻이란다. 1957년 <I Wish You Love>란 이름으로 미국의 재즈 보컬 킬리 스미스(Keely Smith)가 부르면서 알려졌고, 이후 딘 마틴(Dean Martin), 낸시 윌슨(Nancy Wilson) 등 여러 가수들이 이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소개했으니 이제 가수 이야기로 이어가보자. 리사 오노(Lisa Ono)라는 이름에서 눈치챌 수 있듯 그녀는 일본계 브라질인 2세로 태어났다. 브라질에서 유년기를 보낸 덕분에 어려서부터 보사노바―브라질 전통 음악 삼바(Samba)에 미국에서 건너온 재즈(Jazz)가 접목되어 탄생했다― 를 자연스럽게 접했을 것이다. 가족과 함께 10세에 일본으로 역이민한 리사 오노는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길 좋아했고 1989년에 첫 앨범을 발표했다. <I Wish You Love>는 2000년에 낸 [Pretty World]에 수록되어 현재까지 그녀의 대표 곡 중 하나로 사랑 받고 있다.

정리하자면 리사 오노가 부른 <I Wish You Love>는 '일본계 브라질 출신 가수가 프랑스에서 처음 만들어져서 영어로 번안된 곡을 보사노바로 부른 것'이다. 나는 이 곡에 '첫 귀에' 반했다. 우아한 반주에 얹어지는 리사 오노의 목소리가 마치 캐시미어로 만들어진 옷처럼 보드랍고 포근했다. 피아노가 미끄러지듯 연주되는 간주는 또 어떠한가. 한편으로는 리사 오노 음색에서 이소라가 비치는 것 같다. 정식 데뷔하기 전 '낯선 사람들'이란 재즈 그룹에서 보컬로 활동했겠다, 이소라가 <I Wish You Love>를 부른다면 어떤 느낌일까?

🥦 Calvin Harris - New To You

아침, 저녁으로 많이 서늘해졌지만 아직 한낮에는 더위가 뒷심을 과시하고 있다. 꿋꿋이 참았던 휴가를 마침내 떠난 지인들의 모습이 인스타그램에 보인다. 이제 휴가를 가다니 참 침착하구나, 하고 짐짓 태연한 척하지만 사실 부럽다. 많이 부럽다. 그러나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 적어도 당분간은 일상을 견뎌야 한다. 노래라도 휴가지에서 들으면 어울릴 곡으로 골라본다. 마침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수입이 많은 DJ'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가 지난 8월 새 앨범을 냈는데 커버에서 느껴지듯 노래에서 휴양지 느낌이 물씬 풍긴다.

참, 포브스 어쩌고 하는 수식은 '드립'이 아니다. 사실이다. 캘빈 해리스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연속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수입이 많은 DJ로 선정된 바 있다. 그 비결은 아마 캘빈 해리스가 여타 DJ에 비해 음악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이지 않을까. 티에스토(Tiesto)나 데이빗 게타(David Guetta) 등 다른 DJ에 비해 팝(Pop) 색채가 짙다. 또한 캘빈 해리스는 팝송에 조금만 관심 있으면 알 만한 뮤지션들과 작업을 유난히 많이 했다. 대중성을 지향한 만큼 캘빈 해리스는 EDM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다양한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이번에 나온 [Funk Wav Bounces Vol. 2]가 앞선 설명의 단적인 예다. 협업 뮤지션을 '조금만' 나열해보자. 두아 리파(Dua Lipa), 찰리 푸스(Chrlie Puth),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ake), 할시(Halsey),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한참 남았지만 이쯤에서 그만하자. 그중 <New To You>는 카디비(Cardi B)의 남편인 래퍼 오프셋(Offset)과 티나셰(Tinashe), 노르마니(Normani)가 참여했다. 인트로부터 귀에 착 감긴다. 이어지는 랩은 나긋하다. 몸과 마음이 이완되는 기분이다. 눈을 감고 휴양지를 떠올려 본다. 에메랄드 빛 바다, 푸른 숲, 맑은 하늘…햐, 노래가 좀만 더 길었다면 부러워서 눈물 나올 뻔했다.

🥦 검정치마 - Our Own Summer

조휴일의 원 맨 밴드 검정치마도 아주 따끈따끈한 신보를 냈다. 지난 9월 15일 정규 3집의 파트3 [TEEN TROUBLES]가 발매되었다. 과거 조휴일이 인터뷰에서 "정규 3집은 세 파트에 나눠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나왔던 파트1 [TEAM BABY]와 2019년에 발표된 파트2 [THIRSTY]는 실제로 연작이라는 콘셉트에 걸맞은 유기성을 띄었다. 파트1이 세레나데로 꾹꾹 채워진 핑크빛이라면 파트2는 사랑의 이면을 다룬 잿빛이었던 것. 파트3는 과연 어떤 색채를 띌지 자못 관심을 모았다.

[TEEN TROUBLES]는 앨범 표지에서부터 대번에 느껴지듯 말이 파트3지 사실상 파트1, 2와 별개다. 앞의 한두 곡만 들어봐도 앞선 두 앨범보다 오히려 2008년에 나온 데뷔 앨범 [201]에 가까운 느낌이다. 조휴일이 "했던 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파트3라 붙였다"고 털어놓았다는 풍문이 있다. 어쨌거나 [TEEN TROUBLES]를 처음 봤을 때 처음 눈에 띈 것은 수록 곡 수였다. 무려 18곡이다. '타이틀 곡' 딱지가 붙은 것만 해도 8곡이나 된다. 알고 보니 조휴일이 "수록 곡 수가 많다고 해서 사람들이 소홀히 하는 곡이 생길까봐" 그렇게 했다고 한다.

[TEEN TROUBLES]는 한마디로 재기 발랄하다. 전체적으로 개러지 록(Garage Rock) 내지는 펑크(Punk) 느낌이 배어 있되, <Sunday Girl>, <Powder Blue> 같이 통통 튀는 트랙도 눈에 띈다. 그중 앨범 피날레를 장식하는 <Our Own Summer>를 들어보자. 몽롱한 것이 2015년에 싱글로 나와 지금도 사랑 받고 있는 <Hollywood>가 어른거린다. 실은 <Our Own Summer> 하나가 아니라 앨범 전체를 들어보길 권한다. 기왕 한번 쭉 들어보기로 했다면 그 전에 앨범과 함께 공개된 단편 영화를 먼저 보시길 추천한다. 음악을 보다 깊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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