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8] 🥦 아아 벚꽃은 갔지만 봄은 아직 가시지 아니하였습니다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봄 기운이 완연한 나날입니다. 마스크 해방과 함께 맞아서 그런지 유난히 반가운데요. 구독자 님은 이 계절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평일 출근길부터 퇴근 후 집 근처 공원, 주말 나들이에서 아쉬우나마 나름대로 봄을 만끽하려고 신경 쓰고 있답니다. 화창한 날에 어울리는 곡들로 재생 목록을 꾸려서 말이에요.

지난 주 숑🌻이 러닝 이야기를 했죠. 주말이면 집 앞 호숫가를 달리는 러너로서 저도 아주 재밌게 읽었는데요. 요새 미세먼지가 말썽입니다. 기온보다 미세먼지 수치를 먼저 확인하게 됩니다. 약간 나쁨 정도면 그냥 달리지만 아주 나쁘다며 새빨간 불이 들어온 날엔 뛰기 꺼림칙하단 말이죠. 그땐 헬스장 러닝머신을 뛰거나 평일 밤에 밖으로 나가기도 합니다.

봄비와 함께 올해 벚꽃은 마무리 된 듯합니다. 벚꽃이 저문 것은 아쉽지만 이번 비는 말 그대로 단비라죠. 곳곳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났고 식수원에도 경보가 울릴 정도로 가문 요즘이었으니까요. 벚꽃은 갔어도 봄날은 남았습니다. 조팝, 이팝, 장미, 철쭉, 라일락 같이 다른 봄꽃도 많이 있고요. 꽃 말고 연둣빛 새싹을 보는 맛도 즐겨보시길 바라요. 자, 햇살 좋은 봄날에 어울리는 곡들 들어갑니다.

참, 저희가 100호 특집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지난 호에서 말씀드렸죠! 그간 저희 숑🌻, 콜🥦, 로🍄가 띄운 뉴스레터를 열고, 읽고, 들어주신 덕분에 100호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100호를 기념하여 그동안 함께해주신 여러분을 위해 작은 경품과 함께 설문을 준비했어요. 그동안 저희 취향을 소개하면서 한편으로는 늘 구독자 님은 어떤 취향을 품고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신지 궁금했거든요. 몇 가지 질문에 답해주시면 추첨을 통해 20분께 커피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설문 기간은 4/19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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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hmad Jamal - Spring Is Here

지난 주말 책을 읽으러 카페에 갔다.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선이 자꾸 창밖을 향했다. 모처럼 미세먼지 수치가 '좋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안되겠다, 남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흡입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햇살이 싱그러웠다. 눈이 부셔 미간을 조금 찌푸리게 되지만 내리쬐는 햇볕이 기분을 좋게 했다. 좀 더울 때는 그늘로 가면 금세 시원해졌다.

그렇게 봄을 만끽하면서 함께한 곡 중 하나가 아마드 자말(Ahmad Jamal)의 <Spring Is Here>다. 청량한 피아노 선율이 싱그러운 햇살, 그리고 햇살이 물가에 닿아 부서지면서 만들어내는 윤슬을 닮은 듯하다. 이따금 느껴지는 차가운 감성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추위를 연상하게 한다면 과장이려나. 격정적이지 않아서 <Spring Is Here>은 여유로운 봄날에 듣기 좋다.

아마드 자말의 연주는 경쾌하고 담백하다.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를 비롯한 쿨 재즈(Cool Jazz)에 영향을 줬다. <Spring Is Here>는 우리나라 힙합 그룹이 샘플링을 했으니, 그 장본인은 래퍼 빈지노와 프로듀서 시미 트와이스의 재지팩트(Jazzyfact)다. 이들의 <Kissinterlude>에 흐르는 선율이 <Spring Is Here> 1분 45분경 나오는 멜로디를 포착한 것이다.

🥦 Luther Vandross - Shine

'김나박'에서 누굴 가장 좋아하시는지. 여기서 '박', 박효신이 소싯적 롤모델로 여긴 뮤지션이 있다. 얼마나 존경했는지 자신의 롤모델이 세상을 떠나자, 박효신은 콘서트에서 1시간 가량을 추모 무대로 꾸렸다고 한다. 나얼 또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노래를 잘 부른다'며 칭송한 인물, 바로 리듬 앤 블루스(Rhythm & Blues)의 전설 루서 밴드로스(Luther Vandross)다.

1981년 [Never Too Much]로 데뷔하자마자 미국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루서 밴드로스는 최고의 보컬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 알 켈리(R. Kelly), 브라이언 맥나잇(Brian McKnight) 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Shine>은 2006년 발매된 루서 밴드로스의 베스트 앨범 [The Ultimate Luther Vandross]에 수록되었다.

<Shine>은 제목에 걸맞게 쨍한 햇빛처럼 밝고 경쾌하다. 기분을 들뜨게 한다. 훵크(Funk)한 쨉쨉이 기타 연주가 귀에 들어오더라니, 아니나 다를까 쉬크(Chic)의 나일 로저스(Nile Roger)가 작곡에 참여했다고 한다. 댄서블한 리듬이 햇살 좋은 아침 출근길에 잘 어울린다. 힘차고도 여유로운 루서 밴드로스 목소리에 맞춰 립싱크를 해본다. "Shine shine! groove shine!"

🥦 Wet Leg - Wet Dream

웻 레그(Wet Leg)는 영국의 2인조 밴드이다. 2021년에 첫 싱글 <Chaise Longue>을 발매했는데 유튜브 조회 수 수백만을 기록하면서 데뷔와 동시에 주목을 받았다. 기세는 멈출 줄 몰랐다. 이듬해 정규 1집 [Wet Leg]로 곧장 영국, 아일랜드, 호주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다. 이어 올해 초 미국 그래미 어워즈와 영국 브릿 어워즈를 석권해버렸으니 웻 레그는 그야말로 뜨거운 신예다.

그런데 Wet Leg, '젖은 다리'라니, 이름이 괴상하다. 웻 레그의 리안 티즈데일(Rhian Teasdale), 헤스터 챔버스(Hester Chambers)는 무엇보다 재미있는 음악을 지향한다고 한다. 'Wet leg'가 영국 속어로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사람'을 뜻한다고 하니, 이들의 음악은 말하자면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녀석들이 만드는 재미있는 음악'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밴드 명에서 블랙 코미디 냄새가 풍기는 것 같다.

<Wet Dream>을 들어보자. 과연 웻 레그의 음악은 재미있다. 음악도 그렇고 뮤직비디오에도 B급 정서가 넘실댄다. 토킹 헤즈(Talking Heads)―장기하와 얼굴들도 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 스트록스(The Strokes)가 떠오른다. <Wet Dream>뿐만 아니라 다른 곡들도 재기발랄하다. 음악 감상에 환기가 필요한 분이여, 웻 레그를 들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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