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9] 🍄 대구로 음악 여행 다녀왔어요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로이🍄입니다. 건강한 한 주 보내고 계시나요? 저는 지난 일주일 동안 고생을 했습니다. 봄이 와서 신나게 돌아다녔더니 환절기에 미세먼지 콤보를 맞아 감기에 걸려버렸지요. 다행히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 아직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많이 찹니다. 낮에 더우면 벗으면 되니 따뜻하게 입고 다니셔요.

저는 지난 3주 간 이벤트가 더러 있었어요. 먼저는 선셋롤러코스터(Sunset Rollercoaster) 내한 공연을 다녀왔어요. 예전부터 이들의 라이브 공연을 너무나 고대했던지라 이번 내한이 정말 반가웠답니다. 내한 소식이 한 동안 뜸해 대만에 직접 가야하나 싶었을 정도였으니까요. 

두 시간 가까이 꽉꽉 채운 풍성한 셋리스트에 퍼포먼스와 무대매너까지 완벽한 공연이었습니다.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쳉쿠오훙의 연주는 너무 맛있었고(!?) 색소폰에 기타, 키보드까지 다 하는 만능 세션 황하오팅의 퍼포먼스는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 좋은 공연들을 우리 PRIIISM 구독자님들과 함께 다녀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젠가는 꼭 해보겠습니다. 

다른 이벤트는 오랜만의 대구 여행이었는데요. 두번째 방문이었던 이번 대구 여행은 1박 2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구에서 사랑받는 여러 공간들을 방문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역시 제가 생각하는 좋은 공간이란 음악이 함께하는 공간이었지요. 그래서 오늘은 대구 여행을 회고하며 특히 좋았던 공간에서 들었던 음악들을 함께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 추신1. PRIIISM 뉴스레터는 상단의 '🌏웹에서 보기' 버튼을 누르면 보다 쾌적하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추신2. 100회 특집을 앞두고 계속해서 설문을 받고 있어요. 우리 PRIIISM을 꾸준히 읽어주고 계신 구독자 님은 어떤 분이실까 궁금한 마음, 더 좋은 콘텐츠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답니다. 간단한 질문에 답을 남겨주시면 추첨을 통해 20분께 커피 선물을 드려요! (설문 기한은 4/19 수요일까지!) 

PRIIISM 100호 특집 이벤트 참여하기! 📩

🍄 Ramsey Lewis - Sun Goddess

대구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바이닐 펍 <쉘터(shelter)>였다. 최근 5주년을 맞이한 쉘터는 찐 대구 토박이들이 인정하는 곳이다. 대구 출신의 지인에게 쉘터를 다녀왔다고 하니 “아, 거긴 정말 genuine한 곳이죠”라고 평했으니. 나무 소재의 외벽에 자그마하게 나 있는 창문으로 안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7-8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벽은 LP로 가득 차 있고 사람들이 가볍게 몸을 살랑살랑 흔들면서 음료와 함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들어가서 분위기를 살펴보니 사장님께서 무척 바빠보이셨다! 주문도 받으시고 음료도, 간단한 주전부리도 혼자서 다 내주신다. 게다가 직접 LP를 트시고 믹싱까지 하신다. 번거로운 일이지만 사장님 본인께서 정말 좋아해서 하시는 것이 온 몸으로 느껴지는 그런 공간. 그렇다보니 들려주시는 곡들이 하나하나 아주 기깔난다. 사장님의 플레이리스트를 여기↗︎서 살짝 맛보자! 이미 타이거디스코, 하세가와 요헤이(양평이형), 최근에는 슬롬(Slom)까지 많은 아티스트들이 직접 공연도 하고 다녀갔다.

사장님의 선곡 취향은 꽤나 넓은데 윤종신, 이소라 같은 발라드에서부터 일본 시티팝, 디스코, 재즈, 펑크까지 다양했다. 다채로운 음악을 가리지 않고 듣는 나에게 아주 딱 맞는 플레이리스트!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램지 루이스(Ramsey Lewis)의 <Sun Goddess>. 음악을 바꾸실 때마다 LP 커버를 호다닥 세워주시는데, 이 앨범의 커버가 어찌나 강렬하던지! <Sun Goddess>는 Earth Wind & Fire의 리더 모리스 화이트(Maurice White)와의 공동작업으로 탄생한 곡이다. 펑키한 재즈 사운드가 셀터에서의 행복한 밤을 더욱 아름답게 채워줬다. 

