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1] 🍄 차갑고 따뜻한 공기를 동시에 맞으며 이 노래를 들읍시다.

한 주 잘 보내셨나요, 구독자님? 로이🍄입니다. 축복 같은 계절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찰나와도 같은 이 귀한 시간 동안 구독자은 누구와 어떻게 보내실 예정이신가요? 걷기도 좋고 멈추기도 좋고 눕기도 좋은, 하여튼 무엇을 하든 좋은 계절입니다. 부디 소중한 분들과 함께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기를 원 없이 누리시는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요즘 같은 계절에서는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공기를 느낄 수 있는데요. 이런 날씨에는 감기를 조심해야 하지만, 왜인지 저는 이런 일교차가 퍽 마음에 듭니다. 아침의 상쾌하고도 서늘한 공기가 은근히 몸을 긴장시키지만, 한낮의 무더움 덕분에 이완을 느낄 수도 있지요. 하루를 마무리하며 차가운 공기를 피해 침대로 폭 들어가는 느낌도 좋습니다. 일종의 긴장과 이완이 연속되는 미묘한 카타르시스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저는 요즘 같은 날씨를 가장 좋아합니다. 여름의 끝자락, 혹은 가을의 시작이지요. 완연한가을보다는 지금 같은 애매모호한, 따뜻함과 서늘함이 공존하는 바로 지금 시기입니다. 곧 단풍이 지고 가을이 더욱 짙어질 겁니다. 겨울이 오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요. 가장 빠른 단풍 절정기가 10월 17일이라고 하니, 아마 지금 같은 시간은 고작 2주 남짓 남았을 것입니다. 제 기준으로 짙은 단풍 같진 않은, 지금 들으면 아주 좋은 노래들을 소개해드립니다. 저도 요즘 이 노래들을 정말 많이 듣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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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과영 - 해가 지고 바람 불면

아직 3개월이나 남았지만, 나만의 ‘올해의 앨범’을 발표한다. 선과영의 [밤과 낮]이다. 이번 달 9월에 발표한 이 곡은 그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애플 뮤직이 추천해 주길래 들어본 것이었는데, 삽시간에 빠져들어버렸다. 조금 과장을 보태어 ‘올해의 노래’를 뽑으라고 한다면 이번 [밤과낮] 앨범에 수록된 11곡 전체를 뽑고 싶을 정도다. PRIIISM에 어떤 곡을 소개하면 좋을지 정말 오랜 고민을 했으나, 결국 이 앨범의 타이틀곡 중 하나인 <해가 지고 바람 불면>이라는 곡을 소개한다.

가사 중 그리워져요 / 외로워져요 / 쓸쓸해져요 / 내마음 이라며 반복되는 구절이 있는데, 특히 이 부분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 보컬인 ‘복태’는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아이들을 돌보고,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등 집안일을 하다 답배 한 개비를 피우고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손을 씻고 돌아와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종일 집에 있는 자신과 달리 창문 너머에는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말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선과영은 복태와 한군이라는 두 예술가 부부의 듀오 그룹명이다. 이들은 과거에는 선과영이라는 이름 대신 ‘복태와 한군’이라는 아주 정직한 이름으로 포크 활동을 오랜 시간동안 해왔다. 공중파의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하기도 했다. 세 아이의 부모로서, 예술가로서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이기도 하다. [밤과 낮]은 그들의 삶과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앨범이다. 복태와 한군으로서, 세 아이의 부모이자 예술가, 그리고 이웃으로 살아온 그들의 삶이 선(Line)과 영(Circle)으로 표현되어 이 앨범에 모두 담겼다. 하림의 평처럼 ‘왜 슬퍼할까, 왜 사랑할까, 왜 미워할까’에 대한 이들만의 고민이 담겨있다.  

🍄 이한철, 소히 - 산책

다양한 음악을 즐겨 듣긴 하지만, 넓고 얕은 취향 덕분에 깊이 있는 지식은 없다. 다만 탐구는 좋아한다. 이번 노래도 나의 이런 성향을 잘 자극한 노래다. <산책>이라는 노래는 백예린이 작년 딱 이맘때(9월 10일) 발표한 커버 앨범 [선물]의 수록곡으로 처음 만났다. 당시 백예린은 자신이 노래를 부르면서 느낀 것들을 담아 커버곡으로 포장하여 마치 선물처럼 리스너들에게 선보였다. 워낙 좋은 노래들이었기에 매력적인 보컬을 구사하는 백예린의 감성이 더해져 더욱 찬란한 빛을 냈다.

이 앨범 덕분에 원곡을 한 곡 한 곡 찾아보는 즐거움이 생겼다. 새롭게 탐구하는 영역이 생긴 것이다. 그중에서도 제일은 <산책>이었다. 따뜻한듯 하다 그리워지다가 못내 슬픔까지 느껴지는 아름다운 노래다. 이 노래는 불독멘션으로 유명한 ‘이한철’이 작곡하고 보사노바 보컬리스트 ‘소히’가 작사했다. 특히, 이 노래 가사는 소히의 작고하신 아버님께서 병상에 계시던 시절, 아버지와 산책하는 상상을 하며 지은 곡이라고 한다. 가사의 속 사정을 듣고 보면 더욱 아련하다.

소히의 2010년 앨범 [Mingle]에 수록된 <산책>↗은 보사노바 스타일로 연주된다. 보사노바하면 보통해변과 낭만을 떠올리곤 했는데, 이토록 따뜻하고 아련한 곡에도 참 잘 어울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이한철이 2016년 선보인 버전의 <산책>은 상당히 담백하다. 그런데 그 담백한 목소리가 오히려 아련함을 더한다. 기교 없이 부르는 마치 대화하듯 전하는 그리움에 깊이가 더욱 깊어진다. 아련함과 그리움에 대한 마음을 진실되게 부르는 두 곡을 비교해 보며 들어보자.   

🍄 이영훈 - 일종의 고백

마지막 곡 역시 앞선 <산책>과 더불어 백예린의 [선물] 앨범을 통해 알게 된 뮤지션이다. 이영훈은 2012년 데뷔한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소속의 싱어송라이터이다. 한 음악평론가에 의하면 이영훈은 무려 루시드 폴의 감성과, 조규찬의 서정미, 이병우의 소리를 지닌 서정적인 발라드! 김민기, 조동진, 유재하 등으로 이어진 한국 포크 음악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아티스트!로 소개되고 있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 가요사를 모두 집약한 칭찬이 아닌가!? 

하지만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과연 그러한 칭찬이 마냥 과하다고는 볼 수 없다. 백예린이 [선물]에서 불렀던 <돌아가자>를 시작으로 <일종의 고백>, <무얼 기다리나> 등이 수록된 2집 [내가 부른 그림]을 들어보면 청명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그만의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큰 장점으로 가사에서 느껴지는 서정미를 뽑는데, 그것 말고도 앨범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다. 단 한 곡도 쉬이 취급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참고로 프로듀싱을 ‘선우정아’가 맡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계절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노래들로 가득하다. 첫 곡은 타이틀곡인 <일종의 고백>부터 시작해보자. 가급적 혼자 있을 때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오후 2-3시쯤이 아닌 하늘이 붉다 못해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는 시간에 이 노래를 틀어보면, 아주 탁월할 것이다. 축복 같은 이 시간, 아름다운 목소리와 기타소리 그리고 아티스트들의 감성을 물씬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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