🍄 Frédéric Chopin - Nocturne Op.9 No.2

둘째날 대구에 역사 깊은 음악 명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동성로를 찾았다. 사실 대구하면 김광석 아닌가? 김광석(다시그리기)거리까지 있을 만큼 대구 사람들에겐 위인 그 이상인데, 김광석 말고도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공간이 있다니! 설레는 마음을 안고 동성로의 무수한 인파를 가르며 도착한 곳은 ‘하이마트'였다. 

전자제품을 파는 곳이 아닌 ‘하이마트’는 음악 감상실이다. 독일어로 ‘마음의 고향’이라는 뜻을 가진 하이마트(HEIMAT) 음악 감상실은 무려 1957년에 생긴 유서 깊은 공간이다. 초대 대표이자 창립자이신 고 김수억 님께서 해방 후 한국전쟁 시기까지 꾸준히 모아두신 SP와 LP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음악을 나누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건물 입구에서 허들을 느낄 수 있지만, 용기를 내어 들어가보면 번잡한 동성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음악 세계가 펼쳐진다. 신비로움을 더하는 스테인그라스와 위대한 클래식 음악거장들이 새겨진 부조가 장엄한 분위기를 만든다. 세월의 향기가 느껴지는 오래된 의자에 앉아 거대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입장티켓을 받으며 3대 사장님께 모과차를 부탁드렸다. 어느정도 적응이 되면 조심스레 공간을 살펴봐도 좋다. 무려 1960년대 음악을 나누던 모임 기록을 엿볼 수도 있다. 

음악을 신청할 수도 있는데 프란츠 리스트(Franz Listz)의 <Liebestraum>을 적어냈다. 이런 공간에서 리스트의 음악을 들을 수 있어 감동이라고 느끼는 순간, 사장님께서 이어서 쇼팽(Chopin)의 녹턴 2번을 틀어주신다. 정말 많이 알려진 곡인데, 이 공간에서 들으니까 또 다르다. 이래서 클래식 마니아들이 있는 걸까. 때마침 위대한 두 절친 피아니스트의 음악을 연이어 들려주시다니. 피아니스트시라는 사장님 다웠다. 

🍄 윤미래 - 꽃

마지막으로 방문한 공간은 음악과는 상관은 없지만 특별히 소개하고 싶어 골랐다. 과거 달구벌이라고 불렸던 대구는 역사가 정말 오랜 곳인데, 과거 조선시대에는 경상도를 다스리는 감영(지금으로 치면 도지사급)이 있던 곳이었다. 오랜 역사 만큼 잊지 말아야 할 역사도 있다. 지금은 경상감영공원이 위치한 구도심의 경상감영길 50에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이 있다.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셨던 고 김순악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직전 자신을 잊지 말아달라는 유언과 함께 남기신 기탁금을 기반으로 여러 개인, 단체, 대구광역시 등이 힘을 합쳐 설립한 공간이다. 여든 두해의 삶 동안 무려 18개의 이름으로 사셨던 김순악 할머니를 비롯하여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고 조속한 해결을 위한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역사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 영상↗︎을 참고하면 된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배경과 피해자들의 증언이 생생히 담긴 전시문구들을 눈으로 한글자씩 눌러가며 읽다보니 머릿속으로 알고 있던 분노와는 또다른 마음속 분노가 오른다. 특히, 일제가 연합군에 패망할 위기에 처하자 자신들의 비겁한 행위를 숨기기 위해 잔혹하게 할머니들을 학살하고 역사에서 지우려 했던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하다. 그러나 이내 그 분노는 그동안 알고 있었음에도 더 적극적으로 마음쓰지 못했던 나에게 향했다. 때마침 일본과의 여러 역사 문제가 충돌하는 시기. 이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이 깊어진 시간이었다.

노래는 또다른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셨던 김복동 할머니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의 OST를 가져왔다. 현재 정부가 파악한 일본분'위안부' 피해자의 30%가 경상도 출신이시라고 한다. 대구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을 방문해보자.

🎤 이번 주 소개드린 노래와 글은 어떠셨나요?

링크로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세요. 👉🏻 https://forms.gle/fCh3VBhXtHCCkaci8

📬 PRIIISM은 3인의 발행자가 매주 순차적으로 발송합니다. (숑-콜리-로이 순)

📌 PRIIISM이 마음에 드셨나요? 그럼 수줍게 구독과 공유를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